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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역사 첫발 1
정명숙 지음 / 문공사 / 2005년 6월
평점 :
품절
도서제목 : 세계 역사 첫발 1
저자 : 정명숙
출판사 : 문공사
불혹에 이르러서야 역사와 과학에 흥미를 느끼다니, 그 것도 아이들 책으로 말이다. 좀 창피한 생각도 들지만, 배움의 즐거움이야 크고 많음에 있지 않고 하나에서 둘을 알 때 느끼는 것이니, 아이들 책이면 어떻고 나이 많고 적음이 무슨 문제 될 것인가. 그저 이런 시간들이 내게 주어진 것에 감사 할 뿐이다.
이 책을 통해 내가 세계사에 대해 알고 있는 수준을 가늠할 수 있었다. 이것저것 단편적인 상식은 있으나 그 단편들이 어느 시대에 것인지 정리 되어 있지 않았다. 앞 뒤 흐름을 파악하지 못하고 서로 동떨어진 편린들만 점점히 놓여 있는 꼴이었다.
그러니 클레오파트라와 안토니우스를 그저 비극적인 사랑이야기로 바라 볼뿐 그 속에 로마 삼두정치를 파기하는 권력다툼이 있었다는 것을 알지 못 했다. 카노사의 굴욕으로 힘은 얻은 교황이 하느님의 이름을 빌어 현세를 지옥으로 만들었다는 것도, 비잔틴 제국 황제의 요청으로 십자군을 메카로 향하게 한 교황이, ‘금과 명예’를 준다는 베네치아 상인들의 제안를 받아 비잔틴 제국의 수도인 콘스탄티노플을 불바다로 만들었다는 것도 몰랐다.
교황이 집권하던 중세엔 기사도 정신도 신에 대한 믿음도 없었다. 제물에 대한 탐욕과 권력에 대한 집착에서 비롯된 악랄함은 소년 십자군을 동원하여 난파당해 죽게 하였고 노예시장로 몰아 넣는다. 팔려간 소년들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이슬람 인의 자비 덕분이었다.
유럽 인들은 14세기 유럽 인구를 3분의 1로 줄게 한 흑사병의 원인을 유대인에게서 찾았다. 고리대금으로 돈을 모으는 그들을 미워했던 차에, 자신들에게 내려진 재앙을 이교도 탓으로 돌린 것이다. 흑사병과 아무런 상관이 없던 유대인들은 무참히 학살당했다. 유대인들은 참으로 오래 전부터 많은 민족에게 박해를 받아 오면서도 끈질기게 민족의 결속을 유지 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순간 이였다.
이슬람교, 유대교, 크리스트교가 엉키고 설킨 수 많은 분쟁들을 기억할 때 종교야 말로 인류의 재앙이란 생각이다. 가장 인간의 참모습을 찾아야 할 종교에서 가장 비종교적인 잔인함을 동반하고 있으니 말이다.
프랑스에서 건너간 노르만 족의 대표자인 윌리엄 공은 비록 영국의 왕이 되었어도 프랑스의 신하였다. 프랑스왕이 후계자가 없이 죽자, 영국왕은 프랑스의 왕이 되려 했다. 이런 왕위계승 문제와 함께 영토 문제가 백년전쟁이 발발하는 원인이다. 백년간 지속되는 지리 한 전쟁은 잔 다르크의 등장과 희생을 계기로 종식된다.
지난해 아이와 함께 '서양미술 400년(푸생에서 마티스까지)' 전시회에 갔었다. 샤를 알퐁스 뒤프레누아 작품 중 ‘스키로스의 아킬레우스’ 란, 작품 앞을 지날 때였다. 아이가 이 작품은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장면이라면 작품의 배경을 우리에게 설명해 주었다. 물론, 아이는 이 작품을 처음 보는 것이었고 그리스신화에 관한한 달달 외울 정도였다. 아이의 설명이 없었다면 명암 처리로 선명하게 빛을 받고 있는 인물이 주인공이라는 것쯤은 짐작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아킬레우스가 왜 여장을 하고 칼을 들고 있는지는 모르고 작품을 보았을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의 유홍준 말처럼 정말 세상은 아는 만큼만 보인다. 아이든 어른이든 말이다.
이 책은 인류의 탄생에서 시작하여 중세시대에 이르기까지 굴직 굴직한 사건 중심으로 다루고 있다. 글씨 크기나 량이 초등학교 3~4학년이 보아도 무리가 없다. 내용은 이야기 형식이라 쉽게 읽어 나갈 수 있었다.
이 책을 바로 읽는 것도 좋겠지만 일단은 그리스 로마 신화라든지, 원탁에 기사, 여러 위인전 따위를 충분히 읽고 본다면 더욱 재미를 것이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만들어 진 역사책이라 아쉬움이 없지 않다. 그러나 뭔가 아는 것이 있어야 궁금하고 흥미를 느끼는 것처럼, 세계사를 처음(다시) 접하는 이에게 세계사에 다가 가도록 이끌어 준다.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것은 만화책이 아닌데도 재미있다는 것과 단 두 권에 세계사를 담아 가볍게 훑어 볼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