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일의 독서일기 6 범우 한국 문예 신서 56
장정일 지음 / 범우사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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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디가 축소되는 대신 하모니가 점점 지배적인

08 0903 장정일 <장정일의 독서일기6> 범우사 2004  ****

읽은 지 넉 달이나 지난 후의 지각 독후감이라 그런지 읽었던 때의 느낌이 잘 살지 않는다. 여전히 장정일의 독서 나와바리는 나와는 거리가 멀고, 그래서 읽는 재미가 있다가도 없다가도 했다. 다시 펴보니 몇 군데 밑줄이 그어져 있는데 그거 몇 개 소개하는 걸로 지각 독후감에 출석 체크한다.

-가나다라를 깨우치고도 (오태석의) <자전거>를 읽어보지 않은 사람은 한국인으로 태어나서 누릴 수 있는 즐거움 가운데 하나를 맛보지 못한 사람이다.(14쪽)
-안동림의 <이 한 장의 명반>을 명반 가이드의 구약으로 삼고 김정환의 새 책을 명반 가이드의 신약으로 삼고자 했다.(15쪽)
-누군가 나에게 자동차 운전을 배우라고 했을 때, 땅끝마을을 가든 법주사를 가든 버스를 갈아타면서 쉬엄쉬엄 다녀오고 싶지 삼성맨이나 현대인처럼 자가용을 타고 당일치기로 갔다 오고 싶지 않다고 대답한 적이 있다.(23쪽)
-제왕적 대통령 박정희는 중앙정보부라는 환관에 의해 자신의 눈과 귀가 막혔을 뿐 아니라, 정보부장에게 죽임을 당했다.(45쪽, 미카무라 다이스케 <환관>)
-요 몇 년 동안 내게 가장 깊은 인상을 심어준 작가가 바로 폴 오스터(54쪽, 폴 오스터 <폐허의 도시>)
-<살모사의 눈부심>은 위대한 걸작이다(58쪽)
-근작에서는 멜로디가 축소되는 대신 하모니가 점점 지배적이 되어 간다(126쪽, 밀란 쿤데라 <향수>)
-과거의 지식인이 “드레퓌스는 무죄인가 유죄인가?”라는 문제로 고심했다면 현대의 지식인은 “드레퓌스 파에 가담하는 것이 나을까, 아니면 반드레퓌스 파에 가담하는 것이 나을까?”를 고민한다.(191쪽, 레지 드브레 <지식인의 종말>)
-탄노이를 갖고 싶으면 탄노이를 사는 게 ‘오디오 정신’이지, 리스닝룸의 평수를 넓히자는 건 이미 ‘집 정신’이지 ‘오디오 정신’이 아니다!(221쪽, 윤광준 <소리의 황홀>)
-저자는 “한국이 분단된 것에 김구는 분명 책임이 있다”고 쓴다(246쪽, 서중석 <비극의 현대지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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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퀴엠 - CJK - 죽은자를 위한 미사
진중권 지음 / 휴머니스트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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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 1215 진중권 <레퀴엠> 휴머니스트 2003  * * * * *

“원정팀 500명, 홈팀 4명입니다. 결과는 좋지만, 만족할 수 없습니다. 격차를 더 벌려야 합니다.”

어떤 스포츠 중계인지 머리를 굴릴 필요는 없다. 이스라엘 최고 인기 코미디쇼 ‘에레츠 네헤데레트(훌륭한 나라)’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사망자수를 스포츠 중계 형식으로 방송한 것이라 한다. 2009년 1월 12일 현재, 태양에서 3번째 떨어진 지구란 행성에서 실시간으로 벌어지고 있는 사실이다.

지금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박살내고 있다. 폭격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의 희생자가 850명이 넘었다는 보도를 어제 들었다. 민간인 백 여 명을 한 곳에 몰아놓고 폭격을 했다는 보도도 있다. 학교로 치면 전교 ‘짱’과 절친인 ‘투고’가 ‘따’ 한 놈을 밟고 짓이기고 있는 형국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왜 내 책상 금 넘어 왔어?”

진선생의 말처럼 “전쟁은 아름답다”고 한 파시스트 미학도 제1차 세계대전까지의 소박한 파괴력에 해당될 뿐이고, 현대의 전쟁은 “전쟁은 숭고하다”면서 ‘충격과 공포’의 카드로 인간을 압도하고 있다. 우주보다 귀한 인간의 생명이 언제부터 한낱 미디어의 조롱 대상으로 추락할 정도로 타락했던가? 대체 원한이 얼마나 깊고 모질기에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의 땅을 빼앗는 것도 모자라 저리도 극악한 짓을 서슴지 않는가? 신이 무섭지도 않은가? 신이 우스운가?

주여, 저들을 용서하소서. 저희는 저희가 하는 일을 모르나이다.

부시는 자신의 전쟁을 “신의 사명”이라 불렀다 하고(66쪽) 어떤 이는 원폭의 섬광을 “신의 윙크”라 했다고 한다.(86쪽) ‘신’을 팔아 먹는 죄값은 어떤 벌로 다스려져야 할까? 그래서 하늘의 벌은 천벌(天罰)이며 동시에 벼락 맞을 천벌(天伐)이다. 이제 퇴임하는 부시는 빈라덴의 땅굴로라도 찾아 들어가 같이 숨어야 할 것이다.

전쟁과 죽음의 레퀴엠은 죽은 자와 산 자를 같이 위로해준다. 죽은 자를 죽게 하는 일에 산 자 역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더러운 부시의 이라크 전쟁에 당신이 뽑은 대통령과 국회가 동참했거늘, 내 손에 피를 묻히지 않았다고 발뺌할 수 있을까? 동시대를 살면서 저 먼 팔레스타인의 땅에 내가, 당신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오 주여, 그들을 죽인 우리 죄를 용서하시고, 땅 속에서 울부짖는 그들의 피에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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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그림 읽기
조이한.진중권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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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 대한 친절 기초 가이드북

081226 조이한,진중권 <조이한 진중권의 천천히 그림 읽기> 웅진지식하우스 1999 * * * *

 진선생 때문에 산 책인데 주로 화자는 조이한씨였다. 그림에 문외한인 나 정도 수준의 독자가 읽기에 수월하도록 쓰여진 책이다. 개론서라 하기에도 멋쩍고 입문서라 부르기에도 부담스럽고 그저 그림에 대해 아주 쉽게 소개하는 친절 기초 가이드북이라고 하면 작가에게 너무 실례가 될까. 난 쉬워서 좋았고, 재밌어서 시간 가는 줄 몰랐고, 하나라도 알 수 있어서 뿌듯했다.

 클래식 음악도 그렇지만 ‘그림’의 영역도 일반인이 친해지기에는 너무 어렵다는 단점 겸 선입관이 있다. 일반인의 게으름이 원인이기도 하지만 전문가의 방치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일반인에게도 전문가에게도 일종의 면죄부를 선사한다. 일반인은 쉽고 편하게 ‘그림’을 접함으로써 귀차니즘에서 벗어나게 되고, 전문가는 친절하고 정확하게 ‘그림’에 대해 소개함으로써 수수방관죄에서 풀려나게 된다.

 제 1장 : 미술 양식의 변화는 발전이라기보다는 기존 스타일에서 벗어나려는 욕구와 “그러고 싶지 않아서” 바꾸려는 의지의 발현으로 보아야 한단다.
 제 2장 : 암호 해독에 버금가는 도상학의 여러 해석 중 절대적으로 옳은 해석을 찾기보다는 근거를 갖춘 여러 해석을 창조하는 것이 낫다고 말한다.
 제 3장 : 다빈치와 고흐를 통해 화가의 무의식이 어떻게 작품에 반영되고 해석될 수 있는지 소개한다.
 제 4장 : 화가의 주문자에 의해, 자신의 이데올로기에 의해, 사회적 관계에 의해 움직여지는 작품에 대해 소개한다.
 제 5장 : 흔치 않은 여성 화가에 대해 소개하며 본저의 주저자가 여자인 조이한씨임을 드러낸다.(나의 편협한 생각일지 몰라도)
 제 6장 : 가장 재미없는 챕터로 그림을 기호와 상징으로 해석하는 예를 보여준다.
 제 7장 : 가장 아쉬운 챕터로 기존의 해석으로는 해석되지 않는 현대 미술 읽기는 “재미있는 놀이, 게임”으로 “현대 미술에 접근하는 더 많은 통로”를 주체적으로 찾는 것은 수용자의 몫임을 강조한다.

 그림 문외한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쉽고 편하다. 클래식이 가요처럼 들리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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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 경제를 말하다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42
홍기빈 지음 / 책세상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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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리스토텔레스! 당신의 경제관도 反 MB군!

081221 홍기빈 <아리스토텔레스, 경제를 말하다> 책세상 2001  * * *

마르크스의 경제학 중에 아리스토텔레스의 도움을 받은 부분이 있다고?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더욱이 나는 지금 8개월째 <자본론>1을 읽고 있는 중이다.
문고판이란 한정된 분량에서 저자는 욕심을 부린다. 경제학의 정의와 역사를 책의 분량에 비해 장황하게 서술한 뒤 아리스토텔레스가 살았던 폴리스의 시대를 진지하게 고찰하고 나서야 마르크스에 관해 발언 기회를 준다. 물론 생각보다 짧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은, 즉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폴리스에서의 인간다운 삶을 그 목적으로 사는 동물이란 말과 동의어다. 이윤을 남기는 영리적 상업(M-C-M’)과 고리대(M-M’)는 거의 사기의 수준으로 보았으며 행복한 삶과는 무관한 돈벌이 기술로 보았다. 구두란 상품의 경우, 신는 것이 그 만들어진 목적인데 만약 교환을 통해 이윤을 남기게 된다면 그것은 원래의 목적과는 다르게 쓰였다는 것이고, 여기서 도출되는 사용가치와 교환가치의 철학적 의미를 거의 유일하게 정확히 이해한 자가 마르크스라는 것이다. <자본론>을 펼치면 사용가치와 교환가치에 관한 얘기부터 시작된다. 

폴리스에서의 행복한 삶이 목적일진대 왜 사람들이 행복한 삶의 목적과는 거리가 먼 그런 돈벌이 기술에 현혹될까? 아리스토텔레스는 그 절박한 이유가 불안한 생계때문이라 했다고 한다. 쉽게 말해서, 당장 굶어 죽게 생겼는데 행복이고 뭐고 돈 버는 일에 목숨 걸지 않을 수 없다는 말이다. 생존에 대한 열망은 무한하므로 생존을 가져다 줄 물건들-즉,돈-에 대한 욕망도 무한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신자유주의의 광풍 속에서 자본의 노예처럼 살아야 하는 바로 지금, 세상은 2천 년 전과 하나도 달라진 게 없다. 

또한 루이스란 자의 분석에 의하면, 아리스토텔레스는 사람들의 생계수단 확보가 항상 불안해지는 원인을 시장경제가 불안정하기 때문이라고 보았다고 하니, 아…아리스토텔레스 양반, 당신 정말 그때 그런 생각까지 한 거요? 그 불안정한 시장경제의 아수라장을 지금 세상은 경험하고 있소. 마르크스의 분석처럼 자본주의의 이윤은 감소할 수밖에 없고 공황은 올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소. 상식적으로도 끝없는 성장이란 게 당최 가당키나 한 일이오? 얼마나 오만한 발상이오, 성장 성장 계속 성장만 하겠다는 게. 또 나는 얼마나 불행한 사람이오, 오로지 성장밖에 모르는 대가리에 삽 한 자루만 있는 전과범이 대통령인 나라에 살고 있으니 말이오. 

그 불안정한 시장경제와 자본주의, 결국 대한민국의 해결책은 늘 그랬듯이 자본은 살고 노동은 죽는 방향이니, 이거야 원, 아리스토텔레스 양반, 우리 행복이란 말은 당분간 꺼내지 말도록 합시다. 아니, 우리 머리 속에서 구조조정시켜도 무방할 것 같소이다. 지금은 불안한 생계를 유지시킬 생존, 그것보다 중요한 게 없어 보이니 말이오.

# 책 속에서
-절제와 자립을 이상으로 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 경제 사상에 가장 반대되는 모델이 있다면, 바로 우리가 추구해온 ‘수출 주도형 정치경제’일 것이다.(163쪽)
-경제가 성장하더라도 오로지 선택된 소수만이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점점 분명해지고 있으며(163쪽)
-economy : ‘가정’을 뜻하는 그리스어 oikos + ‘다스린다’는 뜻의 합성어근 nem-
-acropolis : ‘높은 곳’을 뜻하는 acro + ‘도시’란 뜻의 polis
-agora : 광장 (성벽 안 회의하거나 재판하는 넓은 광장, 후에 이곳에서 시장이 생김)
-idiot : 그리스어 idiotes(무지렁이 천민) : (폴리스)정치에 대한 관심과 책무에 무관심한 자, idios(사적인 용무)
-barbarian : 그리스어 barbaroi(폴리스적인 생활을 하지 않는 야만인) :자신들이 알아 듣지 못하는 언어는 ‘버버버’하게 들린다는 데서 기인
-이자 : 그리스어 tokos – 새끼 offspring이란 뜻도 있음. 이자 利子에도 子가 들어있고, 고려시대에도 원금을 母, 이자를 子라고 해서 이자를 규제하는 법의 이름을 자모정식법(子母 停息法)이라 했고, 구한말 이식利息이란 용어에도 새끼란 뜻이 있다.(106쪽, 주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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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양장)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강명순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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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15 파크리트 쥐스킨트 <향수> 열린책들 2000  * * *

 글쎄, 세계적인 작가라고 하는 저자가 ‘자기 작품 관리 일체를 형에게 위탁한 채 출판사에 나오지도 않고, 문에다 몇 겹의 잠금장치를 한 프랑스 남부 랑그독의 오두막집에서 은둔생활을 하고 있다. 그래서 별명도 '은둔작가'다. 일체의 문학상을 거부해 왔으며, 사진 찍는 일조차 피한다.’(알라딘 소개)는데 그것이 작품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오히려 너무 동화적인 세계에 갇혀 있지 않나 싶다.
 본인에겐 어떤 체취도 나지 않는 주인공 그루누이. 냄새를 맡는 능력과 향수에 관해선 신의 영역에 속해 있는 그가 “향기 사냥”으로 세상의 모든 냄새를 지배하고 사람들이 자신을 좋아하도록 하기 위해 25명의 여자를 살해한다는 줄거리로 세계 1,500만부를 팔아먹었다는데 다소 이해가 안 된다. 스포일러가 되지 않기 위해 마지막 스토리는 발설하지 않겠지만 결말 자체의 완성도 역시 큰 점수를 주기는 힘들 것 같다.
 물론 빠른 이야기 전개와 잘 짜여진 기승전결 구도, ‘향수’를 위해 살인을 한다는 다소 독특한 소재가 본 작품의 매력임을 부인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저자가 만약 은둔 생활에서 나와본다면 세상이 그렇게 동화적이지만은 않다는 사실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 책 속 밑줄
-위대한 것, 끔찍한 것, 아름다운 것 앞에서도 눈을 감을 수는 있다. 달콤한 멜로디나 유혹의 말에도 귀를 막을 수는 있다. 그러나 결코 냄새로부터 도망칠 수는 없다. 냄새는 호흡과 한 형제이기 때문이다.(236쪽)
 
-죽음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그 놈에게 자신의 모든 구역질과 역겨움을 염산처럼 쏟아 붓고 싶었다. 그가 죽어 없어질 때까지...... .(3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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