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맛이 좋기로 유명한 어떤 커피 전문점 사장님이 이런 말을 하셨습니다. 자기가 커피전문점을 내기 위해서 커피 맛이 좋다고 소문난 집들을 다니면서 맛을 보기 시작했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때마다 아무리 새로운 맛을 느껴보려고 해도 잘 느껴지지가 않았다고 하더군요.

그러다가 한번은 친구와 이야기를 하면서 커피를 마시다 보니 아 그 맛이 아주 일품이더래요. 햐, 이 집 커피 맛 참 좋다. 여기가 어디지? 하고 보니 전에 자기가 들렀던 곳이거든요. 그 때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 무엇을 의무로 할 때와 즐거움으로 할 때 이렇게 차이가 나는구나 했답니다. 너무 "정신 차려" 하고 있었을 때는 미각도 긴장을 해서 그 기능을 다 하지 못하고, 그것을 자꾸 이성으로(맛을 느끼는 것은 감각인데요) 판단을 하려 하니 어려웠던 것이지요. 그랬던 것이 편안한 마음으로 커피를 즐기자 미각도 다시 살아난 것입니다.

"놀이"는 아이들에게 아주 중요한 생활입니다. 그 놀이를 하면서 아이들은 즐거움을 만끽합니다. 또 신체를 단련시키고 발달시키는 데에 "놀이"처럼 좋은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놀이를 하면서 "나는 지금 신체를 단련시키고 있어." 하고 생각하는 아이는 아마 하나도 없을 것입니다. 그저 놀이 안에 빠져서 목마른 것도 배고픈 것도 추운 것도 느낄 틈이 없도 없습니다. 어떤 의무감에서가 아니라 즐거움으로 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원리가 학습에 적용되면 좋겠다 생각합니다. 교육은 의무라는 생각 대신에 배우는 것은 기쁨이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도록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일이 아닐까요? 그런데 오늘날 아이들에게 퍼져 있는 배운다는 것에 대한 느낌은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아마 감옥 같은 무엇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아이들이 "지금 나는 배우고 있어."라는 것을 느끼기 시작하면 교육 방식에 뭔가 잘못이 있다고 생각해도 틀리지 않습니다. 어떤 일을 즐겁게 하고 나서 "아, 내가 참 좋은 것을 배웠구나." 하고 느낄 때 그 지적 희열은 더 커지리라 생각합니다.

가르치는 사람들도 "나는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는 어떤 직업적인 태도에서 조금 자유로웠으면 좋겠습니다.
독서나 글쓰기 교육은 수학 같이 어떤 공식을 적용하고 준비된 해답을 얻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밖에서 들어온 자극을 수렴해야 하는 부분도 있지만, 못지 않게 내 안의 것을 발산하고 확산시키는 일도 아주 중요하지요. 마치 자기 안에서 솟아올라오는 것을 자연스럽게 바깥 세계로 흘러 넘치게 하는 샘물 같이 되도록....

편안한 마음으로 마치 놀이하듯이 빠져드는 교육,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 사이의 친밀한 신뢰감이 형성되었을 때 성큼 한 걸음 다가갈 수 있습니다. 무언가를 가르치겠다는 욕심은 잠시 수면 아래 내려놓고 아이들의 처지에 서서 아이들의 마음을 읽고 헤아려 주는 일부터 시작해보면 참 좋겠다 싶습니다.
 

-이가령 해야 해야 중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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