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최승호 시인의 말놀이 동시집 1 - 모음 편 ㅣ 최승호 시인의 말놀이 동시집 시리즈 1
최승호 시, 윤정주 그림 / 비룡소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옛 어린이들은 산과 들로 뛰어 다니며, 놀이 삼아 말을 배우고 익혔다. 이처럼 친구들과 자연 속에서 놀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배웠던 언어는 오늘날 어린이들에겐 보기 어렵다. 놀이 공간이 제한된 어린이들에겐 학교나 학원이 학습의 장인 동시에 놀이터이다. 그런데 이런 학교나 학원에서는 정형화된 학습방법으로 언어를 가르치고 있다. 이에 대한 문제점을 보안하기 위해, 근래에는 어린이들의 생각을 끌어내어 자신의 의견을 발표하는 수업을 많이 하고 있다. 하지만, 자연을 보고 놀이를 자유롭게 만들어 내던 옛 어린들의 학습과 비교한다면, 요즘 학습방법은 창의력을 키우는 면이나 자유의지 갖게 하는 면에서 많이 부족해 보인다.
<말놀이 동시집>은 우리의 전통 말놀이 민요처럼 시를 지어 묶었다. 우리말 중 동음이의어라든지, 첫 글자나 끝 글자가 같은 단어들을 이용해 지은 시들이다. 이 동시들을 읽다보며 경쾌한 어감에서 말이 갖고 있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어린이들은 곧 보이지 않는 유쾌한 놀이감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나
나무는 나무
나비는 나비
나는 나예요
달은 달
새는 새
나는 나예요
나는 딸꾹
뻐꾸기는 뻐꾹
수염
옥수수 밭에는 수염이 많네
얀 수염 옥수수
노란 수염 옥수수
빨간 수염 옥수수
수염 까만 염소야
하얀 수염 먹을래
노란 수염 먹을래
빨간 수염 먹을래
귀뚜라미
라미 라미
맨드라미
라미 라미
쓰르라미
맨드라미 지고
귀뚜라미 우네
가을이라고
가을이 왔다고 우네
라미 라미
동그라미
동그란
보름달
우 산
우르릉 쿵쿵 천둥 치네
우람한 나무 아래서
우리는 비를 피하네
우산 없는 새랑
우산 없는 나비랑 같이
비를 피하네
펄쩍펄쩍 개구리가 뛰어가네
개구리야
너 지금 소나기에 묵은 때 씻냐?
<말놀이 동시집>에는 이렇게 별 뜻 없는 말놀이 동시가 84편 실려 있다. 이 시들을 통해 우리말과 글을 익힐 수 있게 꾸며졌다. 순서도 14개 자음에 5개 모음을 합쳐 순서가 정해 졌다. 이제 막 말을 익히기 시작한 유아들은 새 낱말을 읽히고 서로 다른 뜻을 지닌 같은 소리의 낱말들에 대해서 배울 수 있다. 글을 배우기 시작하는 유치원생들은 반복되는 단어를 찾으면서 한글을 배우는 데 도움이 된다. 동음이의어로 말장난을 즐기기 시작한 1,2학년들에겐 새로운 말놀이를 발견하는데 아이디어를 제공 할 것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율동감 없다는 거다. 어린이들이 놀면서 재미로 만들어 낸 동시가 아니어서, 현장감이 떨어지고 율동을 느낄 수 없었다. 그러나 재미난 우리 전통 말놀이 따서, 어린이들에게 말과 글을 익히게 하겠다는 시인의 생각은 참신하고도 의미가 깊다. 그 외에 동시가 특별한 의미 없이 단순하면서도 유머를 담고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어린이들이 단순한 놀이에 아무생각 없이 몰입하듯, 말놀이에 몰입하며 즐기는 모습이 기대된다.
인간의 언어는 아주 오래전부터 학습과 놀이의 수단이었다. 오늘날도 언어가 이런 기능을 갖는다. 그러나 오늘날의 언어 학습과 놀이에는 개인의 자발적인 의도를 배제하고 있다. 어린이들은 어른들의 언어놀이를 답습하거나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사용한다. 그러다보니 어린이들이 쓰는 언어놀이는 질이 낮고 거칠어 질 수밖에 없다. 이런 현상은 어린이들이 사는 환경이 그만큼 삭막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이들에게 고운 말놀이를 찾아주는 것이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이란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