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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이 고인다
김애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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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아비>에 이은 두번째 단편집. 역시 2년차 징크스인가. 속편은 늘 열등생인가. 전편에서 '아비'를 달리게 했던 기개는 사라졌고, 수다 떨듯 치밀한 묘사는 재탕이었고, 주변의 사소함을 긁어 모았던 소재 편력 역시 리바이벌이었다.
 물론 "침이 고인다"에서 주인공인 학원선생의 거의 완벽한 심리 묘사, 개인적으론 나의 고향이기도 한 노량진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 낸 "자오선을 지나갈 때", 서두에서 어머니와 관련된 일화의 작위성만 뺀다면 전작인 "달려라 아비"의 아버지와 견줌직한 어머니를 그렸던 "칼자국" 등은 불과 스물아홉이라는 작가의 어린 나이를 생각해본다면 그 타고난 글쟁이로서의 능력에 대해 부러움을 숨기기 힘들 것이다.
 나이를 봐서라도 당연히 진일보할 것처럼 보이는 그의 작품도 전작에 비해 훨씬 이뻐진 그의 작가 사진만큼이나 앞으로 충분히 기대할 수 있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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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기소하라 - '삼성' 그리고 부패한 권력사슬에 맞서 싸워온 노회찬의 보고서
노회찬 지음 / 정보와사람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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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노의원 팬클럽 회원의 입장에서 구입한 책.
 노의원 관련 기사나 글이나 인터뷰나 토론회를 관심있게 지켜봐온 터라 책의 내용이 유달리 새로운 면은 없었다.
 이미 잊혀져간 삼성 특검 전에 삼성 X 파일 사건도 있었다는 점을 새삼 상기하면서 삼성 특검 시작 즈음에 혹시? 하며 일말의 기대를 했던 내가 한심하게 느껴졌다.
 X 파일 사건 때부터 이미 삼성은 이 나라의 사법 체계쯤은 가소롭게 제낄 능력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학수와 홍사장이 만나 떡값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상당히 디테일하게 논했던 X 파일 사건은 노의원의 말대로 "도둑 잡아라!"라고 외친 시민더러 '도둑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처벌하고 정작 도둑에 대해서는 조사조차 하지 않은 셈이 된 것이다.
 독수독과론을 핑계로 명백한 불법 행위를 눈 감는 현실-오직 삼성에게만 통하는 이 관대한 처분이 앞으로도 영원히 반복될 것이란 사실에 몸서리가 처진다.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한 게 아니라 만 명만 평등하다"
"병원엔 5인실 2인실 독실 특실이 있지만 법 앞에도 그렇다.
사법부에 특실이 있어서야 되겠습니까?"
"재벌 감싸기를 넘어서서 재벌 앞에 엎드리기를 하고 있다"
"대한민국 검찰이 삼성그룹의 계열사가 아닌가, (주)검찰이 아닌가"

 

다시 들어도 몸서리 처지는 말이다. 촌철살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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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 한국 민주주의의 보수적 기원과 위기, 폴리테이아 총서 1
최장집 지음 / 후마니타스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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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최선생의 강의는 탁월했다. 명쾌했다. 거의 흠이 없었다.
 최선생이 말하는 바는 이러하다.
 한국 민주주의는 위기라는 것이고 그 위기의 기원과 원인, 현상, 대안을 밝힌다.
 냉전 반공이데올리기가 잉태한 이념체계가 협애한 보수정당의 탄생은 현재까지도 그대로 이어졌고, 그런 협애한 이념체계의 양당으로는 현재 사회 계층의 갈등을 담아낼 수 없다. 그 갈등을 담아내고 정책화하는 것이 정당이고 민주주의의 핵심은 정당이므로 현재 우리 사회 민주주의의 위기는 바로 그 정당의 약함에 있다는 것이다.
 또한 권위주의 정권 시절 마치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듯 성장 목표를 확정하고 그것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소수 재별을 육성, 그 목표를 달성케 한 결과 현재의 재벌은 무소불위의 파워를 갖게 되었고, 정권의 성장 목표를 위한 하위 파트너가 아니라 이제는 정치를 아래에 두고 경제를 위해 정치 따위는 기업에 걸림돌이 되며 아니고 싶다면 복종해야 한다는 논리까지 갖게 되었다. 오만방자한 슈퍼 재벌 삼성을 보면 이해하기 어렵지 않을 것이다.
 바로 그런 결과, 노동은 소외되고 노동은 약해졌고, 사회 중요 계층의 이익과 갈등을 대변하는 것이 민주주의라고 한다면 한국은 사회 경제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형성하고 있는 노동자의 정치참여를 금지시킴으로써 민주주의를 한다고 말하기에 부끄러운 지경에 이르렀다.
 협애한 이념체계의 보수 양당이 민주주의를 약하게 하며, 정당을 정치 엘리트들의 파벌 싸움판으로 희화화했고, 87년 이후 놀라운 속도로 줄어드는 투표율은 그에 대한 민중의 절망적 항의라 할 수 있겠다. 투표율이 낮다는 것을 탓할 수는 없다. 한나라당이 아니라면 다른 당이어야 하는데 비슷한 보수 양당의 존재가 사람들로 하여금 투표장으로부터 멀어지게 한 것이다. 자신들의 갈등과 이념을 대변할 정당의 부재는, 갈등은 민주주의의 엔진이라는 말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민주주의를 약하시킨 것이다. 보수양당끼리도 서로 차별점이 거의 없기에 갈등의 폭은 작고 갈등의 정도만 심하여 정치를 시장 투전판의 싸움 수준으로 떨어뜨린 것이다.
 여기에 보수 언론 재벌이 지배하는 여론은 민주주의를 더욱 보수화하고 약화시켰으며, 87년 이후 소위 민주 정부들이 들어선 이후 능력의 한계 자질의 한계 등으로 지지율은 땅에 떨어진 결과 오히려 관료들에게 의지하지 않으면 나라의 운영이 안될 정도로 관료는 강해졌고 국민에게 선출된 정권은 약해졌다.
 여기까지가 책을 읽고 생각나는대로 써본 것이고 초판 이후 개정판에선 후기가 초판과 달라진 내용이라 하여 반디앤루이스에서 서서 개략 읽었는데 역시 초판을 읽으며 좀 부족하다고 느낀 후반부의 민주주의를 위해 자유주의와 공화주의의 힘을 빌려오자고 한 부문이 삭제되어 있었다.
 왜 우리나라가 이 모양 이 꼴인지, 우린 이렇게밖에 살 수 없는지, 2MB는 왜 저 지랄인지, 한나라당은 왜 저 개판인지 그 근본부터 알고 싶다면, 그것은 결국 "바보야, 문제는 민주주의야" 라고 말해주고 싶으며 독자들께 일독을 강추한다.
 다소 두서없는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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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이기호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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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호, 문지, 2004>

 

 <이기호, 문학동네. 2006>

 

 형식에 한 표. 예전 <최순덕 성령 충만기>를 읽었을 때 썼던 글의 요지다. 작가는 성경의 텍스트와 어투, 장절 구분을 패러디하거나 피의자를 신문하는 문답 형식, 랩 형식 등 꼴리는대로 외연을 확장한다. 하지만 문제는 내연, 이라고 반문할 줄 알았던 것처럼 '백미러 사나이'에서 이기호 스타일로 심화된 내연을 멋지게 보여준다. 그 소설집에서 하나를 꼽으라면 '백미러 사나이'였다. 탁월했다.
 그러면 이번 소설집에서 그는 무엇을 더 보여줄 것인가? 읽어주는 소설? 패러그래프에 번호 매기기? 소제목 달기? 글쎄, 외연도 내연도 왠지 갈팡질팡한 모습이다.
 "뭐 이런 좆같은 소설이 다 있냐. 좆나 깨는 소설이네."(39쪽) 바로 그거다. 좆같지 않으면 깨는 것, 그게 있어야 이기호다운 것이다. 외연이든 내연이든 둘 중 하나, 좆같지 않으면 홀딱 깨야 이기호 소설의 존재가 증명된다.

 책 뒤편의 평론엔 성석제와 박민규 사이에 그가 있다고 했는데, 사이든 밖이든 안이든 옆이든 위든 아래든, 첫번째 소설집에서 보여준 새로움이 이번엔 없다는 게 문제다. 물론 언제까지고 색다른 형식을 눈씻고 찾을 순 없다, 그럴 필요도 없고 그럴 수도 없다. 그렇다면 그 다음은 뭐냔 말이냐. 그 다음이 없다면 그 전엔 왜 그랬냔 말이다. 갈팡질팡하다 우물쭈물대고 말았다. 다음 작품을 기대한다. 이번 소설집엔 '수인' 과 '갈팡질팡하다 내 이럴 줄 알았지'를 꼽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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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데기
황석영 지음 / 창비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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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최고의 소설.

 그래, 소설을 읽었다, 난. 서사가 사라진 시대, 문학이 파묻힌 거리, 리얼리즘이 내팽겨쳐진 하늘 아래, 소설을, 황석영의 소설을 읽었다. '읽는다'는 행위 자체도 그 수명을 가늠하기 힘든 요즘 황석영은 우리에게 문학을, 역사를, 현실을 읽게 했다. 읽으라 했다.

 우리에게 생명수는 존재하는가의 유무를 떠나 그 생명수를 마실 자격과 염치가 우리에게 있는가의 유무가 먼저일 터. "그런 게 있을 리가 있나. 저 안에 옹달샘이 있긴 하지만 그건 그냥 밥해먹는 보통 물이야"(280쪽)라는 말은 이창동이 <밀양>에서 카메라의 시선을 땅으로 옮기며 마무리한 것과 동일선상에서 논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숨겨진 태양과 찾기 힘든 생명수는 결국 우리네 삶에서 아무렇지 않게 숨쉬고 있다는 것을, 하늘 끝까지 뒤진다 해도 세상 끝까지 헤맨다 해도 결국 우리 옆에 있다는 것을.

 깨지고 밟히고 헤지고 물리고 죽이고 찌르는 세상-넋이라도 달래지 않으면 어이하리, 청천 하늘엔 잔별도 많고 우리네 살림엔 수심도 많네.

 

2007.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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