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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퀴엠 - CJK - 죽은자를 위한 미사
진중권 지음 / 휴머니스트 / 2003년 5월
평점 :
08 1215 진중권 <레퀴엠> 휴머니스트 2003 * * * * *
“원정팀 500명, 홈팀 4명입니다. 결과는 좋지만, 만족할 수 없습니다. 격차를 더 벌려야 합니다.”
어떤 스포츠 중계인지 머리를 굴릴 필요는 없다. 이스라엘 최고 인기 코미디쇼 ‘에레츠 네헤데레트(훌륭한 나라)’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사망자수를 스포츠 중계 형식으로 방송한 것이라 한다. 2009년 1월 12일 현재, 태양에서 3번째 떨어진 지구란 행성에서 실시간으로 벌어지고 있는 사실이다.
지금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박살내고 있다. 폭격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의 희생자가 850명이 넘었다는 보도를 어제 들었다. 민간인 백 여 명을 한 곳에 몰아놓고 폭격을 했다는 보도도 있다. 학교로 치면 전교 ‘짱’과 절친인 ‘투고’가 ‘따’ 한 놈을 밟고 짓이기고 있는 형국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왜 내 책상 금 넘어 왔어?”
진선생의 말처럼 “전쟁은 아름답다”고 한 파시스트 미학도 제1차 세계대전까지의 소박한 파괴력에 해당될 뿐이고, 현대의 전쟁은 “전쟁은 숭고하다”면서 ‘충격과 공포’의 카드로 인간을 압도하고 있다. 우주보다 귀한 인간의 생명이 언제부터 한낱 미디어의 조롱 대상으로 추락할 정도로 타락했던가? 대체 원한이 얼마나 깊고 모질기에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의 땅을 빼앗는 것도 모자라 저리도 극악한 짓을 서슴지 않는가? 신이 무섭지도 않은가? 신이 우스운가?
주여, 저들을 용서하소서. 저희는 저희가 하는 일을 모르나이다.
부시는 자신의 전쟁을 “신의 사명”이라 불렀다 하고(66쪽) 어떤 이는 원폭의 섬광을 “신의 윙크”라 했다고 한다.(86쪽) ‘신’을 팔아 먹는 죄값은 어떤 벌로 다스려져야 할까? 그래서 하늘의 벌은 천벌(天罰)이며 동시에 벼락 맞을 천벌(天伐)이다. 이제 퇴임하는 부시는 빈라덴의 땅굴로라도 찾아 들어가 같이 숨어야 할 것이다.
전쟁과 죽음의 레퀴엠은 죽은 자와 산 자를 같이 위로해준다. 죽은 자를 죽게 하는 일에 산 자 역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더러운 부시의 이라크 전쟁에 당신이 뽑은 대통령과 국회가 동참했거늘, 내 손에 피를 묻히지 않았다고 발뺌할 수 있을까? 동시대를 살면서 저 먼 팔레스타인의 땅에 내가, 당신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오 주여, 그들을 죽인 우리 죄를 용서하시고, 땅 속에서 울부짖는 그들의 피에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