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세 3개월 8일 1937년 1월 18일 월요일
잠들 때 내가 좋아하는 놀이가 있다. 또다시 잠드는 즐거움을 위해 잠에서 깨어나는 것. 잠이 들려는 순간 깨어나는 그 기분은 뭐라 말할 수 없이 달콤하다! 잠드는 기술을 가르쳐준 건 아빠였다. 너 자신을 잘 살펴봐! 눈꺼풀이 무거워지고, 근육이 풀리고, 머리 무게가 베개 위에 실리고, 이제 네가 생각하는 게 실은 생각되어지지도 않는다는 걸 느끼게 되지. 마치 아직 잠들지 않았다는 걸 알면서도 꿈꾸기 시작하는 것처럼 말이야. 혹은 곧 잠에 떨어질 준비가 된 채로 벽 위를 균형 잡고 걸어가는 것 같다고 할까. 바로 그거야! 그러다 잠 쪽으로 기울어진다고 느껴지면 얼른 머리를 흔들면서 깨어나야 해. 그러곤 벽 위에 머물러 있어야지. 깨어 있는 몇 초 동안 스스로에게 이렇게 중얼거려봐. 난 다시 잠들 거다! 그건 황홀한 예감이지. 잠드는 즐거움을 한 번 더 즐기기 위해선 또다시 깨어나도 좋아. 흔들리기 시작하면 널 꼬집어도 돼. 가능한 한 자주 표면 위로 돌아오다가 마지막에야 비로소 잠 속으로 빠져드는 거야. 아빠는 잠드는 기술을 계속 속삭여주었고 난 열심히 들었다. 한 번만 더, 한 번만 더! 아빠 덕분에 난 매일 저녁 잠에게 이렇게 부탁한다.
75세 1개월 28일 1998년 12월 8일 화요일
티조가 죽기 며칠 전, 그의 '가장 친한 친구'인, J,C에게 전화를 걸었다(티조의 친구들은 거의가 청소년기에 사귄 이들이다). 가장 친하다는 그 친구는 티조를 보러 오지 않을 거라고 했다. '늘 활기 넘쳤던' 티조의 이미지가 '깨지는' 걸 원치 않는다는 것이다. 빌어먹을. 그래서 친구 홀로 임종을 맞게 하겠다, 이거지. 꽤나 섬세한 척하지만 속이 빤히 들여다보인다. 난 정신적인 친구들이 싫다. 그냥 살과 뼈만 있는 친구들이 좋다.
86세 9개월 8일 2010년 7월 18일 일요일
(…)한밤중에 심장이 멈추는 것 같은 평범한 죽음을 맞고 싶다. 자다가 죽는 것. 평생 동안 잠든든 기술을 연마해온 자가 꿈꿔온 종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