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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만원 세대 - 절망의 시대에 쓰는 희망의 경제학 ㅣ 우석훈 한국경제대안 1
우석훈.박권일 지음 / 레디앙 / 2007년 8월
평점 :
품절
081106 <88만원 세대> 우석훈 박권일, 레디앙, 2007 * *
‘세대’란 단어는 미디어를 통해 수십 번씩 옷을 갈아 입는다. X 세대, Y 세대, 낀 세대, 쉰 세대, 와인 세대 등등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이리 보아도 내 사랑 저리 보아도 내 사랑, 웬만하면 말이 되고 어쩌다가 말이 안 되기도 한다. 그 ‘세대’ 중 최근 가장 유행하는 것이 바로 ‘88만원 세대’일 것이다. 비정규직 평균 임금 119만원에 전체 임금과 20대의 임금 비율인 74%를 곱하면 88만원이란 것인데 더욱이 세전(稅前) 임금이란다. 800만이 넘는다고도 하고 1000만이 넘는다고도 하는 세계 최고의 비정규직 비율을 자랑하는 우리나라에서 대부분의 20대는 그 족쇄를 피해갈 수 없을 것이고, 그렇다면 평생을 88만원에서 119만원 사이의 월급으로 생활하는 사람이 태반일 것이란 결론이 나온다. 747공약이 백주대낮에 난무하는 이 축복 받은 땅에서 “이 무슨 뚱딴지 같은 임금이란 말인가!”라는 한탄에서 책은 쓰여졌고, 쉽게 읽혀졌다.
가장 먼저 문제를 제기하고 싶은 것은 저자가 주장하는 세대 간 착취라는 개념일 텐데 그것은 “40대와 50대 남자가 주축이 된 한국 경제의 주도 세력이 10대를 인질로 잡고 20대를 착취하는 형국”이라는 말로 요약된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이 주장의 타당성 여부라기 보다는 그 논거의 타당성이 빈약해 보인다는 점이다. 20대 후반에서야 독립하게 되는 우리의 경우와 10대 후반이면 그것이 완성되는 선진국의 예를 들면서 “노벨상을 타거나 세계적으로 존경 받을 만한 창조적 정신들은 자유롭게 자신의 삶을 살았던 서양 세계에서 많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말은 틀린 말은 아니지만 논거는 궤변에 가깝다. “10대 후반에 독립하고 동거를 경험”해야 뒤쳐지지 않는다니 논거라고 하기에도 어려운 부분이다.
한국 사회를 승자 독식의 시대나 패자부활전이 없는 사회라는 의견도 새로울 게 없어 보인다. 세대 간 경쟁을 분석하면서 조직폭력단, 다단계판매, 태권도 국가대표단 등을 예로 살펴본 것은 실소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다른 논의를 다 제쳐두고 내가 궁금한 것은 대안이었다. ‘88만원 세대’라는 유행어를 탄생시킨 이 책의 결론이 궁금했다. 저자는 “20대여, 토플책을 덮고 바리케이트를 치고 짱돌을 들어라”고 말하는데 노동조합으로 대변되는 바리케이트, 파업권인 짱돌을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그게 그냥 외치면 얻을 수 있는 권리인지 알 수가 없고, 88만원 세대의 상징적 짱돌이라며 예를 든, 20대의 1만 명 정도가 스타벅스에 가기를 거부하고 20대 사장이 운영하는 커피숍에 가보자며 그러면 20대 100명 정도가 경제적 삶의 출발점을 가질 수 있다는 말에선 웃을 힘도 나오지 않는다. “인간에 대한 예의를 한국 자본주의가 배우는 것”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라고 저자는 마무리하는데 너무 많이 들은 얘기라 5번째 재방송 보는 느낌이었다.
아쉽다. 논거의 앙상함과 결론의 식상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