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사냥꾼
보리스 S. 지트코프 지음, 장한순 그림, 김영하 옮김 / 문학동네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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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작은 사냥꾼>에서 자신의 상상 속에 집착한 나머지 과격한 행동을 서슴치 않는 보류슈카를 보면서 <노란 양동이>의 어린여우가 생각났다. 어린 여우는 노란 양동이가 너무 갖고 싶지만 주인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린다. 노란 양동이가 없어지자 어린 여우는 그 동안 노란 양동이와 함께 했던 추억을 고이 간직한다.

보류슈카는 할머니 댁에 있는 모형 증기선에 온통 정신이 쏠려 있다. 불행히도 모형 증기선은  할머니께서
“ 절대로 만지면 안 된다. 절대로 ! 알았지?”
하고 경고해 놓은 물건이다. 그러나 할머니의 경고는 보류슈카의 상상을 멈추게 할 수 없었다. 어느 날 할머니가 집을 비우신 틈을 타 보류슈카는 상상 속의 소인들을 찾아 증기선을 뒤져보고 흔들어본다. 소인들이 나타나지 않자 칼로 밧줄 사다리를 잘라 내고 마스트를 뽑아낸다. 소인들이 도망치지나 않을까, 칼로 갑판을 서서히 들어 올린다. 아직도 소인들은 나타나지 않는다. 보류슈카는 단숨에 갑판을 들어 올리며 동시에 손바닥으로 배 안을 덮쳤다.

‘ 아무것도 없었다. 정말 아무것도, 아무것도 없었다.
 배 밑바닥에 고정되어 있을 줄 알았던 의자조차 없었다.
 갑판 아래는 냄비처럼 텅 비어 있었다.
 나는 배 안을 덮고 있던 손을 가만히 들어 올렸다.
 역시, 아무것도 없었다.
 갑판을 다시 제자리에 끼워 넣으려는데, 손가락이 덜덜 떨렸다.‘

보류슈타의 집착은 결코 아름답거나 순순하거나 정의롭지 않다. 작가는 아이의 행동을 미화 시키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했을 법한 이야기, 하지만 아이들은 선하고 순수하여야 하기 때문에 금기시 되었던 이야기, 그래서 조금은 충격적인 이야기이다.

<노란 양동이>와 <작은 사냥꾼>은 아이들이 특별한 사물에 집착하는 것을 소재로 다루고 있다. 그러나 두 작품은 전혀 다른 내용으로 전개된다.

 어린 여우는 너무나 갖고 싶었던 노란 양동이를 소유하지는 못하지만 소유를 희망했던 순간을 소중히 간직한다. 어린 여우에겐 노란 양동이를 바라 봤던 시간 동안 노란 양동이를 소유한 것이나 다름없다.

 <작은 사냥꾼>에선 증기선을 절대로 만지지 말라는 할머니의 경고는 소년의 호기심을 더욱 증폭시킨다. 크기는 작지만 실물과 똑같은 증기선 안엔 작은 사람들이 살 거라 상상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소인들이 증기선 안에 있다고 확신하게 되고 소인들을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한다. 결국, 할머니께 아프다고 거짓말하고 할머니가 안 계시는 동안 소인들을 찾다 증기선을 부셔버린다.

<노란 양동이>에서 사물에 대한 집착을 곱고 따뜻하게 그렸다면, <작은 사냥꾼>에선 사물에 대한 호기심이 폭력으로 변한다. <노란 양동이>의 어린 여우를 작가가 희망하는 어린이의 모습이고 인간의 모습으로 담았다면 <작은 사냥꾼>에선 아이들에게 숨겨져 있는 집착과 폭력성을 드러내고 있다. <작은 사냥꾼>이 사실적인 아이들의 행동을 그린 동화라면 <노란 양동이>는 이상적인 인간형을 동경하는 동화이다.

<작은 사냥꾼> 보류슈카의 잘 못된 행동을 쉽게 꼬집어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보류슈카의 행동에서 좀더 사실적인 아이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그래서 순간 보류슈카와 같은 두려운 마음으로 할머니를 지켜본다. 자신의(독자의) 모습을 드러내고 주인공과 같은 공감대를 갖게 하는 보기 드문 사실주의작품이다. 그 표현 방법이 동화라해서 아이의 폭력을 미화하지 않고, 반대로 동화라는서 단순화 할 수 있는 잇점을 살려 강한 이미지를 전달한다.  
 
이 작품은 아이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잘 표현하고 있다. 또 절정에 다다르는 순간을 위해 한 발짝 한 발짝 조심스럽게 다가가는 정교함이 돋보인다. 번역 동화이지만 그림은 우리 작가의 것으로 가는 펜 하나로 온갖 것을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다. 할머니의 치맛자락을 붙잡고 맹세하는 아이의 그림에선 팔짱을 낀 할머니의 얼굴부분을 과감히 책장 밖으로 넘겨 할머니의 강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또 아이가 여러 각도로 배를 바라보는 그림으로 아이가 얼마나 소인을 보고 싶어하는지 알 수 있게 한다. 소인을 찾는 아이얼굴과 손을 과장되게 표현하여 폭력적인 행동을 더욱 실감나게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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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엄마 2005-03-19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하고 가요~ ^^

아영엄마 2005-03-20 0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압니까~ 제 추천에 힘입어..었다기보다는 님의 잘 쓰신 리뷰가 이주의 리뷰에 당선되실지.. 리뷰 당선되면 저에게도 한 턱 쏘시어요~ 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