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자젤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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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원하는 무언가를 들어주는 초자연적인 존재가 옆에 있다면 어떨까? 마냥 좋기만 할까? 아니면 무언가 예상치 못했던 일이 생겨 오히려 삶이 불편하고 힘들어질까? 최근에 읽은 <헬로 미스터 찹>에 이런 존재가 나오지만 일상의 삶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존재이다.

 

이번에 읽은 <아자젤>에도 그런 존재가 등장한다. 2센티미터짜리 악마. 그렇게 크지 않은 악마라서 그런가, 아자젤이 보여주는 능력은 대단하기는 하지만 왠지 무언가 조금은 부족해 보인다. 그 뿐 아니다. 아자젤이 인간들을 도와준답시고 행하는 일들이 처음에 기대했던 것과는 정반대로 흘러가 소원을 빈 사람에게 복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화가 되어버린다.

 

아이작 아시모프의 <아자젤>은 아자젤이라는 어찌 보면 귀엽기도 하고, 어찌 보면 어이가 없는 듯한 존재가 펼치는 이야기들이 실린 단편 모음집이다. 각각의 단편들은 작가를 대변하는 나와 아이작을 소환할 수 있는 조지라는 인물이 대화를 나누다, 조지가 자신과 아이작에게 벌어진 일들을 나에게 들려주는 액자식 형태로 되어있다.

 

조지가 들려주는 이야기도 재미나지만 나의 눈길을 가장 먼저 끈 존재는 조지라는 인물이었다. 조지라는 인물은 일견 사기꾼처럼 보이기도 하고, 달리 보면 누군가를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어 하는 선한 인물 같기도 하다. 화자인 나를 대놓고 무시하는 못된 인물이기도 하고,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이나 에게 들러붙어서 밥이랑, 술이랑 얻어먹으려고만 하는 얄미운 존재로 묘사되기도 한다. 게다가 말과 행동이 전혀 일치하지 않는 인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데 이 인물이 그렇게 얄밉기만 한 것은 아니다. 뻔히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아자젤이라는 악마의 이야기를 듣는 처럼 자신이 겪은 이야기, 그것이 사실이든 혹은 지어낸 이야기든지 간에, 환상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는 조지의 모습은 한편으론 매력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아자젤과 조지가 벌이는 소원 들어주기는 결과적으로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선의에서 시작한 일이지만 악의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악마의 소원 들어주기. 설정 자체가 이상하기도 하다. 악마가 소원 들어주기를 하다니. 그것도 영혼을 담보로 하지도 않은 채.

 

단편적인 이야기들 속에 우리들이 살아가는 모습이 보인다. 깨어진 사랑에 은근히 마음속에 품은 적대감이 드러나기도 하고, 낭비하는 시간처럼 보이는 순간이 내게 활력을 주는 시간임을 깨닫기도 한다.

 

동일한 구조의 단편이 반복되다 보니 지루한 느낌도 없진 않지만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을 풍자적으로 그린 이야기가 주는 즐거움이 넘치고, 아자젤이 벌인 예상치 못한 결과에 폭소를 금치 못하기도 한다. 유쾌함과 즐거움이 가득 담긴 재미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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