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빼미의 눈 - 우리나라 아동극 선집 2 쑥쑥문고 60
윤석중.송영 외 지음, 백재중 그림, 임지연 엮음 / 우리교육 / 2004년 7월
평점 :
절판


도서제목 : 올빼미의 눈
저자 : 윤석중.송영 외
출판사 : 우리교육

<올빼미의 눈>을 읽으면서 이만한 입담과 짜임새라면 화려하고 멋진 무대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윤석중의 작품 <올빼미의 눈>은 욕심 많은 올빼미를 꾀돌이 종달새와 겁 많은 비둘기가 골려주는 내용이다. 새 떼들의 노래 소리로 무대가 시작한다.

<삼월 삼짇>노래  / 정지용
중중 때때중
우리 애기 까마머리
질라라비 훨훨
제비 새끼 훨훨
쑥 뜯어다가
개피떡 만들어
호호 잠들여 놓고
냥냥 잘도 먹었다.
중중 때때중
우리 애기 상제로 사 갑쇼.

다음은 안경장수 제비가 가락을 넣어 손님 끄는 소리로 이어진다.

‘났구료 났구료 안경이 났구료.
 이상한 발명 안경이 났구료.
 맘 착한 이에겐 돈 안 받고도 드리고
 맘 나쁜 이에겐 돈 받고도 안 파는구료.
......................
눈 어둔 노인도 모두 오시오.
눈먼 장님도 모두 오시오
배고픈 이들도 모두 오시오
부모 없는 아기네도 모두 오시오.
....................
마음의 안경, 주린이의 안경, 앞 못 보는 이의 안경, 부모 갖추지 못한 이의 안경, 돈 끌어들이는 안경, 죽은 아들 다시 만나 보는 안경.‘

이 대사가 끝나면 올빼미는 제비를 속여 안경을 훔쳐간다. 이런 올빼미를 종달새와 비둘기가 골려주고 안경을 되찾는다. 제비는 자신의 노래 가락처럼 눈 어둔 노인 부엉이, 배고픈 꾀꼬리, 부모 없는 앵무새 남매에게 안경을 나누어 준다. 부엉이 노인이 모두에게 아무리 사나운 비바람과 모진 번갯불이 우리의 앞길을 가로막아도 뚫고 나가자고 독려하고 마무리 짓는다.

사건 변화가 자주 있고 등장인물도 많아 아이들이 직접 동극놀이를 하기는 쉽지 않아 보이고 관람하기엔 좋은 작품이다. 감칠맛 나는 입담, 유쾌한 권선징악으로 이루어진 전개, 힘을 합해 용기를 내자는 마무리. 뭐하나 빠질 것 없는 무대용 아동극이다.

뒤편에 나오는 아동극들은 아이들과 직접 무대를 꾸미거나 배역을 정해 재미있게 읽어보면 좋을 작품들이다.

송영 <그 뒤의 용궁>은 ‘별주부전’을 각색한 아동극으로 토끼가 용왕의 신하들에게 다시 잡히지만 그 특유의 꾀로 살아난다는 이야기다.

<고양이와 쥐>에서는 불쌍한 처지의 검은 고양이와 흰 고양이가 서로를 위로하다가 쥐를 발견하자 서로 차지하려고 싸우기 시작한다. 그 사이를 쥐는 도망가 버린다.

박일 <사람은 어떻게 생겼나>신체에 모든 장부와 조직들이 각기 자기 자랑에 나섰다.  요즘 가장 유행하는 것이 학습만화인데, 70년 전에 벌써 학습용 아동극이 있었던 것이다.

남기방 <곰과 아이>는 한 여름 더위를 참다 못 한 곰이 자신이 털외투를 입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돼지와 원숭이를 찾아가 등 뒤에 있을 단추를 풀어달라고 부탁하지만 봉변만 당 한다. 마지막으로 아이에게 부탁을 한다. 아이는 등어리를 만지작거리더니 단추가 없다고 한다. 그 소리에 생각이 달라진 곰은 아이를 잡아먹으려고 든다. 그 때 아이가 ‘그렇지만 곰 아저씨, 환했지요?’ 생뚱맞은 소릴 한다. 아이는 천진스럽게 곰의 등어리에서 단추대신 이를 잡았던 것이다.

옥동 <임금님 제 자랑> 옛날에 자랑을 좋아 하는 두 임금님이 있었다. 두 임금은 자기 자랑을 하다 그만 자기 흉 자랑을 하게 된다. 결국,

임  금  님 : 그렇지만 나처럼 제 궁둥이를 긁으려다가 마누라 궁둥이를
            긁은 덤벙이도 또 없겠지요?
이웃임금님 : 그런가요? 나는 거울에 비치는 나를 보고 절을 하던 덤벙이
            요.

라고까지 하기에 이른다. 정말 우습고도 재미있다.   
  
요즘 우리 동화를 읽다가 고만고만한 이야기에 식상함이 느껴진다면 2,30년대 작품을 읽어 보기를 권한다. 아마도 신선한 감동을 받을 것이다. <올빼미의 눈>이 2,30년대 아동극이라 기대를 하기는 했는데 이런 작품들이 숨겨져 있을 줄은 몰랐다. 감칠맛 나는 입담으로 대화를 줄줄이 풀어나가는 것. 네말 내말 받아치는 솜씨가 판소리 한 소절을 연상시킨다. 이 책 속엔 아직 우리 고전의 맥이 남아 있었다. 지혜와 재치를 담은 해학이 살아있고 우리말이 알알이 숨쉬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70년이 지난 요즘 아이들도 즐길 수 있는 완성도 높은 작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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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jart 2005-03-24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리뷰 입니다~

수양버들 2005-03-24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칭찬해 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