저녁 무렵에 면도하기 - 첫번째 무라카미 라디오 무라카미 라디오 1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오하시 아유미 그림 / 비채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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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법 인지도가 있는 널리 알려진 인물이 자신의 일상생활에 대해 소탈하게 주절거리는 이야기가 있다면 솔깃하기 마련입니다.. 특히나 글을 쓰는 작가가 자신의 생활이나 삶에 대해 에세이식으로 독자들에게 선보여준다면 뭔가 좀 있어보이면서 제법 고차원적인 퀄리티를 보장받는 방법으로 보여지기도 하죠.. 이런 방법론에 대해 조금 고깝게 바라본다면 무라카미씨는 상당히 그런 얄팍한 상술(?)을 제법 잘 활용했다고 보여집니다.. 사실 무라카미씨가 그런 의도를 가지고 있었는지 아닌지는 전 모릅니다.. 그리고 "솔직히 전 고깝게 바라보지도 않습니다"(분명 아니라고 해따이!)만 결과론적으로는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작가의 인지도적 측면이나 그의 내면에 대한 독자들의 인식에 대한 판단 가치를 제법 상승시켜준 건 사실이니까요.. 고로 그의 작품이 더 잘 팔리는 역할적 임무를 그동안 많이 보아온 무라카미식의 에세이에서 충분히 해냈다고 보는겁니다..

 

    하지만 좋게 바라보면 무라카미니까 자신의 에세이의 방식이 독자들에게 먹혀들었다고 볼 수 있는거죠.. 무척이나 쉽고 간결하고 단순하면서도 공감이 가는 일상생활에 대한 주절거림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유를 불문하고 이런 무라카미식의 에세이는 그가 뭘 말하고자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무척이나 편안한 내용들입니다.. 아마도 무라카미씨도 별 생각없이 써내려가지 않았나 싶기도 한데 말이죠, 모르죠, 누군가는 그의 글과 문장과 행간속에 어떤 의미가 담겨있다고 고민할지도..

 

    사실 전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작가라하면 무턱대고 읽고보자는 주의는 아닙니다.. 한때는 일본소설이라하면 무라카미씨의 작품외에는 전혀 모르던 시절도 있었습니다만 요즘처럼 무라카미씨의 작품이 등장하면 좋든 나쁘든 일단 사고 읽고 보자는 주의는 아니라는거죠(물론 대체적으로 실망스럽다는 말들은 안보입디다).. 사실 예전에도 몇몇 작품들을 읽으면서 있는 그대로의 문장이 주는 재미는 상당히 좋았습니다만 그 속에 담긴 의도나 비유적 방법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겠었던게 사실이었으니까 말이죠.. 솔직히 알고 싶지도 않았지만 몇몇 주위에 거들먹거리는 선배나 독자들을 만나서 무라카미를 논하면서 그가 전달해주려는 의도에 대해 이런저런 자신의 생각을 똑똑한 척 내보일때면 그저 멍하니 고개만 끄덕거리기도 했더랬습니다.. 나도 읽었는데,라는 말을 하기가 부끄러울 정도로 많은 사상적 접근을 시도하는 똑똑한 인간들때문에 말이죠..

 

    그래서 차츰 줄이게 되더군요.. 뭔가를 분명히 의도한 부분에 대해 느낌은 오는데 그걸 표현하기가 어려워서 얘는 이렇게 글을 쓰는 작가구나.. 뭔가 대단한 모냥인데 나랑은 초큼 안맞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던거죠.. 하지만 초기의 몇몇 작품은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단순하게 줄거리가 주는 재미만 놓고 보면 말이죠.. 그후로 한참동안 소설을 안읽었습니다.. 그 유명하고 누구나가 무라카미를 안다고 할 수 있는 독자들은 다 보신 "1Q84"도 전 사지도 읽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나 무라카미의 에세이는 읽었죠.. 소설보다는 편안하더군요.. 뭔가 의도한 바가 아닌 있는 그대로의 그가 보여주는 일상사에 대한 일반적인 주절거림이 편안했습니다.. 긴장하면서 화장실에서 집중하는 작품이 아니라 편안하게 앉아서 즐기는 한 중노년의 작가의 과거와 현재의 일상에 대한 잡문들이 제법 눈에 밟히더군요..

 

    "저녁 무렵에 면도하기"라는 연재 에세이의 작품도 마찬가집니다.. 물론 또 다른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도 기분좋게 대기중이긴 한데.. 여하튼 이번에 읽은 "저녁 무렵에 면도하기"에 포함된 무라카미식의 에세이들은 무척 단촐하고 간결하고 편안합니다.. 별 내용도 없습니다.. 그동안 제가 읽어본 무라카미의 에세이와 별반 다를게 없더군요.. 편안하다는 말밖에는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군요.. 순식간에 기분좋게 읽힙니다.. 어줍잖은 생각으로 나도 이런 글은 쓸 수 있겠다싶을 정도로 일반적인 이야기들입니다.. 하지만 무라카미죠.. 그만의 방식과 그만의 언어와 그만의 감성과 내면이 담긴 에세이니 다르긴 다릅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보여주는 일상적인 솔직함이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음악에 대한 자신의 견해와 주변의 사물이나 동물들에 대한 애정, 또한 자신의 작품에 대한 솔직한 단상들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있죠.. 소설등에서 표현하는 이른바 비유적 의도는 없어 보입니다.. 가볍고 유치하고 편안합니다.. 아닌가,

 

    이 작품집의 내용들은 무라카미씨가 일본 잡지에 연재한 에세이를 중심으로 엮었습니다.. 한 150편 정도 되나본데 그 내용들을 정리하여 저번에 출시된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와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그리고 "저녁 무렵의 면도하기"까지 출시가 되었네요... 이 세 작품집은 하나로 보셔도 무방합니다.. 동일선상의 이미지가 담긴 작품의 형식을 취하고 "무라카미 라디오"라 명명한 일본 빠숑잡지 앙앙의 연재분으로 모였으니 말입니다.. 소장용으로 제법 있어보이는 장점이 있습니다.. 물론 한 권으로 집약할 수도 있겠지만 에세이는 그러면 뽀다구가 잘 안나죠.. 비치용으로 무라카미의 앙앙 연재 에세이는 나름 가치가 있습니다.. 내용이야 뭐, 뭔가를 전달하고자하는 힐링을 목적으로 하는 주제가 있는 작품이 아니라 편안하게 아무때나 읽어봐도 무방한 그런 내용이니 가치 판단을 따지기가 초큼 어렵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언제 어느때나 머리가 어지럽거나 짜증스러울때 펼쳐보면 헛웃음정도는 지을 수 있는 편안함이 이 에세이집이 주는 가장 큰 혜택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흠, 어떻게 보면 에세이가 주는 가장 큰 부분이 그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드네요.. 근데 이 책 너무 깔끔해서 손때가 잘 타아~,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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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D현경 시리즈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최고은 옮김 / 검은숲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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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쬐끔 세상을 살아보니  조직사회에서 가장 우선시 되는 것은 백그라운드라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뭐, 젊은 혈기때에는 뭐든지 다 열심히하고 최선을 다하면 될 듯 싶었습니다만 나이가 들고 어느정도 세상살이의 구석구석에 대해 얄팍하게나마 파악이 되는 제 나이정도되면 안되는 것도 있다는 사실을 몸소 살포시 깨우치게 되기도 합니다.. 물론 미리 말씀드리지만 다 그런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시작합시다.. 괜히 니가 맞니, 내가 팼니, 난 방어만 했니, 위로만 했니, 만졌니, 그래서 고발하니하지말고 말이죠.. 뒷배경이 중요할 수 밖에 없는게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입니다.. 자수성가로 떵떵거리게 되더라도 결국 주위에는 뒷배경이 빵빵한 존재성을 가진 이들과 친해질려고 하죠.. 결국 어디서나 줄이 중요하다는겁니다.. 어느 라인을 타느냐가 삶에 있어 아주 중요한 생존방식의 기본이 되는것이죠.. 누군가의 아니 어떤 조직의 따까리(또는 시다바리)가 되는 것도 언젠가는 허망하게 버려질 것이라는 판단을 가지고 시작해야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언제나 없는 넘은 이러나 저러나 마지막에는 내쳐버리는게 우리네 인생의 현실이니까요.. 그러니 로또가 당첨되길 바래야죠.. 더러븐 꼬라지 안보고 살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군요.. 두껍한게 책 무게부터 묵직합니다.. "64(육사)"라는 작품인데요, 요코야마 히데오라는 경찰소설의 대가정도 되시는 분이 10년이나 되는 기간동안에 집필에 집중하셨다는 작품이니 뭐 그 묵직함이야 이로 말로 하기 어렵겠죠.. 그래서 그런지 출간 직후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키셨답디다.. 저는 모르겠고 홍보에는 그렇게 나오더군요.. 여하튼 경찰이라는 조직사회의 계층적 관계와 미해결 사건의 구도를 적절하게 잘 섞어서 경찰조직내의 정치적 음모와 갈등을 중심으로 한 인간의 내면의 심리와 그 주변의 상황을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그려내고 있는 듯 싶습니다.. 좋게 말하면 대가의 묵직한 돌직구의 강인함이 제법 돋보이는 그런 작품입니다.. 그럼 나쁘게 말하면, 난 나쁜 사람이 아니니 패쓰

 

    미카미는 경찰입니다.. 그리고 그의 딸은 현재 가출되어 실종상태입니다.. D현경에서 그가 맡은 업무는 경무과의 홍보담당관입니다.. 수십년동안 형사로서 현장에서 일하며 지낸 그에게 초창기시절 홍보업무를 보았다는 이유로 형사부에서 경무부의 홍보책임자로 발령이 납니다.. 경무부와 형사부는 극과 극의 관계입니다.. 승진의 지름길은 현재나 캐리어가 장악한 경무부이죠.. 하지만 언제나 경찰의 중심은 논캐리어가 대다수인 형사부에 있습니다.. 아무리 잘난 인간들이 윗선을 장악하더라도 형사부에서 현장수사를 하지 않으면 경찰의 존재감은 없는거니까요.. 이런 파벌이 존재하는 경찰의 조직내에 홍보부의 책임은 형사부에서 진행되는 사건의 정보를 파악해 경무부의 책임으로 지역 기자들과 언론에게 정보를 전달해주는 창구로서 업무를 보는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현재 미카미는 형사부와 경무부 사이에 낀 박쥐같은 신세입니다.. 물론 형사로서의 자부심을 가진 경무부 직원인거죠.. 나름의 딜레마가 심합니다.. 그리고 현재 D현은 14년째 미제사건으로 남아있는 "64"가 아직 걸려 있습니다.. 이제 시효 만료까지 1년을 남겨둔 시점에서 경찰청장이 D현경으로 시찵을 나오기로 예정됩니다.. 여기서부터 홍보 담당관 미카미의 고통은 시작됩니다.. 예전 "64"사건의 담당자이기도 헀던 그에게 "64"는 특별합니다.. 하지만 현재 그는 경무부의 홍보담당관으로서 역할을 수행해야합니다.. 경무부장인 아카마의 의도대로 진행할 수 밖에 없는 처지인 미카미이지만 형사부의 미제사건에 대한 안타까움도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여기서부터 문제가 발생하고 미카미는 자신의 임무와 상황적 어려움을 직시하면서 조금씩 묵직한 발걸음을 옮겨나가기 시작합니다.. 그의 앞날은....

 

    나름 줄거리를 줄인다고 줄였지만 그래도 기네요.. 그래도 전반적인 내용을 설명하기에는 턱도 없습니다.. 그만큼 묵직하고도 진중한 경찰이라는 조직사회속의 한 인간의 고뇌와 상황적 딜레마가 깊습니다.. 물론 여전히 미해결인 14년전의 유괴살인사건의 현재까지 이어진 미스터리도 포함해서 말이죠.. 하지만 전반적으로 이소설은 미스터리의 모습보다는 경찰조직의 정치적 음모를 다룬 사회파적 느낌이 더 강합니다.. 두꺼운만큼 속도감이 넘치지는 않습니다.. 특히나 초중반의 상황적 설명과 조직사회속의 구성적 묘사와 얽히고 섥힌 일본 경찰 내부의 일반적 경찰로서의 모습들을 그려낸 방식은 상당히 지리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저는 그렇지 않았습니다만 그만큼 속도감이나 긴박감들을 요구하시는 독자분들에게는 제법 시간을 요하게 만드는 방식이라 볼 수 있겠네요..

 

   개인적으로는 미카미라는 한 인간의 내면적 갈등과 상황적 고립감을 표현해내는 요코야마 작가님의 집필 방식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아주 지배적인 상황적 공감을 잘 표현해내신 듯 싶기도 하구요.. 특히나 자식과 관련된 아픔을 내면속에서 어렵게 끄집어내는 방식은 매우 마음에 들었습니다.. 강직한 경찰의 모습과 그 속에 숨겨진 부정에 대한 인간적 허약함도 마음에 들었구요.. 이런 개인적 모습과 함께 조직이라는 구성속에 내 던져진 자신의 현 모습이 초라해진 한 가장의 불안한 삶의 우울함도 좋았습니다.. 그가 만들어가는 조직속에서의 딜레마를 바꾸어보려는 희망도 나쁘지 않았습니다만 너무 그런 경찰조직의 파벌적 음모와 대립에 무게 중심을 깊이 박아두시는 바람에 읽어나가는데 어려움이 솔직히 제법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나쁘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64"라는 제목에 걸맞는 유괴적 사건의 구성을 더 긴박감있게 중반정도부터 다루어 주셨으면 정말 대박이었지 않을까 싶었는데 후반부에 들어가서야 "64"로 인해 벌어진 유괴사건의 진실과 상황적 긴박감이 뚜렷이 등장하고 속도감을 주는 관계로다가 초중반부의 흐름에 어려움이 있었던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점 때문에 후반부의 긴박감과 속도감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반대급부가 되기도 하죠.. 후반부 200페이지 정도는 아주 재미집니다.. 초중반부가 경찰정치소설로서의 역할이었다면 후반부는 형사범죄소설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더군요.. 물론 이런 전반적인 구성이 하나로 이어져 있기에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서 1위를 먹고 서점에서도 2위를 드셨겠지만, 역시 후반부의 대중적 취향이 아주 좋아지기 때문에 그 반향이 더 있어 보이는 듯 싶습니다.. 상황적 긴박감을 아주 잘 표현해주셨고 시간타임을 끊어서 보여주는 속도감은 뭐 중간에 책을 덮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전 그렇더군요.. 하필이면 딱 잠들 시간에 후반부에 들어서는 바람에 몇시간 잠잘 시간 뺏겼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전반적으로 초중반부를 조금만 더 간결하게 진행했으면하는 얄팍한 독자의 사심이 들더군요.. 뭐 전 나쁘지 않았습니다.. 읽는동안 즐거우면 됐잖아.. 뭘 더 바래,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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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일기Z 밀리언셀러 클럽 132
마넬 로우레이로 지음, 김순희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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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젠 "좀비"라는 개념은 하나의 장르화가 되어버린 듯 합니다.. 심지어 8살 먹은 저의 아들도 좀비가 뭔지 잘 알고 있더군요.. 휴대폰 게임중에 좀비가 나오는 그런 게임이 있답디다.. 애들이 해도 되는 게임인지는 모르지만 여하튼 좀비가 뭔지 정확하게 꿰뚫고 있더군요.. 그만큼 이젠 좀비라는 개념은 사회 두루두루 일반적인 의미로 바뀌어 버렸다는거죠.. 예전에는 좀비가 꿈에도 나타나고 했는데 말이죠.. 특히나 새벽의 저주에서 마구잡이로 달려드는 스피드형 좀비를 본 후로 섬찟했던 기억이 납니다.. 또 조만간에 국내에서는 좀비로 인해 세상의 무너져내리는 "세계대전 Z"가 국내에서 개봉된다고 합니다.. 예전엔 매니아적 관점속에서 기억되던 좀비의 영역은 이제 대중적 취향과 일반적 주류의 관심사가 되어버린 듯 합니다.. 국내에서는 이런 좀비적 영역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이끌어내는데 솔직히 황금가지의 밀리언셀러 클럽이 일조를 했다는 생각을 합니다.. 뭐 그렇다고 제가 밀클에 딱히 얻어먹은게 없지 않아 있을지도 모르지만, 여하튼 홍보도우미라케도 저는 별 상관은 없습니다.. 밀클만큼 좀비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꾸준히 보여준 출판사도 드무니까요.. 다른데 있음 알려줘봐봐

 

    사실 전 이 작품을 읽을때조차도 작가가 영국사람이라고 착각하고 있었더랬습니다.. 아닙니다.. 아니고요, 작가님은 스페인에서 나고 자라고 변호사까지 하시는 양반입디다.. 자신의 소설인 이 작품 "종말일기 Z"를 연재하시다가 아주 인기가 장난아니게 막 올라가는 바람에 하루아침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신 양반이랍죠.. 마넬 로우레이로라는 양반이 현재 자신의 삶에서 좀비의 창궐이라는 주제를 엮어서 하루아침에 세상이 파멸해가는 모습을 자신의 관점에서 - 이런걸 1인칭이라 한다죠 - 일기로 그려낸 좀비로 인한 세상의 파멸과 살아남은 자의 지옥과도 같은 희망이 없는 죽음의 냄새가 진동하는 세상속에서의 희망찾기 또는 살아남은 사람 찾기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이런거 많이 보셨다구요, 맨날 보는게 이런 좀비가 세상을 파멸하는 이야기들이라구요, 이제는 조금 지칠때도 됐지 않나 싶다구요, 결국 주인공은 좀비들속에서 살아남지 않느냐구요, 맞습니다.. 맞구요, 똑 같습니다.. 여느 좀비소설이나 영화들속에서 살아남은 영혼을 간직한 인간의 고군분투하는 생존기입니다.. 전형적이죠.. 그리고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이야기 구성과 딱히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늘 똑같은 이야기와 구성과 방식인데 이제는 그러려니 해야되는데 말이죠.. 왜 이 작품은 연재를 하면서 많은 인기를 얻었을까요, 시작과 동시에 이런 생각을 하게됩니다.. "어라, 좀비가 뭔지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하네, 뭐야.. 어설프게..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좀비를 모르는척 이야기를 시작하는거 좀 우습군"... 진행되어가면서 좀비라는 존재가 생겨나고 그들이 어떤 존재인지 조금씩 주인공은 깨닫게 됩니다.. "아니, 누구나 다 아는 좀비를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면서 이야기를 진행해, 너무한거 아니야.. 그렇고 그런 이야기구만"... 그리고 조금씩 마넬의 종말일기를 읽어나갑니다.. 하지만 그가 쏟아내는 어설퍼(?) 보이는 가공의 좀비의 창궐 세상이 시간이 지나고 집중하게 되어질수록 그속으로 빠져듭니다.. 너무나도 사실적이고 구체적이고 그가 만들어내는 상황적 현실감이 대박스럽기에 레알 좀비세상이 눈앞에 그려진다는거죠..

 

    스페인의 갈리시아지방의 비고를 중심으로한 활동하는 변호사인 나는 열심히 일한 자여 떠나라를 실천하려고 하는 찰나에 러시아에서 전염병이 생긴 이야기를 뉴스로 듣습니다.. 러시아의 언론이 통제가 되고 전염병이 뭔지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국제적 통제가 이루어지기 시작합니다.. 며칠 사이에 조금씩 러시아에서 뻗어나오던 소식은 뭔가 일반적인 전염병과 다른 소문이 돌기 시작합니다.. 내가 살아가는 지역에서도 원인 모를 병원균에 관련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하고 스페인 국내에서도 끔찍한 사고가 생겨나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죽은 자는 세상을 돌아다니게 되고 살아남은 자는 모두 함께 공동체로 모여들게 되죠.. 자의든 타의든 인간은 모여야만 안심을 하니까 말입니다.. 그렇게 사람들은 안전한 하늘로 모이게 됩니다.. 하지만 늘 그렇듯 자기 자신만이 자신의 통제를 할 수 있는 인물이 주인공이 되죠.. 종말일기를 쓰고 있는 나는 자신의 집에서 남습니다.. 그리고 홀로 이 이 영혼없는 죽은자의 세상속에서 끈질기게 삶을 이어 나가는거죠.. 또 다른 나를 찾아서 말입니다.. 그렇게 나는 더이상 살 수 없는 나만의 공간에서 벌써 죽어버린 세상속으로 나오게 됩니다.. 아님 나를 죽여버릴 세상일 수도 있죠..

 

    개인적으로는 좀비과 관련된 이야기나 영화들을 상당히 좋아라하는 편입니다.. 좀비라는 개념속에서 퍼져나간 수많은 장르적 소재 역시 좋아라합니다.. 그래서 웬만한 이야기는 그저 그렇습니다.. 특히나 너무 전형적인 구성이라면 크게 어필할 부분이 없는 관계로다가 그러려니하게 됩니다.. 비숫한 부류의 많은 좀비적 이야기가 수없이 존재하니까요.. 말도 안되는 이야기지만 저도 좀비소설을 쓸 수 있겠구나 싶을 정도이니 우습게 여겨지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 "종말일기 Z"는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나라는 존재의 공감속에 어느 듯 쑤욱 빠져드는 현장감이 무엇보다 뛰어나기 때문에 집중적 가독성이 상당합니다.. 그 이유가 아무래도 작가가 만들어낸 좀비의 세상에 대한 아주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상황적 묘사에 있지 않나 싶습니다.. 그리고 늘 보아오던 좀비가 주는 긴장감의 전형성인데도 불구하고 작가가 이끌어내는 긴박적 감성과 상황적 급박함은 아주 좋습니다.. 딱히 문장력이나 문구속에서 프로적 냄새가 짙게 배여있지 않아서 오히려 나라는 존재감이 어느정도 개인적 공감으로 작용하게 되는게 아닌가 싶더군요.. 쉽게 말해서 좀비가 나타나고 세상이 썩은내로 들끓기 시작하면 나라도 주인공인 얘처럼 하지 않을까 싶다는거지요..

 

    총 3부작이랍니다.. 이게 "종말일기 Z"의 시작점이구요.. 이후로 계속 이어질거라는거죠.. 스포일러입니다만 그래서 주인공은 이 소설의 마지막에 살아남습니다.. 온갖 고통과 좀비의 이빨속에서 잠수복으로 무장한체 쉽게 물어 뜯기지 않고 버텨내었답니다.. 앞으로의 일정으로 두고볼때 더욱 험난해 보이긴하지만 역시 3부까지는 잘 버텨내지 싶네요.. 마지막에 죽든 말든 그건 나중 문제고 말이죠.. 또 모르죠.. 세상속에서 마지막까지 홀로 남은 인간은 주인공인 나뿐이라서 전설이 되어버릴지도... 무척이나 기대되는 다음 편입니다.. 좀비에 대해 관심이 없으신 분들이나, 좀비에 대해 관심이 있었는데 이젠 무관심해진 분들이나,  늘 똑같은 좀비이야기들이 시덥잖게 여겨지시는 분들이거나, 그냥 한번 읽어보시면 좋으실 듯 싶습니다.. 물론 앞의 생각을 가지신 분들이 읽고나서도 똑같은 생각을 가지신다고해도 뭐 할말은 엄씀돠.. 그라고 책의 뒷편에 제 추천이 있다고해서 좋게 평을 했다고 생각하신다면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님돠.. 팔은 안으로 굽으니까요,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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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트 라이트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9 RHK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9
마이클 코넬리 지음, 이창식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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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이야 어떻든 자신의 입장에서 그게 옳은 일이고 정의롭다는 판단이 서면 주변의 사람이 좋은게 좋은거라고 아무리 떠들어대봐야 자신의 길을 곧대로 가는 사람들 있죠.. 괜히 주변 시끄럽게 만들지말고 그냥 사회적 융통성에 또는 관행에서 딱히 문제되지 않는다면 그냥 넘어가면 안돼에,라고 외쳐봐야 지나가는 개가 짖는가 싶어 슬쩍 쳐다보고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는 사람들 말입니다.. 사실 무척이나 드물죠.. 어떻게 보면 거의 없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사회속에서 통용되는 어느정도의 테두리내에서는 쉽게 동화되어 버리는게 우리 사회적 인간의 속성이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소설이나 영화속의 이미지속에서나마 자신이 해야될 일들을 끝까지 고집스럽게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자신의 정의에 걸맞은 결말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필요한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이들 주인공들이 보통 자신이 정해놓은 정의의 속성은 언제나 사회속에서 배려받지 못하고 외면당한 소수의 휴머니티에 대한 정의가 많을겁니다.. 누구나가 사회적 테두리속에서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가지만 늘 소외되는 누군가는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잖아요.. 우리들의 마음 한구석에는 그들에 대한 일말의 공감적 죄책감이 언제나 존재하니까요.. 아닌가요, 그럼 당신은 나쁜 사람..

 

    "해리 보슈"는 위에서 말한 그런 영웅적인 인물입니다.. 하지만 사회적 관점에서보면 상당히 사회부적응자에 가까운 독불장군이라고 보면 될 듯 싶습니다.. 주변과도 잘 어울리지 못하고 자신의 입장에서 자신의 역할론을 보이면서 사회의 정의를 실현하는 자신만의 정의로운 자죠.. 물론 결말적으로 늘 사회적 정의는 실현이 됩니다만 그 결말 마저 주변에서는 단순한 경찰로서의 대단한 능력을 가진 자 이외에 함께 하기에 적합한 사람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보슈는 누구보다 인간적인 남자입니다.. 누구보다 가슴이 따뜻한 남자이죠.. 누구보다 시궁창같은 범죄의 세상속에서 삶에 대한 애정이 가득한 남자입니다.. 누구보다 진득한 사랑이 뭔지 아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런 그를 알아주는건 우리 독자들이죠... 소설속의 해리 보슈는 언제나 외로운 코요테의 모습 그대로입니다.. 경찰이었을때나 이제는 은퇴하여 홀로 외롭게 자신이 마무리하지 못한 사건을 다시 파헤치는 현재까지 말입니다..

 

    잃어버린 빛이 해리 보슈를 찾아오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채워지지 않았나 봅니다.. 이번 "로스트 라이트"에서는 경찰 해리 보슈가 아니라 은퇴한 탐정면허를 취득한 보슈라고 봐야겠네요.. 그렇다고 누군가에게 의뢰를 받아 사건을 처리하는 줄거리는 아닙니다.. 예전 자신의 경찰이었을때 발생한 사건이 매해결된 체 남겨지자 이제는 은퇴하여 연금도 꾸준히 나오고 딱히 할 일도 없는차에 자신이 해결하지 못하고 넘겨버린 미해결 사건인 안젤라 밴턴 살인사건의 내막을 다시금 들여다 보게 되는 겁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뭔가 커다란 벽이 존재하죠... 4년전 살인사건이 발생한 후 단서를 찾아 방문한 영화세트장에서 은행강도 현금 탈취사건이 연계되고 총격전이 벌어진 후 사건은 L.A경찰국 강력계로 넘어가버리죠.. 이로서 해리 보슈는 그 사건에서 손을 떼게 됩니다.. 안젤라 벤턴의 죽음을 보여주는 마지막 사진의 기억을 잊지 못하는 보슈는 경찰이 아닌 민간인으로서 그녀의 죽음을 밝혀내려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을 담당하던 형사들도 살해되고 은행강도건과 관련된 FBI직원도 실종이 되어버립니다.. 그리고 현재 다시금 밴턴 사건을 열어본 보슈에게도 협박이 이루어집니다.. 뭐가 문제인걸까요, 자꾸 해리 보슈 건드리면 안될텐데 말이죠.. 화나면 무섭구마는..

 

   제가 보슈의 전작들을 다 읽은 것은 아니라서 왜 경찰직을 그만뒀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지레짐작으로 판단해보건데 보슈도 경찰로서의 자신의 능력과 자신이 택한 정의에 대한 일종의 패배적 회의감도 들었을테고 아무리 노력해도 변하지 않는 인간의 악마적 본성이 가득한 어두운 사회의 이면에서 의미없는 죽음을 당한 이들에게 살아남은 자들이 행하는 행동거지들이 짜증이 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여하튼 조직이라는 울타리속에서 자신만의 정의를 실천하던 보슈가 이런 저런 충돌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영역에서 또다른 정의를 찾아나서지만 역시나 이번 작품속에서도 보슈는 조직이라는 거대한 벽과 마주치고 자신의 판단대로 그들과 외롭게 싸워나갑니다.. 주변의 도움을 주는 이들에게서 조차 언제나 보슈는 자신이 하고자하는 바를 고집스럽게 밀고 나갑니다.. 아무렴요, 그게 우리가 아는 해리 보슈니까 말입니다..

 

    아마도 이 작품 "로스트 라이트"가 해리 보슈 시리즈의 9편인가 봅니다.. 딱히 시리즈를 꼽아서 다 읽질 못해서 정확한 순서를 모르겠으나 이 작품부터 이후로는 사립 탐정 해리 보슈의 이야기로 구성이 되는거죠.. 전편이 "유골의 도시"였나요, 그때까지는 경찰로서의 해리 보슈의 느낌은 상당히 강렬한 권위적 느낌도 많이 있었을테고 그가 행동하는 죽은 자를 위한 정의에 사회적 장치가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었을테지만 이번부터는 그런 해리의 모습은 보기 드뭅니다.. 일개 개인의 한계가 그대로 드러납니다.. 사회적 권력을 등에 업지 못한 보슈는 더욱 외로워 보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더 치열해 보이기도 하다는 사실이 더 흥분이 되네요.. 사실 개인으로서의 해리 보슈가 찾아내는 단서들은 말그대로 사사건건 충돌하는 FBI의 뛰어난 존재들이나 예전 자신의 동료들이 조금만 집중했어도 해결가능했을 수도있었던 사건이었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조금 허술할 수도 있는 이야기의 구조이죠.. 하지만 여기에서조차 코넬리는 그들이 묵과하고 간과한 사건의 진실에 대한 그들의 배경과 시대적 상황과 어쩔 수 없이 외면하는 사회적 융통성과 관행이라는 근본적 의도를 심어놓습니다.. 코넬리이기에 가능한 이야기죠.. 전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야기의 흐름은 늘 그렇듯 끈끈하게 이어져 나갑니다.. 코넬리가 지향하는 보슈식의 스타일 그대로입니다.. 하나씩 단서를 찾아나가면서 이야기의 진행은 잔잔해 보이는 강물의 표면과는 달리 깊은 물속에서는 바다로 향해 묵직하면서도 거센 물살의 흐름을 뻗어나가는거죠... 늘 그렇듯 결코 가볍지가 않습니다.. 처음 코넬리를 접하는 독자들에게는 일반적인 대중적 취향의 속도감이 느껴지 않을지도 모를 일입니다만 한번 적응이 되어버린 코넬리식의 이야기는 일종의 중독증세로 이어지게 되는거죠.. 이 작품 "로스트 라이트" 역시 그런 느낌입니다.. 딱히 대중적 취향에 걸맞은 속도감이나 가벼운 입체적 느낌의 스릴러의 감성보다 더 묵직한 감이 있습니다... 처음 시작부터 조금씩 이야기를 이어나가면서 가속이 붙어나가는 느낌이 강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군데군데 보여지는 해리 보슈식의 심리적 문장의 묘사들은 언제나 읽는 즐거움이 가득합니다.. 사실 전 문장이나 문구를 독후감에 적는 경우가 거의 없는지라 여기서도 적진 않겠습니다만 마이클 코넬리가 보여주는 그만의 문장의 진득함은 다른 어떤 작가들이 따라올 수 없는 그만의 카리스마가 가득하다는거죠

 

   개인적으로는 해리 보슈를 접하고자 하시는 분들은 첫 작품인 "블랙 에코"부터 읽어보시는게 가장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에게도 가장 강렬한 보슈의 이미지를 심어준 작품이고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기도 하니까요.. 물론 재미적인 측면에서도 꾸준히 이어질 보슈시리즈의 시작점으로 제일 뛰어난 작품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그런 면에서 이번 작품은 9번째이다 보니 처음 접하시는 독자분들에게는 보슈라는 인물에 자연스럽게 스며드시기 어려운 부분이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또한 일본스타일의 동양적 감성이나 공감들과 작가가 배려한 독자들이 쉽게 적응하게 만드는 헐리우드식 입체적 이야기의 구조와 대화적 구성의 이야기들보다는 많이 지리한 느낌이 드실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앞에서도 말씀을 드렸듯이 한번 적응된 해리 보슈의 스타일은 쉽게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그만큼 개인적으로는 저에게 가장 강렬한 이미지로 각인된 스타일의 캐릭터가 해리 보슈이니까 말입니다.. 특히나 이번 작품의 마지막의 에필로그는 아주 좋더군요.. 무릎을 꿇은 해리 보슈의 모습이 무척 감동적이었습니다..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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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셋 파크
폴 오스터 지음, 송은주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3월
평점 :
품절


 

 

 

    요즘은 토요명화나 주말의 명화같은 고전영화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많이 없지 싶은데 말이죠.. 제가 어린 시절에는 토요일 저녁 10시가 넘어가면 특유의 시그널 뮤직과 함께 부모님과 함께 영화가 시작되어지기를 기다리던 기억이 납니다.. 아주 어렸을 적에 보았던 기억의 영화중 하나가 "지상에서 영원으로"라는 미국영화였었는데 말이죠.. 드문드문 기억이 나는 부분이 상당히 많습니다.. 물론 몇번에 걸쳐 본 기억도 납니다.. 몽고메리 클리프트의 군대 트럼펫을 부는 장면이나 버트 랭커스터와 데보라 카의 로맨스나 프랭크 시나트라와 어네스트 보그나인의 대결들도 기억이 납니다.. 일종의 각인이죠.. 이런 장면의 각인과 함께 머리속에 남는 장면 하나가 있는데 전 여태껏 그 장면이 "지상에서 영원으로"를 통해 보아온 장면이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아니더군요.. 한 군인이 자신의 양손을 잃고 갈고리를 끼우고 생활하는 장면과 피아노를 치는 장면, 그리고 한 여인의 사랑으로 결혼을 하는 장면들이 기억속에 남아 있었는데 이 영화가 바로 이번에 알게 된 "우리 생애 최고의 해"라는 영화였습니다..

 

 

    줄거리를 찾아보니 자신이 택한 삶이 아닌 운명의 전쟁속에서 살아남은 전쟁 영웅들이 사회로 돌아오지만 현실은 상처받고 암담한 자괴감만 남겨주게 된다는 그런 내용으로 진행이 되죠.. 하지만 언제나 고통과 침잠한 어둠속에서도 희망의 불씨는 늘 남겨져 있다는 사실을 작위적이든 인위적이든 우린 알게 됩니다.. 대강 기억이 나는군요.. 전쟁에서 살아남은 세 남자들이 집으로 돌아오지만 현실이 녹록치 않음과 적응하는 것조차 힘들어 그들 생애 최악의 시간을 보내다가 조금씩 희망을 향해 나아가는 내용 말입니다.. 이 영화에 대해 폴 오스터는 "선셋 파크"에서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을 통해서 그들의 공통적 이야기의 중심을 만들어 냅니다.. 상황과 현실과 시대는 다르지만 "우리 생애 최고의 해"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패배적 관점과 희망적 삶의 구현들이 2008년이후 경제적 타격이 극심한 미국의 상황에 대입을 시키는 듯 싶기도 한데, 전 전문가가 아니라 정확한지는 모르겠습니다.. 여하튼 폴 오스터의 "선셋 파크"속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은 현재 그들 생애 딱히 최고스럽지 않은 해를 보내고 있는 것은 확실합니다..

 

 

    소설은 많은 인물이 등장하죠.. 먼저 주인공격인 마일러 헬러가 자신의 현재의 삶과 과거의 아픔을 이야기하죠.. 그리고 선셋 파크 지역의 철거 예정인 무허가 주택에 보금자리를 마련한 빙 네이선과 앨런과 앨리스가 자신들의 삶을 조금씩 내보입니다.. 마일러가 뉴욕의 선셋 파크로 오면서 그들의 이야기가 중심을 잡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마일러 헬러의 아버지인 모리스 헬러를 중심으로 한 마일러의 주변의 인물들도 이야기속으로 들어옵니다.. 전반적으로 이야기는 마일러라는 인물를 중심으로 벌어지지만 어느 한사람이 이끄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 주변의 인물들의 현실과 사회적 소통에 대한 고통과 개인적 불안과 미국이라는 나라가 짊어지고 가는 현실이 그들의 모습속에 대입되어 개인적 삶에 주어진 영향력을 섬세한 심리 묘사와 상황적 부조리를 중심으로 펼쳐내고 있는 듯 한데 말이죠.. 역시 순문학은 어렵습니다.. 문장속에 분명 의도한 다른 주제가 숨어 있는데 그걸 말로 글로 무식한 제가 표현해 내기가 무척이나 어렵군요..

 

 

     챕터는 한 인물을 중심으로 그 사람의 관점에서 다른 이들을 바라보는 이야기 구조로 이어져 있습니다.. 독자들은 관찰자의 입장에서 상당히 재미난 이야기속의 내용에 빨려 들어갑니다.. 예를 들어 마일러는 어떠한 사실에 대해서 모르지만 또 다른 인물을 마일러가 모르는 사실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식입니다.. 그러니까 독자들은 일종의 신적인 입장에서 그들의 삶을 관찰하는 재미가 상당하다는거죠.. 이야기의 흐름과 간혹 등장하는 반전적 충격들의 구성도 상당히 집중력을 높여주기에 적합합니다.. 솔직히 여느 작품들처럼 대화체 구성과 묘사적 방식의 서술들이 구분되어 있지 않아 조금은 읽어나가는데 불편한 점이 없진 않지만 그게 문제삼고 싶지는 않네요.. 저에게는 어떻게 보면 폴 오스터라는 작가 양반이 주절거리듯이 이야기를 수다스럽게 펼쳐내고 있는 듯 보이긴 하지만 충분히 이야기꾼으로서의 재능은 있어 보입니다.. 전 이번에 처음을 접해보는 작가이지만 유명하더구만요.. 특히 뉴욕이라는 도시를 배경으로 수많은 작품들을 써내신 전력으로 볼때 잘 모르는 저만 무식한 넘인 듯 싶네요..

 

 

   사실 미국드라마들이나 젊은이들을 주제로 한 미국적 청춘영화들에서 보아오던 이미지로 생각하면 될 듯 싶기도 합니다.. 물론 허접한 성적 농담이나 자극적인 코믹물이 아닌 제법 고급스럽고 인문스러운 청춘의 아픔과 패배적 현실에 빗댄 그런 미국적 영화나 드라마들이 있지 않나요.. 우연찮게 얼마전에 미국드라마중에 "GIRLS"라는 드라마를 본 적이 있습니다.. 막 대학을 졸업한 뉴욕에서 생활하는 청춘들의 이야기들인데 말이죠.. 좀 비슷한 느낌이 들더군요.. 물론 이 작품 "선셋 파크"에서 보여주는 보다 고급스럽고 뭔가 클라식한 감정은 아니지만 제법 닮아 있는 듯 싶은 생각도 들고 말이죠.. 그래서 그런지 개인적으로는 폴 오스터의 작품을 제법 재미지게 읽었습니다.. 그들의 삶과 아픔과 과거와 그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본능적 욕망들도 비록 미국스럽지만 나름 공감이 되더군요.. 작품속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에게 약간식의 공감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아마도 폴 오스터라는 작가가 그들에게 심어준 휴머니티와 살가운 사람의 냄새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아무래도 작가는 불안하고 쉽게 출구를 찾기 어려운 어둠속에서 인간만이 희망으로 가는 길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땡끝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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