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태 할아버지가 온다 네버랜드 우리 걸작 그림책 8
박연철 글.그림 / 시공주니어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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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돌이 지난 우리 큰아이가 세상에서 가장 무서워하는 존재가 바로 '망태 할아버지'랍니다. 

왜냐하면, '망태 할아버지'는  잠 안자는 아이는 올빼미로 만들어버리고, 우는 아이는 입을 꿰매버리고 말 안듣는 아이는 새장속에 가둬버리기 때문이지요. 

아이에게 이 책을 처음 읽어주던 날 표지에 실린 아이의 표정만으로도 충분히 분위기를 잡을 수 있었고 책 장정을 넓게 펼쳐서 망태 할아버지의 길다란 손을 보여주었더니 굉장한 공포감을 느꼈답니다. 

구연동화 하는 것처럼 정성스럽게 리듬을 주고 무서워하는 아이의 목소리와 엄마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를 연기했더니 급기야 책을 다 읽고 난 후에 큰 아이가 "엄마~~무서워"하며 엉엉 우는 것이었어요. 

얼굴도 나오지 않은 망태 할아버지를 어쩜 이렇게 무서워하는지 정말 신기했지요. 

그런데도 아이는 매일 매일 읽을 책을 골라오라고 하면 이 책을 집어오며 "망태 할아버지 읽어줘~"합니다. 이 책을 처음 읽어준 날부터 거의 한 두달 이상은 이 책이 닳도록 읽었던 것 같아요. 

우리 부부가 너무 자주 써먹은 '망태 할아버지'를 이젠 이녀석이 자기 할아버지쯤으로 아는지 잘못한 일이 있으면 스스로 "엄마, 치카치카 안하면 망태 할아버지가 잡아가지요~~"하며 선수를 칩니다. 

사용된 색감이 어둡고 무채색인데도 아이가 좋아하고 책의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며 책 내용에 사용된 장치들을 캐치하고 알아차릴 때 참 흐뭇하답니다. (예를 들어 책의 끝부분에 '망태 할아버지'가 잡아갔던 건 정작 아이가 아니라 엄마였던 표시 등등) 읽을수록 새록새록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아이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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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님 안녕 하야시 아키코 시리즈
하야시 아키코 글ㆍ그림 / 한림출판사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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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기 첫 그림 책이었던 '달님 안녕'이다. 첫 아이를 낳고 아이의 시각을 전혀 몰랐던 나는 '뭐 이렇게 단조로운 그림을 좋아할까' 싶었는데 ,, 왠걸 네살이 된 우리 첫 아이와 돌이 갓 지난 둘째 아이가 함께 보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참 신기하기까지 하다. 하늘에 걸린 달을 보며 길을  걸을 때 책에서 보던 달님에게 '안녕 안녕'인사도 잘하고  

몇 줄 적히지 않은 글자는 글은 못 읽어도 다음 페이지 대사를 먼저 한다.  

'쉬운 책이 좋은 책' 인지 깜깜한 집에 불이 환히 들어 온 것만으로도 아이들이 좋아한다.  "엄마, 밤에는 밖이 깜깜하지요?" 하며 나름 자기들만의 상상으로 행복해한다. 

 두고 두고 질리지않고 읽는 달님 책 별 다섯! 

 <이가령 선생님 해야해야-펌글>

아기들은 아기들 나름대로 좋아하는 책이 있는가 봅니다. 어른들이 보기에 너무 좋아 권해도 아기들에겐 외면당하는 책이 있는가 하면 어른들이 보기에는 너무 단순하고 재미없을 듯한데도 아기의 손에서 떠나지 않는 그런 책이 있지요. 이 책은 바로 그런 책입니다. 읽고 또 읽고, 보고 또 보고해도 항상 아이들이 읽어달라고 하지요. 아마 조금 귀찮으실지도 모를 책입니다. 자꾸만 자꾸만 보여달라구 해서 말입니다.

이 책은 노란 달님과 고양이 두 마리, 달님을 살짝 가려버리는 심술쟁이 먹구름, 엄마 손을 잡고 밤 산책을 나온 아가가 주인공입니다.

어두운 청색의 밤하늘을 배경으로 노란 달님이 책장을 넘길 때마다 얼굴 표정을 달리하면서 나타납니다. 그런데 그 달님의 표정이 아주 재미있습니다.
또 밤하늘의 짙은 감청색과 달님의 노란색...이 둘의 분명한 색상대비는 보는 아기들의 마음을 사로잡지요. 분명하게 대비되는 선명한 색상...아기들이 아주 좋아하는 구도입니다.

거기에 지붕위에 있는 고양이 두 마리의 모습, 그리고 엄마 손을 잡고 달 구경을 나온 아이의 좋아하는 모습이 단순하고 깔끔하게 처리되어 있습니다. 책의 내용 역시 아주 단순합니다. 이것 역시 아기들의 시선을 끌어 당기는 요인이지요. 또한 큰고 자꾸 반복해서 나오는 글씨는 아기들이 글씨를 금방 눈에 익히게 해줍니다. 노란 둥근 달을 살짝 가려 버리는 구름의 이야기에도 아기들은 아주 진지하게 반응을 보일 것입니다.

그림도 간결하고 내용도 간결하고...거기다가 자꾸자꾸 반복되는 인사말.. 이런 것들은 모두 아기들의 흥미를 불러 일으키기 충분합니다. 또 달을 사람처럼 생각하고 말하는 문장이 리듬을 타고 생동감있게 잘 전달되어옵니다. 항상 아기들의 눈높이에서 사물을 바라보는 하야시 아키코의 재능이 돋보이는 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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괭이부리말 아이들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양장본
김중미 지음, 송진헌 그림 / 창비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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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미 선생님의 책을 처음 읽었다. 

'괭이부리말은 인천에서도 가장 오래된 빈민 지역이다.'라고 작가는 이야기를 시작한다. 빈민 지역에 사는 아이들의 이야기이다. 어른의 시각이 아닌 아이들의 일상과 아이들의 눈으로 어려운 현실과 상황을 접하게 된다. 등장인물도 단조롭고 스토리도 복잡하지 않다. 그들의 피폐하고 해결하기 어려운 삶에 비하면. 

숙자,숙희 쌍둥이네, 동수 동준이네,  유도 아저씨 영호와 김명희 선생님이 주된 등장인물이다. 후반에 동수친구 말더듬는 명환이와 크리스마스에 버려진 아이가 한명 등장하는 정도로 인물구성이 단조롭다. 

주정뱅이 아버지와 집을 나간 엄마, 돈을 벌러 나간 아빠와 소식을 알 수없는 엄마, 공사장에서 일을 하다 처참하게 죽은 아빠와 동생을 임신한 엄마. 크리스마스 전날 남의 집앞에 아들을 버린 아빠. 죽을 만큼 매일 두드려 패는 아빠와 차라리 밖에서 살고 들어오지 말라고 만류하는 엄마. 이런 부모를 둔 아이들의 이야기이다. 

이렇게 생활은 비참한데도 아이들은 아이들만이 가질 수 있는 힘으로 삶을 지탱해 나간다. 좁디 좁은 골목에서 서로의 삶을 거울처럼 들여다보며 서로에게 힘이 되고 가족이 되고 살아 나가는 끈이 된다. 이 아이들의 한 가운데에 최근에 어머니와 사별한 유도아저씨 영호가 있다.  

한 사람의 힘이 얼마나 큰지를 영호가 보여준다. 아이들이 보아 아저씨이지 영호도 사실은 20대의 젊은 청년이다. 자궁암으로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영호는 마을을 떠나지 않고 대신 마을에 사실상 버려진 아이들을 차마 외면하지 못하고 거두어 사람으로 만들어 나간다. 길을 잃고 방황하는 사춘기 아이들과 부모 사랑을 모르고 자란 아이들에게 밥을 주고 정을 주고 가족이라는 개념을 준다. 

영호의 초등학교 동창이던 선생님이 된 명희가 괭이부리말로 이사를 오는 장면은 정말 뜻하는 바가 크다. 숙자네 다락방으로 이사오던 날 명희가 한 얘기가 인상 깊다. "다시는 혼자만 올라가기 위해 발버둥치지 않겠다"는 다짐이 담긴 말 이었는데 책을 덮고 난 다음에도 두도두고 이 말이 떠올랐다. 다시는 괭이부리말로 고개조차 돌리고싶지 않았던 명희가 스스로 집안의 반대를 무릎쓰고 괭이부리말 아이들에게로 돌아오는 장면에서 '사람은 변할 수 있다'와 '사람을 변화 시키는 힘도 사람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난하고 어려운 아이들의 삶이 주는 배움이 크다. 세상에 공짜란 없는 법이니 이 아이들의 고생이 헛된 것이 아닐것을 나는 믿는다. 어려움을 뚫고 추위를 뚫고 피어난 열매와 꽃이 더 크고 달것을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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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의 전화박스 아이북클럽 7
도다 가즈요 글, 다카스 가즈미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크레용하우스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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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지도사 공부를 하며 교재의 지문으로 만났던 책들을 읽고있다. 
'아이를 잃은 엄마 여우와 아픈 엄마와 떨어져 사는 소년' 의 이야기이다.

교재에서는 '아동 문학의 기능'중 예술성과 교훈성 중 어떤 것이 우선인가 의 해설 지문으로 다루었으며 이 책을 읽은 아이들이 '감동과 더불어 부모가 자식을 생각하는 마음과 함께 동물에 대한 친근한 마음까지도 알 수 있다'고 제시하고 있다.  

일본의 안데르센 이라 불리우는 '히로스케 동화상'을 받은 작품이다. 

작가에 관한 두줄 소개 외에는 작품을 쓴 동기라든지, 작가의 다른 작품의 세계라든지 등의 정보를 책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작가에 대해서 더 알아내려면 그의 다른 책들을 읽는 수 밖에 없는것 같다. 책 표지와 간략한 서지정보를 넘기고 나면 곧바로 본문 글을 읽게 된다.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한 듯 글씨는 큼직큼직하고 어려운 어휘들 없이 의성어, 의태어를 잘 살린 짧은 문장의 글이다. 

짧은 문장이 주는 단순함이 긴 호흡의 우회적인 표현보다  감동을 빨리 전해준다. 여우와 아이의 마음이 눈에 잡힐 듯 가깝게 느껴지니 초등학교 1.2학년의 아이들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집에서 편하게 거는 전화가 아니라 ,아이 혼자 산기슭까지 밤길을 걸어와서  아픈 엄마에게 까치발을 하며 어렵게 거는 전화는 독자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핸드폰이 요즘처럼 흔하지 않던 시절에는 누구나  전화박스에 기대어 누군가에게 다이얼을 돌리며 가슴 졸였던 기억을 갖고 있다. 전화번호를 누르고 신호음이 가기 시작할 때 그 신호음이 상대에게가 아닌 내 마음 한가운데서 메아리쳤던 기억또한 선명할 것이다.  전화부스는 단순한 고철로 된 차가운 밀폐공간이 아니라 따뜻함과 설레임을 가져다 주는 온기어린 '방'이었던 것이다. 

아이는 엄마 여우를 존재를 알지 못한다. 엄마와 떨어져 지내며 전화로 밖에 엄마를 만날 수 없는 아이를  지켜보는 엄마 여우의 마음이 존재 할 뿐이다. 행여 나타나서 아이가 놀랄까봐 아이앞에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는 깊은 마음을 갖고있다. 왜냐하면 살아있다면 저 아이와 비슷한 나이일 자기의 새끼여우와 사람의 아이를 동일시 하기 때문이다. 

색깔이 선명하지 않은 연한 파스텔톤의 은은한 삽화들이 대부분이다. 드러내서 자신을 보여주지 않는 엄마 여우의 마음처럼 이 책을 그린 삽화가도 이 책의 내용보다 자신의 그림이 두드러지기를 바라지 않는 듯 하다. 그 때문인지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의 잔잔한 파장을 계속 고요하게 유지할 수 있었다. 마지막 장면에서 전화박스로 변한 엄마여우가 아이의 말에 대답하며 행복해하는 장면은 작가의 역량이 충분히 드러난 부분이었다.  

부모의 마음으로 아이를 보내는 여우의 이별은 아이의 행복하고 낭랑한 희망으로 아름답게 빛나며 끝을 맺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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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삼관 매혈기
위화 지음, 최용만 옮김 / 푸른숲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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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책표지 겉장에 큼직한 blood가 뚝 한 방울 큼지막하게 걸려있다. 이 한 방울의 피는이 소설이 끝나는 마지막장 까지 내내 진한 감동을 뿌리며 날 붙잡아 두었다. '허삼관'이란 인물 위로 내가 본 많은 중국인들의 얼굴이 오버랩 되었다. 낡고 허름한 생활 속에서도 강인함과 여유가 돋보이던 곳.. 세차게 쏟아지는 빗줄기 속에서 어느 누구하나 뛰지 않고 느긋하게 걷던 모습..아직도 참 생생하다.

허삼관 이란 인물이 겪어낸 모진 삶은 단지 중국인에게만 국한되지 않는 우리에게도 낯익은 우리의 아버지들의 삶의 모습이면서도 생활을 부지하며 연명해 가는 도구로 매혈을 선택한데서 오는 가슴 뻐근한 긴장감을 중국인만의 그 특유의 낙천성으로 거뜬하게 이겨내는 과정은 책을 읽는 이로 하여금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안타까움을 안겨주었다.가진 것 없고 무기력하며 가난하기만 한 아버지가 몸 속의 피를 덜어내 가며 변해 가는 세 상에서 생명을 연명해 가는 처절한 모습과 함께 전개되는 과정은 오히려 코믹하기까지 하여 너무나 슬픈 장면에서 동시에 웃을 수밖에 없는 기이한 상황을 연출하게 하는 것이다. 피를 팔고 또 팔아 더 이상 팔 수 없는 상황에까지 치닫다가 이제 겨우 피를 팔지 않아도살수 있게 되었을 때 옛날 생각하며 유쾌하게 피를 팔러 갔다가 이제 더 이상 피를 팔 수 없게 된 자신의 늙은 모습을 깨닫게 된 허삼관이 느낀 북바치는 슬픔과 허무함을 삶을 함께 한 늙은 아내가 위로 해 주는 장면은 가히 이 책의 절정이라고 생각된다.

자주 '피'를 만지는 나로선 새삼스레 '피' 한 방울이 주는 의미를 곱씹게 되었다.인간복제가 가능한 시대가 되었지만 , 어떤 것으로도 '피'를 대신 할 순 없다.생명의 근원이며 인간이 최소한 살아갈 밑천으로 보유한 피를 팔아야만 살아갈 수 있었던 한 사람의 치열한 일생은 단지 그 사람의 삶의 방식으로만 치부해 버릴 수 없는 그 무엇이 있다. 이 책을 덮으며 피를 뽑으러 가기 전에 배를 움켜쥐고 다리를 꼬면서 마셔댔던 무지막지한 물의 양이 떠올라 슬그머니 또 웃음이 난다.우리의 이웃 아저씨만 같은 허삼관은 참으로 유쾌하고 눈물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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