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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의 전화박스 ㅣ 아이북클럽 7
도다 가즈요 글, 다카스 가즈미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크레용하우스 / 200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독서 지도사 공부를 하며 교재의 지문으로 만났던 책들을 읽고있다.
'아이를 잃은 엄마 여우와 아픈 엄마와 떨어져 사는 소년' 의 이야기이다.
교재에서는 '아동 문학의 기능'중 예술성과 교훈성 중 어떤 것이 우선인가 의 해설 지문으로 다루었으며 이 책을 읽은 아이들이 '감동과 더불어 부모가 자식을 생각하는 마음과 함께 동물에 대한 친근한 마음까지도 알 수 있다'고 제시하고 있다.
일본의 안데르센 이라 불리우는 '히로스케 동화상'을 받은 작품이다.
작가에 관한 두줄 소개 외에는 작품을 쓴 동기라든지, 작가의 다른 작품의 세계라든지 등의 정보를 책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작가에 대해서 더 알아내려면 그의 다른 책들을 읽는 수 밖에 없는것 같다. 책 표지와 간략한 서지정보를 넘기고 나면 곧바로 본문 글을 읽게 된다.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한 듯 글씨는 큼직큼직하고 어려운 어휘들 없이 의성어, 의태어를 잘 살린 짧은 문장의 글이다.
짧은 문장이 주는 단순함이 긴 호흡의 우회적인 표현보다 감동을 빨리 전해준다. 여우와 아이의 마음이 눈에 잡힐 듯 가깝게 느껴지니 초등학교 1.2학년의 아이들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집에서 편하게 거는 전화가 아니라 ,아이 혼자 산기슭까지 밤길을 걸어와서 아픈 엄마에게 까치발을 하며 어렵게 거는 전화는 독자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핸드폰이 요즘처럼 흔하지 않던 시절에는 누구나 전화박스에 기대어 누군가에게 다이얼을 돌리며 가슴 졸였던 기억을 갖고 있다. 전화번호를 누르고 신호음이 가기 시작할 때 그 신호음이 상대에게가 아닌 내 마음 한가운데서 메아리쳤던 기억또한 선명할 것이다. 전화부스는 단순한 고철로 된 차가운 밀폐공간이 아니라 따뜻함과 설레임을 가져다 주는 온기어린 '방'이었던 것이다.
아이는 엄마 여우를 존재를 알지 못한다. 엄마와 떨어져 지내며 전화로 밖에 엄마를 만날 수 없는 아이를 지켜보는 엄마 여우의 마음이 존재 할 뿐이다. 행여 나타나서 아이가 놀랄까봐 아이앞에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는 깊은 마음을 갖고있다. 왜냐하면 살아있다면 저 아이와 비슷한 나이일 자기의 새끼여우와 사람의 아이를 동일시 하기 때문이다.
색깔이 선명하지 않은 연한 파스텔톤의 은은한 삽화들이 대부분이다. 드러내서 자신을 보여주지 않는 엄마 여우의 마음처럼 이 책을 그린 삽화가도 이 책의 내용보다 자신의 그림이 두드러지기를 바라지 않는 듯 하다. 그 때문인지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의 잔잔한 파장을 계속 고요하게 유지할 수 있었다. 마지막 장면에서 전화박스로 변한 엄마여우가 아이의 말에 대답하며 행복해하는 장면은 작가의 역량이 충분히 드러난 부분이었다.
부모의 마음으로 아이를 보내는 여우의 이별은 아이의 행복하고 낭랑한 희망으로 아름답게 빛나며 끝을 맺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