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씨부부의 어처구니 있는 아파트살이
최순덕.최종덕 지음 / 당대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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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처구니가 무슨 뜻인지 아는 분이 있을런가? 어처구니는 위 맷돌을 돌리기 위해 윗돌에 고정시킨 손잡이를 말한다. 한번 생각해 보시라. 맷돌 돌리려는 데 막상 손잡이가 없다고 해보자, 아마 막막~ 할 것이다. 여기에서 어처구니없다는 말이 유래  되었다.’

맞벌이를 하는 최씨 부부는 아파트에 항아리를 드려 놓았다. 항아리 안에 장을 담고 각종 효소를 만들어 먹는다. 그들의 취미 중 하나는 인근의 5일장을 다니며 (가끔 장거리 원정도 가지만) 잡곡과 열매, 채소를 구하는 것이다. 장에서 산 콩으로 아파트에서 웰빙하기 진수를 보이려하는데,

‘두부 만들기’는 초장부터 헤매다 결국 난공불락으로 끝나고 만다. 장 담그기 정도는 누워서 떡먹기요. 그 어렵다는 효소며 식초, 젓갈까지 직접 담거 먹는 터라, '두부정도야'하고 생각하고 쉽게 덤빈 탓이다. 일단 폼도 나고, 무엇보다 두부의 제 맛은 맷돌에서 나는 것이라 게 그들의 생각이었다. 그런데  막상 거금을 드려 산 맷돌은 말처럼 어처구니가 없었다. 생각만 해도 어처구니없는 노릇이다.

그들이 누군가, ‘이 없으면 잇몸으로 살기’ 내공을 갈고 닦아 20년을 버텨 온 부부가 아니가. 당장 대장간으로 달려간다. 단돈 2천원으로 어처구니 단단히 붙여 놓고 콩을 갈기 시작했다. 비록, 두부 만들기는 생각보다 싶지 않아 두어 번으로 끝났지만, 이런 그들의 일상에서 삶의 지혜를 발견하게 된다.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가장 적은 비용으로 어처구니 있게 만드는 묘수을 말이다.

우리사회에서 벌어지는 어처구니없는 일은 무엇일까? 이면체면 가리지 않고 악착같이 벌어서, 나름대로 알뜰한체하며 각종 세일 상품을 찾는 것. 대형마트에서 ‘하나 값에 두개’라는 문구에 현혹되어 물건을 사는 것. 그래서 많아진 량과 싸게 샀다는 생각으로 남용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하고 있지는 않은가 말이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먹 거리에 대한 경시 풍토에서 비롯된 어처구니없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예전엔 참기름 한 방울, 마늘 한쪽도 아꼈다. 고춧가루 양념이 아까워 그릇에 묻은 양념에 밥을 비벼먹었다. 그래도 그때는 국산 마늘과 참기름, 태양초 고춧가루만 먹었다. 양념에 사용하는 비용은 예나 지금이나 같은 수준일 거다. 조금 비싸더라도 질 좋은 우리 농산물을 아껴먹는 것이 수입산 양념을 많이 넣은 음식을 먹는 거보다 몸에 좋을 것이다. 

‘세상을 갖을 수 없으면 신용카드를 갖으라’는 유혹적인 광고카피를 버젓이 방송하면서 대기업이 브랜드를 걸고 고리대금업을 하는 사회. 트랜드를 쫓느라 젊음과 정열을 받치고 있는 사회를 살아가고 있다. 두 눈 크게 뜨고 나의 소비행태를 점검해야 할 때 이다.

유행 따라 통신기기나 가전제품을 사드리고 놓고 있지는 않은지. 유행을 맞추지 않으면 퇴보되고 있다고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니지, 유행을 쫓아 구색을 맞추는 것이 나의 상품가치를 높이는 투자로 보고 있지는 않은지, 실제로 트랜드에 마쳐 ‘나의 가치’를 높였을 때, 그것이 사회에서 인정되는 것을 경험하지는 않았는지. 나는 그것을 통해 자신감을 얻고 있지는 않은지 말이다.

정말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란? 우리사회가 본질을 가치를 외면한 체, 겉치레 허상을 추종하고 인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씨 부부의 일상은 이런 허구적 삶에서 벗어나 진정한 ‘나의 삶’을 찾고자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는다.

먹 거리에 관해서는 재래시장에서 재료를 구해 직접 만들어 먹는 극성을 보이는 반면, 아이들 교육에는 느긋하다. 학원을 보내지 않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피아노 연주를 가르치기 위해 피아노를 드려 놓지만, 정작 악보를 모르는 아빠가 음감에 의지하여 건반을 두둘인다. 그러면 아이들도 따라 연주하게 되고 그렇게 감각으로 배워 스스로 들을만하고 음악을 즐길 수 있으면 그만 이라는 것이 그들의 교육관이다. 미술 역시 가족이 함께 놀이를 통해 만든다. 그들은 자신들의 작품이 생활공간에 꾸며지고 쓰이길 원한다.

최씨 부부의 이런 자녀교육법에 비해 우리의 모습은 어떤가,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투자하고 그에 따른 효과를 자식에게 요구하고 있지는 않은지. 돈을 버느라 즐기지 못하는 부모나, 기대에 부흥하고자 하는 자녀는 서로를 소외시키고 있지는 않은지 말이다.

최씨 가족의 일상은 ‘보이지 않는 손’ 즉 자본주의 경제적 논리에 지배되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보장된 미래라는 유혹적인 문구를 뿌리치고 오늘의 나를 사는데 충실 한다. 아이들 교육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부모가 되기보다는 스스로 삶을 가꾸며 즐기는 모습을 보여 주어 배우며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친다.

집안일에 남편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가족화목을 위해 중요하다. 그러나 무턱대고 남편이 집안일을 돕지 않는다고 할 것이 아니라 먹는 것에 대한 소중함을 강조하는 것이 우선이다. 집 밖에서 얻기 어려운 것, 진수성찬은 아닐지라도 정성이 들어간 정갈한 음식을 가족이 같이 장만해 먹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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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슴도치 아이 그림이 있는 책방 1
카타지나 코토프스카 지음, 최성은 옮김 / 보림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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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나는 누구 뱃속에 있었어요?”
엄마가 대답했습니다.

“음, 내 배는 아니었단다. 그때는 다른 엄마가 있었어. 넌 그 엄마 뱃속에 잠시 머물렀지.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지금은 이렇게 우리 곁에 와 있단다.”

“내가 옆에 없어서 많이 울었나요?”

“ 그래. 그때 엄마는 아주 아주 많이 울었어. 아빠도 눈물을 흘렸지. 하지만 지금은 정말 행복하단다. 우리 세 식구가 오순도순 함께 사니까.”

아기를 갖지 못해 슬퍼하는 부부와 부모를 잃은 아이가 만나다. 부부는 아낌없이 사랑을 베풀고 보살필 대상이 필요하기 때문에 입양을 결정한다. 그러나 막상 아이를 보자 선뜻 집으로 데려 올수 없었다. 온 몸에 가시가 돋은 아이를 잘 키울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아이가 먼저 여자에게 손을 내민다. 순간 여자는 깨닫는다. 결코 뿌리칠 수 없다는 것을. 고슴도치 아이는 안기는 데 익숙하지 않았다. 자꾸만 가시로 찔러 사람을 아프게 했다. 엄마가 된 여자는 고슴도치 아이가 안기기 좋아 한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자주 안아 주고 쓰다듬어 주었다. 아이의 가시는 한결 부드러워 졌다.

한달이 지나고 석 달이 지나자 고슴도치 아이의 가시는 조금씩 떨어져 나갔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어느 따뜻한 봄날 아이는 말한다.

“엄마, 엄마가 나를 낳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엄마가 대답 했습니다.

“그래, 나도 그러고 싶었단다. 하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너를 낳을 수 없었어. 그런데 정말 고맙게도 엄마 대신 다른 엄마가 너를 낳아 주셨단다. 덕분에 네가 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고, 우리가 이렇게 함께 할 수 있는 거야. 아가야, 엄마는 너를 정말 사랑한단다.”
 
세상에 어떤 엄마가 이보다 감동적인 말을 할 수 있을까, 부모의 온전한 사랑을 받아 보지 못한 아이는 자기 방어 수단으로 가시을 만든다. 그 가시에 찔리는 아픔을 고스란히 감수하면서까지 끌어안은 사람이 입양아 부모다. 담담하게 그려진 그림 속에 작가는 자신의 체험을 진솔하게 담고 있어 감동이 깊다. 세상에 모든 자녀가 그 부모에게 특별하고 유일한 존재인 것처럼, 입양아도 그 부모가 가시 돋은 몸뚱이를 가슴으로 품어낸 특별하고 유일한 존재이다.

요즘 연예인들의 공개입양이 화제가 되면서 입양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이 시점에서 내가 속한 가족의 의미를 생각해 보았다. 혈연관계로 맺어진 것이 가족이라지만 사실 남편이나 시집식구들은 나와 같은 피를 나누지 않았다. 또 나의 부모님 역시 혈연적 연관관계에 놓여 있지 않다. 그러나 우리는 부부, 부모자식이라는 이름으로 가족관계를 맺고 살아가고 있다.

아이가 처음 태어났을 때, 우리는 보통 누구를 닮았는가, 살핀다. 완벽한 생물학적 조건을 갖춘 부모도 아니면서 굳이 부모와 닮은 구석을 찾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이 책에서처럼, 부모들은 어차피 아낌없이 사랑을 줄 대상이 필요해서 자식을 낳는 것일 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이런저런 생각 끝에 입양이란, '혈연관계에 연연하는 동물학적 계보에서 벗어나 한차례 업 그레이드된 가족관계를 만드는 것이다.'라고 나름대로 결론을 내렸다. 동시에 책이 주는 변화에 대해서도 생각하였다. 아이가 없던 아픔을 겪고 아이를 입양해 가정을 꾸린 작가는 한편의 동화를 만든다. 절제된 감정이 다듬어진 언어로 전달되어 독자에게 특별한 감동을 준다. 이 감동으로 기존의 고정된 가족관에 대해 의문을 갖는다. 결국, 타인의 특별한 가족관계를 온전한 가족으로 자연스럽게 보게 된다. 이것이 동화가 일구는 사회적 기능일 것이다.

공개입양으로 아이들을 키우는, 연극인 윤석화는 추천사를 통해 또 다른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이 책은 입양에 관한 이야기이자 생명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이 세상에 가시투성이, 상처투성이로 살아가는 이들이 오로지 입양아뿐이겠습니까? 어쩌면 우리 모두 단단한 가시를 달고 세상을 살아가는 고슴도치 같은 존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몸에 돋친 가시를 빼내고 온전한 생명으로 살아가게 하는 힘은 바로 '사랑'입니다. 이 책을 통해, 잊어버리기 쉬운 소중한 교훈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어 감사하고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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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 과학자 프래니 2 - 큐피드의 공격을 막아라 엽기 과학자 프래니 2
짐 벤튼 지음, 박수현 옮김 / 사파리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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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 과학자 1 프래니 <도시락 괴물이 나타났다>

당신의 자녀는 어떤 책을 좋아하는가? 등골이 오싹오싹한 추리, 무서운 게 딱 좋아 같은 엽기 만화나  우스운 게 딱 좋아 같은 블랙 코미디에 심취해 있지는 않은지 말이다. 아이들의 이런 책을 좋아하는 것은 호기심이 첫 번째 이유이겠지만 친구들과 사기는 방법이기도 하다.

밋밋한 이야기엔 좀처럼 관심을 끌 수 없으니 엽기적이고 기발한 얘기 거리를 많이 알고 있는 것이 유리하다. 이런 이야기 거리와는 달리 직접 엽기적인 행각을 보인다면 당연 따돌림을 받게 된다. 이야기 거리, 웃음거리는 나와 별개의 세상에 존재할 때 즐길 수 있는 것이지, 내 생활에 영향을 준다면 견디기 어려운 공포와 불편함이 된다.
 
@IMG1@그러니까 책이나 TV속에 나오는 엽기적인 인물에는 애정을 보이지만, 반 친구가 이런 행동을 한다면 참을 수 없는 존재가 된다. 엽기 과학자 프래니 역시, 친구들이 가까이 하지 않는다. 프래니는 한번도 친구를 골려주려고 마음 먹었던 적은 없다. 그러치만 평범한 아이라면 박쥐를 몰고 다니고 뱀으로 줄넘기를 하는 아이와 친구를 할 수 없는 노릇이다. 문제는 프래니가 친구들이 자기를 피하는 까닭을 모른다는 거다.

이런 프래니를 안쓰럽게 바라보던 선생님이 친구 사귀는 걸 과학실험으로 생각해 보라고 권한다. 과학실험이라면 자신 있던 프래니는 친구들을 관찰한다. 친구들의 기호가 썩 내키지는 않지만 맞추려고 열심히 한다. 프래니가 또래 친구들에게 익숙해질 쯤, 괴물이 타나난다.

위기의 순간 프래니는 얌전만 빼고 있을 수 없다. 드디어 엽기 과학의 진수를 보여야 할 찬스가 찾아 온 것이다. 아이들 도시락을 모아, 햄 괴물을 만들고 식빵을 쿠션삼아 선생님을 구출한다. 선생님과 친구들을 구한 프래니는 더 이상 자신을 바꾸지 않아도 친구들과 친하게 지낼 수 있게 되었다.

프래니는 엽기 과학에 푹 빠져있을 뿐이지 악의는 없다. 생각이 다르다는 것은 그만의 특성으로 인정받아야지 따돌림의 대상이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아이들에게 프래니처럼 기발한 발상과 호기심이 있을 텐데도 보기 어렵다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해야 한다.

간혹 프래니같은 아이가 있어도 친구들의 따돌림으로 고통을 겪다가 결국 문제아가 되거나 평범한 아이가 되고 마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 내가 받는 규제만큼 친구를 규제하는 것이 요즘 아이들의 심리이다. 생각과 행동이 자유로운 아이들은 타인의 자유를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내 아이의 사고의 자유를 키우는 것은 타인의 자유를 인정하는 마음을 키우는 것이다.

엽기 과학자 2 프래니 <큐피드의 공격을 막아라>

@IMG2@프래니의 엽기과학실험은 계속된다. 유전공학으로 미니 젖소를 만들고 몸이 엄청나게 커지는 뻥이오를 발명한다. 스위치만 누르면 사진이나 그림 같은 걸 진짜 살아 있는 걸로 바꾸는 기계도 만들어 가족과 친구들에게 보이지만 모두들 관심이 없다. 이런 프래니를 지켜보던 엄마는 이고르라는 지저분한 개를 사서 조수로 삼게 하였다.

가족이나 친구들이 프래니 연구에 관심이 없었던 것처럼, 프래니도 그들이 좋아하는 일을 잘 모른다. 예를 들면, 발렌타인데이가 뭔지, 어떤 카드와 선물을 주고받아야 하는지 따위를 알지 못한다. 이런 프래니를 위해 선생님이 발렌타인데이는 우정과 사랑을 표현하는 날이라고 알려주신다. 프래니도 카드를 만들기 시작했다. 엽기 과학자는 발렌타인데이 카드를 어떻게 만들까?  최대한 상상력을 발휘해 만들어 보고 프래니 카드와 비교해 보시라. 나의 상상력 지수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여기까지가 뒷이야기를 전개해 나갈 사전작업이다. 주어진 조건을 찬찬히 살펴보면 뒷이야기를 짐작할 수 있다. 첫 째, 프래니가 새롭게 만들어낸 것들을 기억해 내야한다. 엄마가 선물한 이고르와 발렌타인데이 카드에 히트가 있다. 아이들과 책을 읽을 때, 뒷이야기 꾸미기는 상상력을 키우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엽기 과학자 프래니는 복잡한 일들과 수 많은 규제와 불가능 따위를 무시한 과감한 상상력을 펼친다. 프래니의 행동이 정당하지도 않고 과학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도 짐작하지만, 아이들은 속수무책으로 빠져들고 만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아이의 모습에서 미래를 예견해 본다. 시대가 변하면, 행동방식도 달라지고 불가능하게 보이는 것들도 가능해진다. 그러니 자유로운 사고를 갖은 아이가 미래의 주인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가 아니겠는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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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 과학자 프래니 1 - 도시락 괴물이 나타났다 도시락 1
짐 벤튼 지음, 박수현 옮김 / 사파리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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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 과학자 1 프래니 <도시락 괴물이 나타났다>

당신의 자녀는 어떤 책을 좋아하는가? 등골이 오싹오싹한 추리, 무서운 게 딱 좋아 같은 엽기 만화나  우스운 게 딱 좋아 같은 블랙 코미디에 심취해 있지는 않은지 말이다. 아이들의 이런 책을 좋아하는 것은 호기심이 첫 번째 이유이겠지만 친구들과 사기는 방법이기도 하다.

밋밋한 이야기엔 좀처럼 관심을 끌 수 없으니 엽기적이고 기발한 얘기 거리를 많이 알고 있는 것이 유리하다. 이런 이야기 거리와는 달리 직접 엽기적인 행각을 보인다면 당연 따돌림을 받게 된다. 이야기 거리, 웃음거리는 나와 별개의 세상에 존재할 때 즐길 수 있는 것이지, 내 생활에 영향을 준다면 견디기 어려운 공포와 불편함이 된다.
 
그러니까 책이나 TV속에 나오는 엽기적인 인물에는 애정을 보이지만, 반 친구가 이런 행동을 한다면 참을 수 없는 존재가 된다. 엽기 과학자 프래니 역시, 친구들이 가까이 하지 않는다. 프래니는 한번도 친구를 골려주려고 마음 먹었던 적은 없다. 그러치만 평범한 아이라면 박쥐를 몰고 다니고 뱀으로 줄넘기를 하는 아이와 친구를 할 수 없는 노릇이다. 문제는 프래니가 친구들이 자기를 피하는 까닭을 모른다는 거다.

이런 프래니를 안쓰럽게 바라보던 선생님이 친구 사귀는 걸 과학실험으로 생각해 보라고 권한다. 과학실험이라면 자신 있던 프래니는 친구들을 관찰한다. 친구들의 기호가 썩 내키지는 않지만 맞추려고 열심히 한다. 프래니가 또래 친구들에게 익숙해질 쯤, 괴물이 타나난다.

위기의 순간 프래니는 얌전만 빼고 있을 수 없다. 드디어 엽기 과학의 진수를 보여야 할 찬스가 찾아 온 것이다. 아이들 도시락을 모아, 햄 괴물을 만들고 식빵을 쿠션삼아 선생님을 구출한다. 선생님과 친구들을 구한 프래니는 더 이상 자신을 바꾸지 않아도 친구들과 친하게 지낼 수 있게 되었다.

프래니는 엽기 과학에 푹 빠져있을 뿐이지 악의는 없다. 생각이 다르다는 것은 그만의 특성으로 인정받아야지 따돌림의 대상이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아이들에게 프래니처럼 기발한 발상과 호기심이 있을 텐데도 보기 어렵다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해야 한다.

간혹 프래니같은 아이가 있어도 친구들의 따돌림으로 고통을 겪다가 결국 문제아가 되거나 평범한 아이가 되고 마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 내가 받는 규제만큼 친구를 규제하는 것이 요즘 아이들의 심리이다. 생각과 행동이 자유로운 아이들은 타인의 자유를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내 아이의 사고의 자유를 키우는 것은 타인의 자유를 인정하는 마음을 키우는 것이다.

엽기 과학자 2 프래니 <큐피드의 공격을 막아라>

프래니의 엽기과학실험은 계속된다. 유전공학으로 미니 젖소를 만들고 몸이 엄청나게 커지는 뻥이오를 발명한다. 스위치만 누르면 사진이나 그림 같은 걸 진짜 살아 있는 걸로 바꾸는 기계도 만들어 가족과 친구들에게 보이지만 모두들 관심이 없다. 이런 프래니를 지켜보던 엄마는 이고르라는 지저분한 개를 사서 조수로 삼게 하였다.

가족이나 친구들이 프래니 연구에 관심이 없었던 것처럼, 프래니도 그들이 좋아하는 일을 잘 모른다. 예를 들면, 발렌타인데이가 뭔지, 어떤 카드와 선물을 주고받아야 하는지 따위를 알지 못한다. 이런 프래니를 위해 선생님이 발렌타인데이는 우정과 사랑을 표현하는 날이라고 알려주신다. 프래니도 카드를 만들기 시작했다. 엽기 과학자는 발렌타인데이 카드를 어떻게 만들까?  최대한 상상력을 발휘해 만들어 보고 프래니 카드와 비교해 보시라. 나의 상상력 지수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여기까지가 뒷이야기를 전개해 나갈 사전작업이다. 주어진 조건을 찬찬히 살펴보면 뒷이야기를 짐작할 수 있다. 첫 째, 프래니가 새롭게 만들어낸 것들을 기억해 내야한다. 엄마가 선물한 이고르와 발렌타인데이 카드에 히트가 있다. 아이들과 책을 읽을 때, 뒷이야기 꾸미기는 상상력을 키우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엽기 과학자 프래니는 복잡한 일들과 수 많은 규제와 불가능 따위를 무시한 과감한 상상력을 펼친다. 프래니의 행동이 정당하지도 않고 과학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도 짐작하지만, 아이들은 속수무책으로 빠져들고 만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아이의 모습에서 미래를 예견해 본다. 시대가 변하면, 행동방식도 달라지고 불가능하게 보이는 것들도 가능해진다. 그러니 자유로운 사고를 갖은 아이가 미래의 주인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가 아니겠는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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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의 못 말리는 여자들 - 교양 있는 우리 아이를 위한 세계역사 이야기
비키 레온 지음, 최재호 그림, 손명희 옮김 / 꼬마이실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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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왜 ‘못 말리는 여자들’이란 제목을 붙였을까? 이렇게 대단한 여자들을 소개하면서 ‘못 말린다’는 표현은 격이 좀 떨어지는 느낌이 든다. ‘고대의 위대한 여걸들’로 바꿔야 마땅하다.

이 책 속에 굳이 ‘못 말리는 여자’를 찾는다면 로마 시대의 전문 독살가 ‘로쿠스타’을 들 수 있다. 그녀는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출세하고 싶은 야망을 품었다. 돈도 인맥도 없던 그녀가 선택한 것은 약초를 이용한 독약제조 기술이다. 로마에 사는 많은 귀족들이 친척이나 경쟁자들을 은밀히 제거하기 위해 그녀를 찾았다. ‘로쿠스타’은 권력을 갖은 고객들의 비호아래 승승장구하여 독살기술을 양성하는 학교를 열 정도로 세를 키웠다.

‘로쿠스타’가 고대를 대표하는 여성으로 뽑히게 된 까닭은 그녀의 악행이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클라우디우스 황제의 네 번째 아내인 아그리피아나는 자신의 아들 네로를 황제로 옹립하기 위해 남편을 독살한다. 황제가 된 네로는 적자인 어린 동생 브리타니쿠스를 독살하는데 어머니처럼 로쿠스타을 고용한다. 그리고 어머니마저 자신을 죽일지도 모른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제거한다.

세계의 지배자인 로마황실의 살인 기술자였던 로쿠스타는 당연 악녀이다. 그녀가 자신의 출세를 위해 인간의 생명을 하찮게 여겼다는 것은 용서받지 못할 일이다. 그러나 다른  고대 여걸 중에 유일한 악녀로 이름이 올른 이유가 웬지 천민 출신이라는 원죄 때문인 것만 같다.

‘로쿠스타’가  하트셉수트처럼 이집트 공주로 태어났다며 그녀처럼 파라오가 되는 것을 꿈꾸지 않았을까, 사포처럼 귀족 집안에서 태어났다면 그녀처럼 시인이나 예술가 혹은 약초를 연구하는 학자로 이름을 남겼을 수도 있지 않았겠는가 말이다. 차라리 그녀에게 재능이 없었거나 야망을 갖지 않았다면 적어도 후세에까지 더러운 이름으로 남지 않았을 것을 것이다.

‘로쿠스타’와 상반된 인물은 ‘히파르키아’다. 그녀는 기원전 300년경 최고의 예술과 문화, 철학이 숨쉬는 도시 그리스 아테네에서 태어났다. 그녀의 집안은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아버지 필립포스 왕이 전쟁을 치르러 갈 때 머무르곤 했을 정도로 부유했다. 그녀는 철학에 심취해 있었고 키니코스학파 중 한 사람과 결혼하였다. 키니코스학파 중 가장 유명한 사람이 알렉산드로스 대왕과의 일화로 유명한 디오게네스다. 디오게네스는 죽을 때까지 옷 한 벌과 지팡이 하나, 자루 한 개만을 지니고 진흙 항아리에서 살았다.

키니코스학파는 견유(犬儒)학파라고도 한다. ‘개와 같은 생활’이란 뜻을 지니 이 학파를 따르는 사람들은 ‘필요한 것이 적을수록 신에 가까운 자유로운 인간’이라고 생각했다. 세상    의 모든 질서나 관습, 사치를 ‘개가 짓는 것처럼’ 비난하고 조롱했다. ‘냉소적이다’라는 뜻을 지니 ‘시니컬(cynical)하다’라는 말이 이 학파의 이름에서 나온 것이다. 그런 이유로 ‘히파르키아’는 부와 안락함을 버리고 남편을 따라 길거리에서 먹과 자는 생활을 시작한다. 그녀는 남자 중심의 아테네 사회에서 여자 철학자로 살았다.

로쿠스타가 부와 출세를 위해 양심을 버렸다면, 히파르키아는 모든 것을 버려 자신을 찾았다. 좀 다르게 보면, 로쿠스타는 갖은 것이 없기 때문에 얻으려 했고 히파르키아는 갖은 것이 있기 때문에 버릴 수 있다고도 할 수 있다. 고대에 이름이 알려진 여인들은 공통적으로 자아강하다. 그러나 그녀들은 신분을 뛰어 넘는 예를 보이고 있지 못하다. 대부분의 여걸들이 처음부터 귀족의 딸이거나 공주라는 신분을 갖고 태어났다. 물론 모든 귀족의 딸이나 공주들이 위대한 행적을 만든 것은 아니다. 그러나 위대한 여인들 속에 낀 악녀 ‘로쿠스타’가 유일하게 천민 출신이라는 것이 당시, 여인이 신분을 뛰어넘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려주고 있는 것만 같아 씁쓸하다.

한편, 이집트의 파라오 하트셉수트, 뛰어난 외교술로 로마을 사로잡은 클레오파트라, 고대 아시리아의 정복왕 세미라미스, 수메르의 제사장 엔헤두아나, 로마를 놀라게 한 사막의 왕 제노비아, 이스라엘 해방 전쟁을 승리로 이끈 드보라와 야엘이 등은 나라의 지도자로써 남자들 못지 않게 야망과 역량을 펼쳤다.
 
동양의 인물로는 베트남의 독립을 위해 싸운 쯩 자매가 있고, 역사 책 <한서>를 완성한 반소가 있다. 우리나라에도 역사 속에 묻혀 좀 생소한 인물로 ‘소서노’와 ‘허황후’가 있다. 소서노는 졸본 땅의 토착 세력으로 북부여에서 도망온 고주몽 두번째 부인이다. 그녀는 비류와 온조의 어머니이기도 하다. 소서노는 고주몽이 고구려를 세울 때 일등공신이었고 아들 비류가 백제를 세우는 것을 도왔다. 고구려와 백제 건국의 어머니인 것이다. 허황후는 가야국의 왕 김수로의 부인이다. 아유타국에서 배에 석탑을 싣고 왔다. 우리에게 최초로 불교를 전한 것이 허황후라는 설이 있다. 금슬이 좋았던 부부는 자손 중 한명에게 허씨 성을 물려주었다고 한다. 허황후가 김해 허씨의 시조인 것이다.  

이 외에도 소크라테스의 스승이고 페리클레스의 연인이었던 당시 최고의 지성인 아스파시아가 있고 이집트의 수학자이면서 철학자인 히파티아가 있다. 히파티아는 진리와 결혼했다고 했을 정도로 학문에 몰두 했다. 그러나 기독교 광신도들에 의해 이교도로 몰려 조개껍질로 살을 찢기고 불에 태워지는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한다.

고대의 여인 중에서 가장 매력적인 여인은 단연 시인 사포이다. 사포는 레즈비언이었다. 200년 전까지만 해도 ‘레즈비언’이라는 말이 에게 해의 ‘레스보스 섬에 사는 사람이나 그곳에서 난 물건’을 뜻했다. 그러니 사포를 동성애자로 오해하지는 마시라. 그녀는 수금연주와 시 쓰는 것을 좋아 했다.

‘사포는 지금 우리가 ’서정시‘라고 부르는, 개인의 감정이나 느낌을 주관적으로 읊는 시를 썼단다. 그리고 시를 그냥 읊는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노래를 부르는 것처럼 노래로 만들어 수금을 연주하면서 불렀어. 서정시를 영어로 ’lyric poem'이라고 하는데, ‘lyric'은 수금(lyre)에 맞추어서 노래를 부른다는 뜻이란다. ’노래가사‘라는 단어를 영어로 ’리릭(lyric)'이라고 하는 것도 그 때문이야.‘

그녀는 젊은 여자의 체험을 바탕으로 솔직하고 정확하게 감정을 표현했다. 또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를 받드는 모임을 만들어 합창곡이나 종교 축제에 쓸 시도 많이 지었다. 축제가 열릴 때면 말이 끄는 전차나 소가 끄는 꽃수레를 타고 다녔다. 사포가 죽은 지 200년 뒤에 플라톤은 사포를 이렇게 칭송했다.

어떤 이들은 뮤즈가 아홉 명이라고 하나 이는 틀린 말이다. 레스보스 섬의 사포를 보라. 뮤즈는 사포를 더하여 열 명이라 해야 옳다.”

동양의 여걸들이 아들의 섭정이나 남편의 조력자로써의 권력을 취했던 것에 비해, 서양의 여걸들은 대륙을 지배하려는 욕망을 품었다. 고대 여인들도 철학이나 학문, 예술분야에 뛰어난 역량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이 책에 나오는 몇 명의 여인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여성들은 신분적 제약으로 자신의 뜻을 펴고 사는 일은 꿈조차 품을 수 없었고, 남성의 권력 앞에서 자신의 능력을 사장시켜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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