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샤쓰 길벗어린이 작가앨범 3
방정환 지음, 김세현 그림 / 길벗어린이 / 1999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만년 샤쓰

방정환
1
생물 시간이었다.
“이 없는 동물이 무엇인지 아는가?”
선생이 두 번씩 거푸 물어도 손 드는 학생이 없더니 별안간 “넷!” 소리를 지르면서 기운 좋게 손을 든 사람이 있었다.
“음, 창남인가. 어데 말해 보아.”
“이 없는 동물은 늙은 영감입니다!”
“예에끼!”  
하고 선생은 소리 질렀다.
온 반 학생이 깔깔거리고 웃어도 창남이는 태평으로 자리에 앉아 있다.
도덕 시간이었다.
“성냥 한 개피의 불을 잘못하야 한 동리 삼십여 집이 불에 타 버렸으니 단 한 개의 성냥이라도 무섭게 알고 주의해 써야 되는 것이니라.”
하고 열심으로 설명해 준 선생님이 채 교실 문 밖에도 나아가기 전에,
“한 방울씩 떨어진 빗물이 모이어 큰 홍수가 난 것이니 누구든지 콧물 한 방울이라도 무섭게 알고 주의해 흘려야 하나니라.”
하고 크게 소리친 학생이 있었다.
선생님은 그것을 듣고 터져 나오는 웃음을 억지로 참으면서 돌아서서,
“그게 누구냐? 아마 창남이가 또 그랬지?”
하고 억지로 눈을 크게 떴다. 모든 학생들은 킬킬거리고 웃다가 조용해졌다.
“네, 선생님 안 계신 줄 알고 제가 그랬습니다. 이담엔 안 그러지요.”
병정같이 우뚝 일어서서 말한 것은 창남이었다.
억지로 골낸 얼굴을 지은 선생님은 기어코 다시 웃고 말았다. 그래 아무 말 없이 빙그레 웃고는 그냥 나가 버렸다.
“아하하하하.”
학생들은 일시에 손뼉들을 치면서 웃어대었다.
○○ 고등 보통학교* 1학년의 2반 창남이는 반 중에서 제일 인기 좋은 쾌활한 소년이었다.
이름이 창남이요 성이 한가인 고로 ‘안창남’ 씨와 같다고 학생들은 모두 그를 보고 “비행사, 비행사.” 하고 부르는데 사실상 그는 비행사같이 시원스럽고 유쾌한 성질을 가진 좋은 소년이었다.
모자가 다 해어져도 새 것을 사 쓰지 않고 양복 바지가 해어져서 궁둥이에 조각조각을 붙이고 다니는 것을 보면 집안이 구차한 것도 같지만 그렇다고 단 한 번이라도 근심하는 빛이 있거나 남의 것을 부러워하는 눈치도 없었다.
남이 내 걱정이 있어 얼굴을 찡그릴 때에는 우스운 말을 잘 지어 내고 동무들이 곤란한 일이 있는 때에는 좋은 의견도 잘 꺼내는 고로 비행사의 이름은 더욱 높아졌다.
연설을 잘 하고 토론을 잘 하는 고로 1반하고 내기를 할 때에는 언제든지 창남이 혼자 나아가 이기는 셈이었다.
그러나 그의 집이 정말 가난한지 넉넉한지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었고 또 그의 집이 어데인지도 아는 사람이 없었다. 아무도 그 가는 쪽으로 가는 학생이 없었고 가끔 그 뒤를 쫓아가 보려고도 하였으나 모두 중간에서 실패하고 말았다. 왜 그런고 하니 그는 날마다 이 십 리 밖에서 학교를 다니는 까닭이었다.
그는 다른 우스운 말은 가끔가끔 하여도 자기 집안일이나 자기 신상에 관한 이야기는 말하는 법이 없었다. 그것을 보면 입이 무거운 편이었다.
그는 입과 같이 궁둥이가 무거워서 운동틀(철봉)에서는 잘 넘어가지 못하여 늘 체육 선생께 흉을 잡혔다.
하학한* 후에 학생들이 다 돌아간 후에도 혼자 남아 있어서 운동틀에 매어 달려 땀을 흘리면서 혼자 연습을 하고 있는 것을 동무들은 가끔 보았다.
“얘, 비행사가 하학한 후에 혼자 남아서 철봉 연습을 하고 있더라.”
“땀을 뻘뻘 흘리면서 혼자 애를 쓰더라.”
“그래 인제는 좀 넘어가데?”
“웬걸, 한 이백 번이나 넘어 연습을 하면서 그래도 혼자 못 넘어가더라.”
“그래 맨 나중에는 자기가 자기 손으로 그 누덕누덕 기운 궁둥이를 자꾸 때리면서 ‘궁둥이가 무거워, 궁둥이가 무거.’ 하면서 가더라!”
“자기가 자기 궁둥이를 때려?”
“그러게 괴짜지.”
“아하하하하하하.”
모두 웃었다.
어느 모로든지 창남이는 반 중의 이야깃거리가 되는 몸이었다.

2
겨울도 겨울, 몹시도 추운 날이었다.
혹혹 부는 이른 아침에 상학종*은 치고 공부는 시작되었는데 한 번도 결석한 일이 없는 창남이가 이 날은 오지 않았다.
“호외*일세, 호외야! 비행사가 결석을 하다니.”
“엊저녁 그 무서운 바람에 어데로 날러간 게지.”
“아마 병이 났나 부다. 감기가 든 게지.”
“이놈아, 능청스럽게 아는 체 말어라.”
1학년 2반은 창남이 소문으로 소근소근 야단들이었다.
첫째 시간이 반이나 넘어 지났을 때에 교실 문이 덜컥 열리고 창남이가 얼굴이 새빨개 가지고 들어섰다.
학생과 선생은 반가워하면서 웃었다. 그러고 그들은 창남이가 신고 서 있는 구두를 보고 더욱 크게 웃었다.
그의 오른편 구두는 헝겊으로 싸매고 또 새끼로 감아 매고 또 그 위에 손수건으로 싸매고 하여 퉁퉁하기 짝이 없었다.
“창남아, 오늘은 웬일로 늦었느냐?”
“네.”
하고 창남이는 그 괴상한 퉁퉁한 구두 신은 발을 번쩍 들고,
“오다가 길에서 구두가 다 떨어져 너털거리고 고로 새끼를 얻어서 고쳐 신었더니 또 너털거리고 또 너털거리고 해서 여섯 번이나 제 손으로 고쳐 신고 오느라고 늦어졌습니다.
그러고도 창남이는 태평이었다. 그 시간이 끝나고 쉬는 동안에 창남이는 그 구두를 벗어 들고 다 해어져서 너털거리는 주둥이를 손수건과 대님짝으로 얌전스럽게 싸매어 신었다. 그러고도 태평이었다.
따뜻한 날도 귀찮아하는 체육 시간이 이렇게 살이 터지게 추운 날 있었다.
“어떻게 이렇게 추운 날 체육을 한담.”
“또 그 무섭고 딱딱한 선생이 웃통을 벗으라 하겠지…… 아이그, 아찔이야.”
하고 싫어하는 체육 시간이 되었다.
원래 군인 다니던 성질이라 뚝뚝하고 용서성 없는 체육 선생이 호령을 하다가 그 괴상스런 창남이의 구두를 보았다.
“한창남! 그 구두를 신고도 활동할 수 있니? 뻔뻔하게.”
“네,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이것 보십시오.”
하고 창남이는 시키지도 않는 뜀도 뛰어 보이고, 달음박질도 하여 보이고 제자리걸음도 부지런히 해 보였다.
체육 선생도 어이가 없던지,
“음! 상당히 치료해 신었군.”
하고 말았다. 그리고 다시 호령을 계속하였다.
“전열만 삼 보 앞으로옷!”
“전후열 모두 웃옷 벗엇!”

3
죽기보다 싫어도 체육선생의 명령인지라 온 반 학생이 일제히 검은 양복 저고리를 벗고 샤쓰만 입은 채로 서 있고 선생까지 벗었는데 다만 한 사람 창남이가 벗지를 않고 있었다.
“한창남! 왜 웃옷을 안 벗니?”
창남이의 얼굴은 푹 수그러지면서 빨개졌다. 그가 이러기는 참말 처음이었다. 한참 동안 멈츳멈츳하다가 고개를 들고,
“선생님, 만년 샤쓰도 좋습니까?”
“무엇? 만년 샤쓰? 만년 샤쓰란 무어야?”
“매 매 맨몸 말씀입니다.”
성난 체육 선생은 당장에 후려 갈길 듯이 그의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가면서,
“벗어랏!”
호령하였다.
창남이는 양복 저고리를 벗었다. 그는 샤쓰도 적삼도 아무것도 안 입은 벌거숭이 맨몸이었다. 선생은 깜짝 놀라고 학생들은 깔깔 웃었다.
“한창남! 왜 샤쓰를 안 입었니?”
“없어서 못 입었습니다.”
그 때 선생의 무섭던 눈에 눈물이 돌았다. 그리고 학생들의 웃음도 갑자기 없어졌다. 가난! 고생! 아아, 창남이 집은 그렇게 몹시 구차하였던가…… 모두 생각하였다.
“창남아, 정말 샤쓰가 없니?”
눈물을 씻고 다정히 묻는 소리에,
“오늘하고 내일만 없습니다. 모레는 인천서 형님이 올라와서 사 줍니다.”
“음! 그럼 웃옷은 다시 입어라!”
체육 선생은 다시 물러서서 큰 소리로,
“한창남은 오늘은 웃옷을 입고 해도 용서한다. 그러고 학생 제군에게 특별히 할 말이 있으니 제군은 다 한창남 군 같이 용감한 사람이 되란 말이다. 누구든지 샤쓰가 없으면 추운 것은 둘째요, 첫째 부끄러워서 결석이 되더라도 학교에 오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오늘같이 제일 추운 날 한창남 군은 샤쓰없이 맨몸, 으응, 즉 그 만년 샤쓰로 학교에 왔단 말이다. 여기 섰는 제군 중에는 샤쓰를 둘씩 포개 입은 사람도 있을 것이요, 재킷까지 외투까지 입고 온 사람도 있지 않은가……. 물론 맨몸으로 오는 것이 예의는 아니야. 그러나 그 용기, 의기가 좋단 말이다. 한창남 군의 의기는 일등이다. 제군도 다 그 의기를 배우란 말야.”
만년 샤쓰! 비행사란 말도 없어지고 그 날부터 만년 샤쓰라는 말이 온 학교 안에 펴져서 만년 샤쓰라고만 부르게 되었다.

4
그 다음 날은 만년 샤쓰 창남이가 늦게 오지 않았건마는 그가 교문 근처에까지 오자마자 온 학교 학생이 허리가 부러지게 웃기 시작하였다.
창남이가 오늘은 양복 웃저고리에 바지는 어쨌는지 얄따랗고 해어져 뚫어진 조선 겹바지를 입고 버선도 안 신고 맨발에 짚신을 끌고 뚜벅뚜벅 걸어온 까닭이었다.
맨가슴에 양복 저고리. 위는 양복 저고리 아래는 조선바지(그나마 다 뚫어진 겹바지) 맨발에 짚신. 그 꼴을 하고 이십 리 길을 걸어왔으니 행길에서는 오죽 웃었으랴.
그러나 당자*는 태평이었다.
“고아원 학생 같으니, 고아원야.”
“밥 얻어먹으로 다니는 아이 같구나.”
하고들 떠드는 학생들 틈을 헤치고 체육 선생이,
“무슨 일인가?”
하고 들여다보다가 창남이의 그 꼴을 보고 놀랐다.
“너는 양복 바지를 어찌했니?”
“없어서 못 입고 왔습니다.”
“어째 그렇게 없어지느냐? 날마다 한 가지씩 없어진단 말이냐?”
“네! 그렇게 하나씩 둘씩 없어집니다.”
“어째서?”
“네…….”
하고 창남이는 침을 삼키고서.
“그저께 저녁에 바람이 몹시 불던 날 저희 집 동리에 큰 불이 나서 저희 집도 반이나 넘어 탔어요. 그래서 모두 없어졌습니다.”
듣기에 하도 딱해서 모두 혀끝을 찼다.
“그렇지만 양복 바지는 어저께도 입고 있지 않었니? 불은 그저께 나고…….”
“네, 저희 집은 반만이라도 타다가 남어서 세간도 더러 건졌지만 이웃집이 십여 호나 모두 타 버린 고로 동리가 야단들이야요. 저는 어머니하고 단 두 식구만 있는데 집은 반이라도 남았으니까 먹고 잘 것은 넉넉해요. 그런데 동리 사람들이 먹지도 못하고 자지도 못하게 되야서 야단이지요. 그래 저희 어머니께서는 ‘우리들은 먹고 잘 수가 있으니까 벌거벗는 것만 면하면 살 수가 있으니 두 식구가 당장에 입을 것 한 벌씩만 남기고는 모두 길거리에 떨고 있는 동리 사람들께 나눠 드려라.’ 하시는 고로 어머니 옷, 제 옷을 모두 동리 어른들께 드렸답니다. 그러구 양복 바지는 주지 않고 제가 입고 있었는데 저희 집 옆에서 숯 장사 하던 영감님이 병든 노인인 고로 하도 춥다 하니까 보기에 딱해서 어제 저녁에 마저 벗어 주고 저는 가을에 입던 해진 겹바지를 꺼내 입었습니다.”
모든 학생들은 죽은 듯이 고요하고, 고개들이 말없이 수그러졌다. 선생님도 고개를 숙였다.
“그래 너는 네가 입을 샤쓰까지 버선까지 다 벗어 주었단 말이냐?”
“아니오. 버선과 샤쓰뿐만은 한 벌씩 남겼는데 저희 어머니가, 입었던 옷은 모두 남에게 주어 놓고 앉어서 추워서 발발 떠시는 고로 제가 ‘어머니, 저의 샤쓰라도 입으실까요?’ 하니까, ‘네 샤쓰도 모두 남 주었는데 웬 것이 두 벌씩 남어 있겠니?’ 하는 고로 저는 제가 입고 있는 것 한 벌뿐이면서도 ‘네, 두 벌 남었으니 하나는 어머니 입으시지요.’ 하고 입고 있던 것을 어저께 아침에 벗어 드렸습니다. 그러니까 ‘네가 먼길에 학교 가기 추울 터인데 둘을 포개 입을 것을 그랬구나.’ 하시면서 받아 입으셨어요. 그러고 하도 발이 시려 하시면서 ‘이 애야 창남아, 너 버선도 두 켤레가 있느냐?’ 하시기에 신고 있는 것 한 켤레뿐이건마는 ‘네, 두 켤레올시다. 하나는 어머니 신으시지요.’ 하고 거짓말을 하고, 신었던 것을 어저 저녁에 벗어 드렸습니다. 저는 그렇게 어머니께 거짓말을 하였습니다. 나쁜 일인 줄은 알면서도 거짓말을 하였습니다. 오늘도 아침에 나올 때에 ‘이 애야, 오늘같이 추운 날 샤쓰를 하나만 입어서 춥겠구나. 버선을 잘 신고 가거라.’ 하시기에 맨몸 맨발이면서도 ‘네, 샤쓰도 잘 입고 버선도 잘 신었으니까 춥지는 않습니다.’ 하고 속이고 나왔어요. 저는 거짓말쟁이가 되었습니다. ”
하고 창남이는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네가 거짓말을 하드래도 어머니께서는 너의 벌거벗은 가슴과 버선 없이 맨발로 짚신 신은 것을 보시고 아실 것이 아니냐?”
“아아, 선생님…….”
하는 창남이의 소리는 우는 소리같이 떨렸다. 그러고 그의 수그린 얼굴에서는 눈물 방울이 뚝뚝 그의 짚신 코에 떨어졌다.
“저희, 저희 어머니는 제가 여덟 살 되던 해에 눈이 멀으셔서 보지를 못하고 사신답니다.”
체육 선생의 얼굴에도 굵다란 눈물이 흘렀다. 와글와글하던 그 많은 학생들이 자는 것같이 고용하고 훌적훌적 훌적거리며 우는 소리만이 여기서 저기서 조용히 들렸다.

-<<어린이>>, 1927년 3월

*고등 보통 학교: 중학교와 고등 학교가 하나로 되어 있는 학교.
*하학한: 공부가 끝난.
*상학종: 공부 시작을 알리는 종.
*호외: 갑자기 큰 사건이 났을 때 임시로 내는 신문. 여기서는 큰 사건이라는 뜻.
*당자: 바로 그 사람. 여기서는 창남이.
 - 펌: 이가령 선생님의 해야해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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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맛이 좋기로 유명한 어떤 커피 전문점 사장님이 이런 말을 하셨습니다. 자기가 커피전문점을 내기 위해서 커피 맛이 좋다고 소문난 집들을 다니면서 맛을 보기 시작했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때마다 아무리 새로운 맛을 느껴보려고 해도 잘 느껴지지가 않았다고 하더군요.

그러다가 한번은 친구와 이야기를 하면서 커피를 마시다 보니 아 그 맛이 아주 일품이더래요. 햐, 이 집 커피 맛 참 좋다. 여기가 어디지? 하고 보니 전에 자기가 들렀던 곳이거든요. 그 때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 무엇을 의무로 할 때와 즐거움으로 할 때 이렇게 차이가 나는구나 했답니다. 너무 "정신 차려" 하고 있었을 때는 미각도 긴장을 해서 그 기능을 다 하지 못하고, 그것을 자꾸 이성으로(맛을 느끼는 것은 감각인데요) 판단을 하려 하니 어려웠던 것이지요. 그랬던 것이 편안한 마음으로 커피를 즐기자 미각도 다시 살아난 것입니다.

"놀이"는 아이들에게 아주 중요한 생활입니다. 그 놀이를 하면서 아이들은 즐거움을 만끽합니다. 또 신체를 단련시키고 발달시키는 데에 "놀이"처럼 좋은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놀이를 하면서 "나는 지금 신체를 단련시키고 있어." 하고 생각하는 아이는 아마 하나도 없을 것입니다. 그저 놀이 안에 빠져서 목마른 것도 배고픈 것도 추운 것도 느낄 틈이 없도 없습니다. 어떤 의무감에서가 아니라 즐거움으로 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원리가 학습에 적용되면 좋겠다 생각합니다. 교육은 의무라는 생각 대신에 배우는 것은 기쁨이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도록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일이 아닐까요? 그런데 오늘날 아이들에게 퍼져 있는 배운다는 것에 대한 느낌은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아마 감옥 같은 무엇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아이들이 "지금 나는 배우고 있어."라는 것을 느끼기 시작하면 교육 방식에 뭔가 잘못이 있다고 생각해도 틀리지 않습니다. 어떤 일을 즐겁게 하고 나서 "아, 내가 참 좋은 것을 배웠구나." 하고 느낄 때 그 지적 희열은 더 커지리라 생각합니다.

가르치는 사람들도 "나는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는 어떤 직업적인 태도에서 조금 자유로웠으면 좋겠습니다.
독서나 글쓰기 교육은 수학 같이 어떤 공식을 적용하고 준비된 해답을 얻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밖에서 들어온 자극을 수렴해야 하는 부분도 있지만, 못지 않게 내 안의 것을 발산하고 확산시키는 일도 아주 중요하지요. 마치 자기 안에서 솟아올라오는 것을 자연스럽게 바깥 세계로 흘러 넘치게 하는 샘물 같이 되도록....

편안한 마음으로 마치 놀이하듯이 빠져드는 교육,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 사이의 친밀한 신뢰감이 형성되었을 때 성큼 한 걸음 다가갈 수 있습니다. 무언가를 가르치겠다는 욕심은 잠시 수면 아래 내려놓고 아이들의 처지에 서서 아이들의 마음을 읽고 헤아려 주는 일부터 시작해보면 참 좋겠다 싶습니다.
 

-이가령 해야 해야 중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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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어른들에게 많은 것을 배우면서 자랍니다. 어른들은 알게 모르게 아이들에게 말과 행동으로 본을 보이면서 살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들은 우리 아이들이 생명을 가진 모든 것을 귀하게 여기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으로 자라나길 바라기도 합니다.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에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마음, 정말 중요한 것이 아닐까요? 작은 생명을 소중히 여길 줄 알아야 큰 생명도 소중히 여길 줄 알게 되는 것이겠지요.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이 어쩌다 나무나 꽃을 꺽게 되면 "꽃도 꺾이면 아프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그런 일이 자꾸 되풀이되면 엄하게 꾸짖기도 하면서 아이들의 나쁜 버릇을 고쳐주려고도 합니다.

하지만 만약에 지도하는 사람은 정작 꽃이 꺾이건 밟히건 전혀 가엾게 생각하지 않으면서 말로만 가르치려고 한다면 그것은 교육적인 효과로 연결되지 못한다고 하지요. 아이는 표면적으로는 어른의 "가르침"에 순종하는 것 같지만, 그 사람이 실제로 슬퍼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을 느낌으로 압니다. 그러니 그런 입으로만 하는 가르침을 진심이라고 납득하진 않는다는 것입니다. 납득하지 못하는 않는 일이 몸으로 구현될 리가 없습니다. 진실로 꽃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어린이가 꽃을 꺾었을 때 문득 나타낸 노여움이나 슬픔의 표정이 절로 어린이에게 무엇인가를 전달하게 마련입니다.

참으로 두렵게도, 지도하는 사람은 자신의 감성. 인격, 기량, 덕성 등의 정도 이상으로 아이들을 가르칠 수 없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아이들에게 내가 전달해 주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그것을 미리 내가 안에 품고 있어야 하는 것이지요. 누군가를 가르치겠다는 마음을 먹은 사람들이 꼭 새겨두어야 할 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펌- 이가령의 해야해야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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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관심 먼저 꿰뚫어라"

1. 아이들이 좋고 싫음을 표현하기 시작하면 직접 책을 고르도록 돕는다.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자신을 위한 책을 자신이 직접 고르게 한다.

2. 지역 도서관의 어린이 도서 코너를 면밀히 조사하고 어린이 책 전문 사서에게 조언을 구한다. 어린이 책 사서는 책과 어린이 양쪽을 두루 잘 알고 있어 많은 도움이 된다.

3. 아이들의 관심을 먼저 꿰뚫어 보고 난 다음에 아이들이 관심을 나타내는 책이 있는 곳으로 이끈다.

4. 친척이나 친구들에게 그들의 자녀들이 재미있게 읽었던 책에 대해 조언을 구한다. 가끔씩 책을 교환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5. 아들, 딸이 책을 좋아하지 않으면 그대로 내버려두라. 강제로 책 읽기를 권하면 역효과만 날 뿐이다.

6. 아이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책은 읽고 또 읽는다.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어렸을 때 읽었던 책을 읽더라도 인내심을 가지고 이해하라.

7. 여러 도서 관련 단체에서 추천한 책의 목록을 눈여겨 본다.

8. 다양한 장르의 책을 소개하고 아이들의 반응을 잘 살펴야 한다. 가슴으로 느껴지는 책이 아이에게는 좋은 책이다.

9. 열심히 크게 소리내어 읽을 수 있는 책을 찾아라.

10. 부모의 역할은 아이들에게 독서의 즐거움을 가르켜주는 것이라는 사실을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LA 중앙 (http://la.joongangusa.com)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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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들이 사는 나라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6
모리스 샌닥 지음, 강무홍 옮김 / 시공주니어 / 200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미국에서 가장 훌륭한 어린이 동화작가로 손꼽히는 '모리스 센닥'의 작품으로 칼데콧상을 받은 작품이다. 

칼데콧 상은 한 해 동안 미국에서 출간된 모든 그림책 중 미국 도서관 협회에서 가장 우수하다고 평가하는 단 한 권의 책에만 수여되는 상이다.  

작가는 수상소감으로 "어린이 동화책은 어린이의 고민과 고통을 그려내야만 어린이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 고 말했다.

어려서부터 병약한 몸으로 주로 집에서만 지내며 아버지가 읽어주는 동화를 듣고 자란 영향으로  샌닥은 어린이를 관찰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자기 안에 살고 있는 어린이를 발견해내는 데에 뛰어난 재능을 가진 작가라는 평을 받고 있다.  

어른들의 눈으로 꿰어 맞춘 어린이가 아니라 제 나이만큼의 생각과 고민을 가진 '진짜 아이들'이 등장하여 어린이들에게 마치 자신의 이야기처럼 느낄 수 있게 한다.그는 어린이들 눈높이에 맞추어 어린이들과 함께 보고 느끼고 경험한 것을 정확한 그림으로 표현해내고 있다.

아이들만 누릴 수 있는 환상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드 는 세계가 화면 가득히 펼쳐진다.  

말썽꾸러기 맥스는 엄마로부터 '괴물딱지'라고 혼이 나자 '엄마를 잡아먹어 버리겠다'고 대들고 엄마는 맥스를 방안에 가둬버리는 장면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엄마에게 혼이 나고 어디론가 도망가버리고 싶을때 아이들이 가질 수 있는 상상의 도피처가 괴물나라  이고 맥스를 가둬둔 방은 나무가 쭉쭉 자라나 울창한 숲이 된다. 

 맥스는 괴물들의 왕이 되어 엄마에게 늘 통제받던 삶에서 벗어나 괴물들을 호령하며 마음껏 뛰어놀고 축제를 벌이며 자유를 만끽한다.  

이 책이 처음 출간되었을 당시 엄마에게 대드는 아이의 모습때문에 부모님들로부터 비교육적인 책이라며 비난이 빗발쳤다고 한다. 

하지만 즐거운 생활도 잠시 곁에서 늘 따뜻하게 돌보아주던 엄마의 부재를 깨달은 맥스는 괴물왕을 기꺼이 벗어던지고 일상의 엄마곁으로 돌아온다. 

돌아온 방에는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는 밥이 있고 엄마의 사랑이 방안 가득히 배어있다. 

엄마의 잔소리와 훈육에 시달린 아이들이 누구나 한번쯤은 꿈꿔볼 수 있는 상상의 나라이다. 

무서워하는 대상인 괴물을 마음껏 호령하는 만만한 상대로 그린것 또한 아이의 '괴물'에 대한 두려움을 역으로 반영한 아이심리를 엿볼 수 있는 점이다. 

남자 아이들은 더우기 '괴물'이나 '공룡'등 자기들보다 월등히 힘이 세어 보이는 대상에 대한 동경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아이들의 마음을 잘 엿볼 수 있는 점이 특히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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