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근처의 벌레들 - 가만히 앉아서 찾아보자 과학은 내친구 21
고바야시 토시키 지음, 다카하시 기요시 그림, 엄기원 옮김 / 한림출판사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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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근처의 벌레들>이란  책제목을 보자, 곤충과 벌레를 구분하는 영역이 궁금해 졌다. 국어사전을 찾아 보니, ‘벌레’는 ‘곤충을 비롯하여 기생충과 같은 하등동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라 되어 있다. 그러니 곤충은 벌레라는 개념에 포함되어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우리는 곤충과 벌레의 관계를  바꿔 쓰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예를 들면, ‘곤충의 세계’라든지, ‘곤충세계에서 살아남기’라는 제목을 붙이고 속내용은 절지동물 중 다지류에 속하는 지네나 거미류를 다루고 있거나, 환형동물에 속하는 지렁이를 넣은 경우가 그렇다.

아이들은 학교 교과에서 곤충은 6개의 다리를 가지고 있으며, 몸통은 머리, 가슴, 배로 나누어 졌다고 배운다. 그런데도 일반적으로  곤충과 벌레를 같은 영역으로 다루거나, 곤충 안에 다른 동물을 포함시키는 경우가 흔하다. 이렇게 단어의 개념을 애매하게 사용하다 보면, 어린이들에게 혼선을 줄 수 있으니 ‘벌레의 세계’, ‘벌레세계에서 살아남기’로 제목을 바꾸고 내용을 분류하는 것이 좋겠다.
 
<집 근처의 벌레들>는 제목에 벌레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개념를 바로 했으며 지네, 거미, 지렁이, 먼지벌레 따위를 다루고 있다. 유치원생부터 초등학교 1~2학년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이 책은 흙과 나무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벌레들 모습을 그려 설명을 달았다. 현광색이 들어 있지 않은 약간 누런 속지에 그린 그림은 원색을 피하고 은은한 색을 써으며, 수채화로 섬세하게 표현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편안한 느낌을 준다.

벌레에 대한 설명으로 먹이, 번식, 몸의 구조와 기능 따위의 기본적인 내용을 간단하게 정리했다. 벌레들을 실제크기로 그려 어린이들이 현장에서 쉽게 실물을 발견할 수 있게 배려하였다. 책 마지막에는 이 그림책에 나오는 벌레들을 기르는 법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우리는 우리주변에 사소한 것들을 놓치고 엉뚱하게도 특이하고 거대한 것에만 관심을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에게 ‘희귀 곤충 전’은 보여주면서, 정작 우리 주변에 있는 벌레들을 관찰할 기회는 주지 않으니 말이다. 이처럼 예전엔 일상생활에서 보고 느꼈던 것을 요즘 아이들은 책이나 박물관을 통해서 습득한다. 이런 방법은 자기 주도적인 학습이 되기 어렵고, 학습자가 일방적으로 수렴하는 학습이 되기 쉽다. 또 생활과 동떨어진 학습은 특이하거나 엽기적인 것을 선호하게 한다.

어린이나 청소년들이 컴퓨터나 환타지의 가상세계에 빠져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어려서부터 실체를 접하기 보다는 책이나 다른 도구로 외부의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기 때문에 현실보다는 가상세계를 더욱 친근하게 느끼는 것이다. 그러나 어린이들의 본래의 관심사는 생활주변에 있다. 그래서 어린이들에게 가상세계보다는 생활주변의 사물들을 익숙하게 할 필요가 있다.

<집 근처의 벌레들>은 제목 처럼 집 근처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벌레들의 여러 모습 담아 어린이들을 생활주변에 관심을 갖게 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책 속에 펼쳐진 생명들의 놀라운 모습을 직접 찾아보고 관찰할 때 책의 의미가 살아날 것이니, 책 속에만 의지하지 말고 아이들에게 생활주변의 벌레들을 관찰할 기회를 주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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