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트 라이트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9 RHK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9
마이클 코넬리 지음, 이창식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남이야 어떻든 자신의 입장에서 그게 옳은 일이고 정의롭다는 판단이 서면 주변의 사람이 좋은게 좋은거라고 아무리 떠들어대봐야 자신의 길을 곧대로 가는 사람들 있죠.. 괜히 주변 시끄럽게 만들지말고 그냥 사회적 융통성에 또는 관행에서 딱히 문제되지 않는다면 그냥 넘어가면 안돼에,라고 외쳐봐야 지나가는 개가 짖는가 싶어 슬쩍 쳐다보고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는 사람들 말입니다.. 사실 무척이나 드물죠.. 어떻게 보면 거의 없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사회속에서 통용되는 어느정도의 테두리내에서는 쉽게 동화되어 버리는게 우리 사회적 인간의 속성이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소설이나 영화속의 이미지속에서나마 자신이 해야될 일들을 끝까지 고집스럽게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자신의 정의에 걸맞은 결말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필요한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이들 주인공들이 보통 자신이 정해놓은 정의의 속성은 언제나 사회속에서 배려받지 못하고 외면당한 소수의 휴머니티에 대한 정의가 많을겁니다.. 누구나가 사회적 테두리속에서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가지만 늘 소외되는 누군가는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잖아요.. 우리들의 마음 한구석에는 그들에 대한 일말의 공감적 죄책감이 언제나 존재하니까요.. 아닌가요, 그럼 당신은 나쁜 사람..

 

    "해리 보슈"는 위에서 말한 그런 영웅적인 인물입니다.. 하지만 사회적 관점에서보면 상당히 사회부적응자에 가까운 독불장군이라고 보면 될 듯 싶습니다.. 주변과도 잘 어울리지 못하고 자신의 입장에서 자신의 역할론을 보이면서 사회의 정의를 실현하는 자신만의 정의로운 자죠.. 물론 결말적으로 늘 사회적 정의는 실현이 됩니다만 그 결말 마저 주변에서는 단순한 경찰로서의 대단한 능력을 가진 자 이외에 함께 하기에 적합한 사람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보슈는 누구보다 인간적인 남자입니다.. 누구보다 가슴이 따뜻한 남자이죠.. 누구보다 시궁창같은 범죄의 세상속에서 삶에 대한 애정이 가득한 남자입니다.. 누구보다 진득한 사랑이 뭔지 아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런 그를 알아주는건 우리 독자들이죠... 소설속의 해리 보슈는 언제나 외로운 코요테의 모습 그대로입니다.. 경찰이었을때나 이제는 은퇴하여 홀로 외롭게 자신이 마무리하지 못한 사건을 다시 파헤치는 현재까지 말입니다..

 

    잃어버린 빛이 해리 보슈를 찾아오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채워지지 않았나 봅니다.. 이번 "로스트 라이트"에서는 경찰 해리 보슈가 아니라 은퇴한 탐정면허를 취득한 보슈라고 봐야겠네요.. 그렇다고 누군가에게 의뢰를 받아 사건을 처리하는 줄거리는 아닙니다.. 예전 자신의 경찰이었을때 발생한 사건이 매해결된 체 남겨지자 이제는 은퇴하여 연금도 꾸준히 나오고 딱히 할 일도 없는차에 자신이 해결하지 못하고 넘겨버린 미해결 사건인 안젤라 밴턴 살인사건의 내막을 다시금 들여다 보게 되는 겁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뭔가 커다란 벽이 존재하죠... 4년전 살인사건이 발생한 후 단서를 찾아 방문한 영화세트장에서 은행강도 현금 탈취사건이 연계되고 총격전이 벌어진 후 사건은 L.A경찰국 강력계로 넘어가버리죠.. 이로서 해리 보슈는 그 사건에서 손을 떼게 됩니다.. 안젤라 벤턴의 죽음을 보여주는 마지막 사진의 기억을 잊지 못하는 보슈는 경찰이 아닌 민간인으로서 그녀의 죽음을 밝혀내려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을 담당하던 형사들도 살해되고 은행강도건과 관련된 FBI직원도 실종이 되어버립니다.. 그리고 현재 다시금 밴턴 사건을 열어본 보슈에게도 협박이 이루어집니다.. 뭐가 문제인걸까요, 자꾸 해리 보슈 건드리면 안될텐데 말이죠.. 화나면 무섭구마는..

 

   제가 보슈의 전작들을 다 읽은 것은 아니라서 왜 경찰직을 그만뒀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지레짐작으로 판단해보건데 보슈도 경찰로서의 자신의 능력과 자신이 택한 정의에 대한 일종의 패배적 회의감도 들었을테고 아무리 노력해도 변하지 않는 인간의 악마적 본성이 가득한 어두운 사회의 이면에서 의미없는 죽음을 당한 이들에게 살아남은 자들이 행하는 행동거지들이 짜증이 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여하튼 조직이라는 울타리속에서 자신만의 정의를 실천하던 보슈가 이런 저런 충돌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영역에서 또다른 정의를 찾아나서지만 역시나 이번 작품속에서도 보슈는 조직이라는 거대한 벽과 마주치고 자신의 판단대로 그들과 외롭게 싸워나갑니다.. 주변의 도움을 주는 이들에게서 조차 언제나 보슈는 자신이 하고자하는 바를 고집스럽게 밀고 나갑니다.. 아무렴요, 그게 우리가 아는 해리 보슈니까 말입니다..

 

    아마도 이 작품 "로스트 라이트"가 해리 보슈 시리즈의 9편인가 봅니다.. 딱히 시리즈를 꼽아서 다 읽질 못해서 정확한 순서를 모르겠으나 이 작품부터 이후로는 사립 탐정 해리 보슈의 이야기로 구성이 되는거죠.. 전편이 "유골의 도시"였나요, 그때까지는 경찰로서의 해리 보슈의 느낌은 상당히 강렬한 권위적 느낌도 많이 있었을테고 그가 행동하는 죽은 자를 위한 정의에 사회적 장치가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었을테지만 이번부터는 그런 해리의 모습은 보기 드뭅니다.. 일개 개인의 한계가 그대로 드러납니다.. 사회적 권력을 등에 업지 못한 보슈는 더욱 외로워 보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더 치열해 보이기도 하다는 사실이 더 흥분이 되네요.. 사실 개인으로서의 해리 보슈가 찾아내는 단서들은 말그대로 사사건건 충돌하는 FBI의 뛰어난 존재들이나 예전 자신의 동료들이 조금만 집중했어도 해결가능했을 수도있었던 사건이었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조금 허술할 수도 있는 이야기의 구조이죠.. 하지만 여기에서조차 코넬리는 그들이 묵과하고 간과한 사건의 진실에 대한 그들의 배경과 시대적 상황과 어쩔 수 없이 외면하는 사회적 융통성과 관행이라는 근본적 의도를 심어놓습니다.. 코넬리이기에 가능한 이야기죠.. 전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야기의 흐름은 늘 그렇듯 끈끈하게 이어져 나갑니다.. 코넬리가 지향하는 보슈식의 스타일 그대로입니다.. 하나씩 단서를 찾아나가면서 이야기의 진행은 잔잔해 보이는 강물의 표면과는 달리 깊은 물속에서는 바다로 향해 묵직하면서도 거센 물살의 흐름을 뻗어나가는거죠... 늘 그렇듯 결코 가볍지가 않습니다.. 처음 코넬리를 접하는 독자들에게는 일반적인 대중적 취향의 속도감이 느껴지 않을지도 모를 일입니다만 한번 적응이 되어버린 코넬리식의 이야기는 일종의 중독증세로 이어지게 되는거죠.. 이 작품 "로스트 라이트" 역시 그런 느낌입니다.. 딱히 대중적 취향에 걸맞은 속도감이나 가벼운 입체적 느낌의 스릴러의 감성보다 더 묵직한 감이 있습니다... 처음 시작부터 조금씩 이야기를 이어나가면서 가속이 붙어나가는 느낌이 강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군데군데 보여지는 해리 보슈식의 심리적 문장의 묘사들은 언제나 읽는 즐거움이 가득합니다.. 사실 전 문장이나 문구를 독후감에 적는 경우가 거의 없는지라 여기서도 적진 않겠습니다만 마이클 코넬리가 보여주는 그만의 문장의 진득함은 다른 어떤 작가들이 따라올 수 없는 그만의 카리스마가 가득하다는거죠

 

   개인적으로는 해리 보슈를 접하고자 하시는 분들은 첫 작품인 "블랙 에코"부터 읽어보시는게 가장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에게도 가장 강렬한 보슈의 이미지를 심어준 작품이고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기도 하니까요.. 물론 재미적인 측면에서도 꾸준히 이어질 보슈시리즈의 시작점으로 제일 뛰어난 작품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그런 면에서 이번 작품은 9번째이다 보니 처음 접하시는 독자분들에게는 보슈라는 인물에 자연스럽게 스며드시기 어려운 부분이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또한 일본스타일의 동양적 감성이나 공감들과 작가가 배려한 독자들이 쉽게 적응하게 만드는 헐리우드식 입체적 이야기의 구조와 대화적 구성의 이야기들보다는 많이 지리한 느낌이 드실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앞에서도 말씀을 드렸듯이 한번 적응된 해리 보슈의 스타일은 쉽게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그만큼 개인적으로는 저에게 가장 강렬한 이미지로 각인된 스타일의 캐릭터가 해리 보슈이니까 말입니다.. 특히나 이번 작품의 마지막의 에필로그는 아주 좋더군요.. 무릎을 꿇은 해리 보슈의 모습이 무척 감동적이었습니다..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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