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너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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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있는 것은 생각보다 힘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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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와 소주와 막걸리와 와아인과 다른 각종 양주들에 어울리는 책에 대해서 써보고 싶다. 어떤 책을 읽을 때마다, 혹은 그 책을 다 읽고 난 후에 '이 술을 지금 마셔야겠다!'라고 생각을 하곤 한다. 그 생각은 다른 생각과는 달리 실천에 재빨리 이행. 그래서 다 읽은 책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안 쓰는 걸 거야... 다음 날 해가 뜨면 다 읽은 책보다 숙취의 기운이 더 세다.

지금 바로 생각나는 것은 <한창훈의 나는 왜 쓰는가>. 아무래도 이건 소주. 물론 막걸리도 잘 어울리겠지만 날은 점점 추워지니까. 방점처럼 딱 때리고 도망가는 소주가 잘 어울린다. 읽는 동안 울컥하기도 하고 요상스럽게 웃기도 하고 그랬다. 가을에 읽어서 그런 걸 수도 있고. 이제 겨울이라 그런 걸 수도 있지. 나에게 이 책은 소주인 듯. 집에 소주잔이 생겼다. 뭔가 혼자 소주를 먹는 것만은 하지 않겠노라 생각했는데 날이 추워져서 맥주만 먹을 수가 없다! 맥주만 먹어선 배가 너무 부르고 그래도 원하는 정도로 알딸딸해지지 않으니까!!!! 진로 소주잔에 소주를 꼴꼴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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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지나가지 않을 것이다. 나는 지나가지 않을 것이다. 나는 지나가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나를 지나치지 못할 것이다. 나는 지나가지 않을 것이다. 나는 멈추고. 나는 지나가지 않을 것이다. 나는 지나가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나와 함께 있지 못할 것이다. 나는 지나가지 않을 것이다. 나는 지난한 어제를 잊고. 나는 지나가지 않을 것이다. 나는 지나가지 않을 것이다. 나는 지나가지 않을 것이다.

열 번 쯤 쓰면 화가 가라앉을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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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10-29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확하지 않지만, 유대인들은 자신이 살면서 겪은 나쁜 일을 종이에 기록해서 불에 태운다고 합니다. 나쁜 일에 대한 기억을 지울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죠.
 

신간에 응구기 와 시옹오, 필립 로스, 아모스 오즈 책이 새로 나온 걸 보니 음 다들 때려맞추려고 한 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좋은 책들이 요렇게 파파박 하고 나오니 좋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 같은 게 아니라 노벨문학상 발표 다음 날 같아라. 아모스 오즈 책은 도대체 언제 마지막으로 나왔는지도 모르겠네. <나의 미카엘>을 읽고 몹시 좋아 흥분 상태로 <여자를 안다는 것>을 샀었던 기억이 난다. 그 책은 번역의 문제보다 일단 판형이... 엄청나다. 난독증이 없어도 난독증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은 책이다. 조금만 읽어도 글자가 막 기어다녀서 결국 포기하고 팔아버렸는데 힝. 새로 번역돼서 나왔으면 좋겠다. 읽을 수 없어 읽고 싶은데 눈알만 굴러가는 거얼. 이번 노벨문학상 수상자의 단점은 딱 하나인 것만 같아. 이름을 못외우겠다 엉엉.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사실 작년에는 관심이 없었는데 이번엔 읽어야만 한다는 생각이 드니 주문이요.

 

 

 

 

 

 

 

 

 

 

 

책을 읽자.책을 읽어. 오늘의 아침은 <심연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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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세 3개월 8일              1937년 1월 18일 월요일

 잠들 때 내가 좋아하는 놀이가 있다. 또다시 잠드는 즐거움을 위해 잠에서 깨어나는 것. 잠이 들려는 순간 깨어나는 그 기분은 뭐라 말할 수 없이 달콤하다! 잠드는 기술을 가르쳐준 건 아빠였다. 너 자신을 잘 살펴봐! 눈꺼풀이 무거워지고, 근육이 풀리고, 머리 무게가 베개 위에 실리고, 이제 네가 생각하는 게 실은 생각되어지지도 않는다는 걸 느끼게 되지. 마치 아직 잠들지 않았다는 걸 알면서도 꿈꾸기 시작하는 것처럼 말이야. 혹은 곧 잠에 떨어질 준비가 된 채로 벽 위를 균형 잡고 걸어가는 것 같다고 할까. 바로 그거야! 그러다 잠 쪽으로 기울어진다고 느껴지면 얼른 머리를 흔들면서 깨어나야 해. 그러곤 벽 위에 머물러 있어야지. 깨어 있는 몇 초 동안 스스로에게 이렇게 중얼거려봐. 난 다시 잠들 거다! 그건 황홀한 예감이지. 잠드는 즐거움을 한 번 더 즐기기 위해선 또다시 깨어나도 좋아. 흔들리기 시작하면 널 꼬집어도 돼. 가능한 한 자주 표면 위로 돌아오다가 마지막에야 비로소 잠 속으로 빠져드는 거야. 아빠는 잠드는 기술을 계속 속삭여주었고 난 열심히 들었다. 한 번만 더, 한 번만 더! 아빠 덕분에 난 매일 저녁 잠에게 이렇게 부탁한다.

 

 

75세 1개월 28일             1998년 12월 8일 화요일

 티조가 죽기 며칠 전, 그의 '가장 친한 친구'인, J,C에게 전화를 걸었다(티조의 친구들은 거의가 청소년기에 사귄 이들이다). 가장 친하다는 그 친구는 티조를 보러 오지 않을 거라고 했다. '늘 활기 넘쳤던' 티조의 이미지가 '깨지는' 걸 원치 않는다는 것이다. 빌어먹을. 그래서 친구 홀로 임종을 맞게 하겠다, 이거지. 꽤나 섬세한 척하지만 속이 빤히 들여다보인다. 난 정신적인 친구들이 싫다. 그냥 살과 뼈만 있는 친구들이 좋다.

 

86세 9개월 8일                 2010년 7월 18일 일요일

 (…)한밤중에 심장이 멈추는 것 같은 평범한 죽음을 맞고 싶다. 자다가 죽는 것. 평생 동안 잠든든 기술을 연마해온 자가 꿈꿔온 종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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