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시간 2008-2013
이명박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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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친구가 있다고 생각해보자.

 

그거 알아, XX는 내가 다 한 거야. 나 아니면 될 수 없던 건데 내가 힘 좀 써서 만들어 낸 거야!

내가 하는 일에 잘못된 일이 어딨냐. 글구 혹 잘못 된다고 하더라도 다 널 위해서야.

내가 얼마나 준비가 철저한지 알지. 난 오늘이 아니라 100년을 내다보면서 준비한 거야.

너희들, 내가 원하는 건 너희들이 잘 되는 거야. 그래서 오로지 내 한 몸 희생해서 너희들만을 위해 살아왔어.

 

이런 친구가 있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글쎄, 다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지 잘난 맛에 사는 친구가 있다면 난 바로 절교하고 두 번 다시 보지 않는다. 지 혼자 잘나고, 지 혼자 똑똑하고, 지 때문에 모든 일이 잘 되고, 눈앞의 이익이 아니라 미래를 보는 선견지명을 가지고 있다고 떠들어대는 그런 친구는 있으면 더 괴롭기만 하고, 열만 받을 뿐이다.

 

이 책이 딱 그런 느낌이다. 각각의 사건이나 업적이 옳은지 아니면 잘못된 것인지는 일단 논외로 하자. 오로지 책의 분위기만 보자. 딱 앞에서 설명한 사람을 찾을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 초인을 만날 수 있다. 어떠한 역경에도 굴하지 않고, 절대 틀리지 않으며, 모든 일의 미래를 볼 수 있는 초인. 그런 초인을 만날 수 있다.

 

그렇지만 이 초인은 절대 사람들의 경외심이나 존경을 받기 어려울 것이다. 어찌 자기 얼굴에 스스로 금칠하는 사람을 사람들이 존경하고 경외할 수 있을까? 설령 그 모든 업적이 우리에게 정말로 좋은 것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우리가 존경하는 인물들은 어떤 사람인가? 겸손한 사람이다. 수없이 많은 업적을 남겼음에도 자신이 한 일은 하나도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높이는 사람이다. 성경에도 나오지 않는가. 잔칫집에서 가서 상석에 앉지 말라고. 상석에 앉아있다 쫓겨나는 창피를 당하지 말고 뒤에 앉아 있다 주인이 상석으로 모시고 가는 사람이 되라고.

 

뭐 때문에 이렇게 급하게 회고록을 쓴 것인지 모르겠다. 어떻게든 자기 업적을 정당화하고 싶었던 걸까? 그런 의미라면 최소한 나에게는 역효과만 주었을 뿐이다. 딱 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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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5-05-03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대로 자뻑질이었단 말씀이었군요.ㄷㄷㄷ

종이달 2022-05-07 0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아자젤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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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원하는 무언가를 들어주는 초자연적인 존재가 옆에 있다면 어떨까? 마냥 좋기만 할까? 아니면 무언가 예상치 못했던 일이 생겨 오히려 삶이 불편하고 힘들어질까? 최근에 읽은 <헬로 미스터 찹>에 이런 존재가 나오지만 일상의 삶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존재이다.

 

이번에 읽은 <아자젤>에도 그런 존재가 등장한다. 2센티미터짜리 악마. 그렇게 크지 않은 악마라서 그런가, 아자젤이 보여주는 능력은 대단하기는 하지만 왠지 무언가 조금은 부족해 보인다. 그 뿐 아니다. 아자젤이 인간들을 도와준답시고 행하는 일들이 처음에 기대했던 것과는 정반대로 흘러가 소원을 빈 사람에게 복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화가 되어버린다.

 

아이작 아시모프의 <아자젤>은 아자젤이라는 어찌 보면 귀엽기도 하고, 어찌 보면 어이가 없는 듯한 존재가 펼치는 이야기들이 실린 단편 모음집이다. 각각의 단편들은 작가를 대변하는 나와 아이작을 소환할 수 있는 조지라는 인물이 대화를 나누다, 조지가 자신과 아이작에게 벌어진 일들을 나에게 들려주는 액자식 형태로 되어있다.

 

조지가 들려주는 이야기도 재미나지만 나의 눈길을 가장 먼저 끈 존재는 조지라는 인물이었다. 조지라는 인물은 일견 사기꾼처럼 보이기도 하고, 달리 보면 누군가를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어 하는 선한 인물 같기도 하다. 화자인 나를 대놓고 무시하는 못된 인물이기도 하고,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이나 에게 들러붙어서 밥이랑, 술이랑 얻어먹으려고만 하는 얄미운 존재로 묘사되기도 한다. 게다가 말과 행동이 전혀 일치하지 않는 인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데 이 인물이 그렇게 얄밉기만 한 것은 아니다. 뻔히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아자젤이라는 악마의 이야기를 듣는 처럼 자신이 겪은 이야기, 그것이 사실이든 혹은 지어낸 이야기든지 간에, 환상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는 조지의 모습은 한편으론 매력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아자젤과 조지가 벌이는 소원 들어주기는 결과적으로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선의에서 시작한 일이지만 악의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악마의 소원 들어주기. 설정 자체가 이상하기도 하다. 악마가 소원 들어주기를 하다니. 그것도 영혼을 담보로 하지도 않은 채.

 

단편적인 이야기들 속에 우리들이 살아가는 모습이 보인다. 깨어진 사랑에 은근히 마음속에 품은 적대감이 드러나기도 하고, 낭비하는 시간처럼 보이는 순간이 내게 활력을 주는 시간임을 깨닫기도 한다.

 

동일한 구조의 단편이 반복되다 보니 지루한 느낌도 없진 않지만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을 풍자적으로 그린 이야기가 주는 즐거움이 넘치고, 아자젤이 벌인 예상치 못한 결과에 폭소를 금치 못하기도 한다. 유쾌함과 즐거움이 가득 담긴 재미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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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스토리콜렉터 2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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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이웃분이 꼭 한 번 읽어보라고 추천한 책이 바로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이었다. 책을 추천해주신 분이 워낙 강력하게 권하기도 했지만 꽃을 들고 얼굴을 가린 채 마을 위에 거인처럼 서있는 여자의 모습이 그려진 책 표지도 눈길을 확 끌어당겼다.

 

고등학교 졸업하던 해, 여자 친구 두 명을 살해했다는 혐의로 10년형을 살고 집으로 돌아온 토비아스, 하지만 토비아스를 마중 나온 나디야와 토비아스의 아버지 하르트무트를 제외하고 살인자인 그를 반갑게 맞아주는 마을 사람은 없다. 마을 사람의 냉대와 비참한 생활을 이어가는 아버지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토비아스는 하루하루를 힘겹게 보낸다. 한편 토비아스가 감옥에 들어간 후에 마을로 이주해온 아멜리는 토비아스가 11년 전 살인 사건의 범인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자기 스스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토비아스가 출소한 후 마을에는 알 수 없는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하고, 토비아스의 어머니는 괴한의 공격으로 중태에 빠지고 이 사건을 조사하던 피아 형사는 11년 전 사건과 무언가 관련이 있음을 직감하는데...

 

5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지만 워낙 흥미진진한 이야기라 마지막 장을 넘길 때까지 멈출 수가 없었다. 11년 전의 사건과 토비아스가 출소한 이후에 벌어진 사건(토비아스 어머니의 살인미수, 아멜리 납치 사건 등)이 오버랩 되면서 사건을 해결하고 과연 진범이 누구인지를 찾기 위해 끝없이 고민해야 했다.

 

작가가 중간 중간 던져준 힌트들을 잘 살펴보면 11년 전 사건의 진범은 어느 정도 쉽게 추측할 수 있다. 이 책을 보면서 진짜로 궁금했던 것은 누구(who)가 아니라, 어떤 일(what)이 왜(why) 일어났는가 하는 것이었다. 결국 드러난 사건의 전말에, 또한 진실을 감추기 위해 저지른 일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인간의 사악함이 여과 없이 드러난 소설이었다.

 

너무나 재미있게 읽은 책이다. 미스터리 스릴러물을 좋아하시는 분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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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의 해석 - 위대한 작가들이 발견한 삶의 역설과 희망 삶을 위한 노래
이창복 지음 / 김영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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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의 해석>은 헤벨, 괴테, 카프카, 뮐러 등 독일의 대문호 7명이 쓴 단편들을 분석해서 인간의 고통, 삶의 의미를 들려주는 책이다. 이 책은 단편(장편의 일부분인 경우도 있지만)을 대상으로 삶의 모습을 분석했는데, 저자가 단편을 선택한 이유는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소재로 하면서도 장편소설 못지않게 인생의 깊은 의미와 가르침이 녹아있고, 독자와의 공동 연구를 위해서, 또한 이 책에 실린 단편들이 독일 김나지움의 교과서에 실린 것으로 독일인들의 언어 사고력, 논리력 등을 배우고 이를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저자는 먼저 각 작품의 작가와 작품에 대해 개략적으로 설명한 후, 각 단편의 전문을 수록하였다. 그 후 각 작품에 대한 해설을 통해 각 작품의 작가들이 말하는 인생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짚어준다. 그렇게 많지 않은 분량으로 대문호들의 이야기를 모두 다 들려줄 수는 없다. 그렇기에 저자는 작품 해설을 통해 단순히 작가와 작품을 설명하는 것으로 끝내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앞에서 저자의 의도에 담겨있듯이 독자들이 각 작품의 의미를 좀 더 깊이 연구하고 고민해보도록 이끌어준다.

 

책의 내용이 상당히 좋다. 단편 작품은 별다른 느낌 없이 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저자의 해설이 곁들여지니 각 작품이 담고 있는 깊은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었고, 각 작품들 속에 숨겨놓은 작가의 의도를 알아가는 재미도 솔솔하다. 그 뿐 아니다. 저자의 말처럼 각 작품에는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의 모습이 담겨있고, 그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조금 더 성숙해지고, 조금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지, 그 지혜에 다가설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삶이란 어떤 것일까? 작가마다 그 이야기하는 방법과 내용은 다르지만 삶이란 커다란 고통 속에서도 희망을 품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고통은 우리를 무너지게 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더욱 단단해지고, 더욱 깊어지고,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게 해준다. 50년을 기다린 약혼녀의 삶, 세 명의 귀환병이 보여주는 삶의 모습 등등, 독일 대문호들이 들려주는 삶의 모습에는 감동이 있다. 또한 아픔이 있다. 삶은 그렇기에 고통스러우면서도 아름다운가 보다.

 

문학은 삶을 알 수 있는 아주 중요한 방편이다.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삶의 면면들을 문학을 통해 볼 수 있다. 저자의 말처럼 내가 모르는 세상을 새롭게 체험하고, 삶의 지혜를 터득하고,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숨겨진 길과 기회를 발견하는 방법, 바로 문학 작품을 통해서이다. 문학 작품이 진정한 자기 치유의 방법이라는 저자의 말이 다시 한 번 가슴 깊이 메아리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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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워지지 않는 나라
이제홍 지음 / 푸른향기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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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일본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우리나라가 독도를 불법으로 점유하고 있다는 문구를 모든 교과서에 실어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외교적으로도 독도에 대한 점유권을 주장하면서 우리나라와의 관계에 별반 신경 쓰지 않는다는 모습을 보이는 등 일본의 행보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이런 일본의 행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이제홍의 <지워지지 않는 나라>에서는 일본의 행보와 중국의 동북아공정을 모두 꼬집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물론 이 책의 소재는 일본이나 중국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이 책은 어쩌면 우리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백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우리에게 백제는 어쩌면 고구려와 신라에 치인 약소국의 모습으로만 기억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저자는 백제가 그런 나라가 아니라고 말한다. 백제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국 본토와 동남아시아에 걸쳐 대제국을 이룬 나라였을지도 모른다고 주장한다.

 

소설은 문화재청 공무원인 백동운의 피살 사건으로 시작한다. 이 사건과 관련해 담당 형사들은 금동 대향로를 둘러싸고 백동운과 크게 다툰 서민준을 주요 용의자로 주목한다. 살인 사건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일제의 행보에 주목하다 다시 꿈틀거리는 정한론이라는 칼럼을 쓴 김명석의 죽음으로 이어지고, 미수에 그쳤지만 중국대사관의 문화참사관인 은미령도 칼에 찔려 중태에 빠진다. 이 사건들이 일어난 장소는 서로 달랐지만 사건 담당형사들은 모두 서민준을 용의자로 지목한다. 한편 서민준은 일본의 행보에 주목했던 김명석의 파일과 백동운씨의 메모를 토대로 백제연구회 소속 인물인 오우치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과연 백동운과 김명석을 살해한 이는 누구인가? 일본인들이 백제의 유물인 금동 대향로에 관심을 쏟는 이유는 무엇일까?

 

소설을 보며 백제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이 땅의 역사에서 백제가 가지는 의미는 너무나 미약하다. 하지만 소설에 나오듯이 백제의 위상의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달리 중국과 동남아시아에 걸친 대제국을 이룬 나라였다면, 백제는 또 다른 의미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또한 우리에게는 우리의 역사를 제대로 알아야 할 의무가 있다. 이런 의무를 방치한다면 어느 순간 중국의 동북아공정에 우리의 역사를 모두 빼앗기고 말지도 모른다. 또한 소설 속 인물 김명석이 주장하는 일본의 행보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치욕의 역사를 다시 반복하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백제는 결코 지워지지 않는, 지울 수 없는 우리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나라이다. 우리의 위대한 선조들의 이야기를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와 우리 자손들이 나아갈 미래를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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