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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중세의 방패 기사와 성 ㅣ 어린이 디스커버리 19
데보라 머렐 지음, 손명희 옮김 / 시공주니어 / 2005년 9월
평점 :
품절
데보라 머렐 글 / 시공주니어 펴냄
곧 있으면 겨울 방학이 돌아온다. 겨울방학은 아이들이 책과 친해 질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그래서 이 때가 되면 엄마들은 긴긴 겨울방학에 읽힐 책을 고르는데 부적 관심을 기울인다.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종류의 책이 나와 있지만, 가장 욕심이 가는 쪽은 역시 역사책이다. 그러나 아직 아이가 줄글로 된 딱딱한 역사책은 읽을 리 없어 고민이다. 궁리 끝에, 차선으로 고르는 것은 대부분 만화로 된 역사책이다. 부모들이 고민 끝에 아이들에게 만화역사책을 사주는 까닭은 ‘일단 역사에 대한 흥미를 붙여 보자’는 생각에서 이기도 하지만, 딱히 만화를 대체할 만한 어린이역사책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면 어린이 역사책을 만화로 밖에 만들 수 없는 까닭은 무엇일까? 기획능력의 부족과 너무 많은 지식을 한꺼번에 쉽게 알려주고 싶은 부모의 욕심에 부합한 결과라는 생각이다. 어린이를 위한 역사만화를 대체 할 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특별한 배려가 필요하다. 아이들에게는 간단히 시대를 구분 짓는 기준점을 익히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전문가에 의해 기획방향을 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야 그에 따라 효과적으로 역사적 자료를 정리하고 취사선택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한 가지 사건을 깊이 있게 다루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지만, 통시적으로 간단히 정리하는 것 역시 쉽지 않다. 그래서 역사가들에 의한 전문적인 선별과 감수 과정이 요구 된다. 이런 견해에서 볼 때 ‘시공주니어’에서 새로 출간된 어린이 역사책이 유난히 돋보인다.
출판사 ‘시공주니어’에서는 ‘어린이 디스커버리'시리즈를 2004년부터 한국판으로 번역하고 있다. 지난 9월 서양사에 관한 세권의 책이 출간되었는데 ‘서양 문명의 열쇠 고대 그리스’ ‘찬란한 제국 고대로마’ ‘서양중세의 방패 기사와 성’이 그 것이다.
이 책들이 돋보인 까닭은 초등학생 수준에 맞는 주요 골격을 토대로 과감한 편집이 이루어졌다는 데에 있다. 또, 사건과 인물에 따른 시대적 흐름은 간략하게 처리한 반면, 당시 사람들의 삶의 기반을 형성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도 기존의 역사백과와 다르다.
‘찬란한 제국 고대 로마’에서는 지리적 위치, 정치형태, 도시의 모습, 군인들의 생활, 사람들의 일상생활과 주거형태, 놀이문화 따위를 그림과 함께 다루고 있어 아이들이 사건과 인물을 외우기보다는 그 시대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게 돕고 있다. ‘서양 중세의 방패 기사와 성’에서는 일반인의 생활 보다는 기사와 전쟁, 성에 대해서 비중을 두어 시대흐름을 전개하고 있다.
이 두 책은 한 시리즈에 같은 저자의 책인데도 전개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그 시대를 형성하는 중심골격이 달라졌다. 덕분에 시대를 확연히 구분할 수 있다. 고대 로마에서는 그 문화와 정치가 얼마나 찬란했는가, 알 수 있으며, 중세에서는 아이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부분이기도 하고 중세의 상징이기도한 기사들을 중심으로 풀어 놓았다.
역사 학자로도 유명한 토인비는 ‘역사에 대한 연구는 호기심에서 비롯된다.’고 했다. 또 ‘한 개인 경험이 인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듯 집단으로서 갖는 체험도 공적인 일을 처리해 나기기 위한 지침으로 꼭 같은 가치를 갖고 있다’고 했다. 꼭 토인비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역사를 배우 것이 현재와 미래 사회를 바라보는데 얼마나 중요한지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역사를 바라보는 방향이 학교 교과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이다. 처음 역사를 접하는 아이들에게는 역사의 흐름과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하지 않는다. 인물 중심으로는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기 어렵고, 기준점 없이 시대적인 흐름에 따라 나열한 많은 사건들은 어린아이들에게 혼란을 준다.
저학년의 경우, 시각적 자료를 충분히 활용하는 것과 몇 가지라도 정확한 개념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만 다음에 좀더 어려운 책을 보더라도, 윤곽을 그릴 수 있고 흥미를 갖고 자신의 기준점에서 비교하여 수정 보완할 수 있다. 이런 역사와의 만남이 반복되면 의외로 명확하고 빠른 학습은 쉽게 이루어지리라 본다.
어린이들을 위한 배려라는 관점에서 보면 ‘어린이 디스커버리’는 전문가에 의한 선택된 요소로 적절히 배치하고 있어 편집과 기획력이 탁월하다 할 수 있다. 또 선명한 색채로 과감하게 펼쳐 놓은 그림과 지도는 많은 언어를 대신한다. 그래서 딱딱한 글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에게 시각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효과를 주고 있다.
이제 곧 시작 될 겨울방학을 위해 어떤 책을 읽혀야 될까, 고민하고 있다면 저학년 부모에겐 ‘어린이 디스커버리’를 한번 살펴보라고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