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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좋은 짝 - 소천아동문학상 수상작, 3학년 2학기 읽기 수록도서 ㅣ 시읽는 가족 5
손동연 지음 / 푸른책들 / 2004년 12월
평점 :
제 목 : 참 좋은 짝
지은이 : 손 동연
출판사 : 푸른책들
작가가 1955년 생이라 하니 올해 하늘의 명을 안다는 지천명 이다. 아직 사십도 되지 않아 메말라 버린 감성으로 오십의 동심을 읽자니 부끄러웠다. 특별히 어렵고 힘든 인생을 산 것도 아닌데 언제나 쫓기듯 여유 없음은 타고난 성품이 못난 탓이다.
작가의 삐딱하고 엉뚱한 시선들은 맑고 경쾌하며 즐겁다. 복잡한 일은 단순하게 만들고 고정된 생각이나 말들은 뒤집어 놓는다. < 걱정하지마 > 동화책 읽다 이런 저런 걱정하는 아이, 엄마는 읽던 책 탁! 덮어 버린다.
< 짝 1> ' 엄마 '의 반대말은/ '아빠'래요./ 아녜요 아냐./ 참 좋은 짝인걸요.
' 남 '의 반대말은/ '북'이래요. / 아녜요 아냐./ 북은 남의 참 좋은 짝인걸요.
' 하늘 '의 반대말은/ '땅' 이래요./ 아녜요 아냐./ 땅은 하늘의 참 좋은 짝인걸요.
그 말이 정말 그럴듯하다. 굳이 반대말이라 해야 할 것이 뭔가? 짝이 되는 말이라고 하면 친근감 있고 좋을 것을.
어른이 아이들 읽는 동시를 쓴다는 건 참 어려워 보인다. 아이의 정서를 아이들 말로 표현해야 하니 세파에 시달린 어른들에겐 득도의 경지를 요구하는 것과 같다. 화가는 예술의 경지를 쫓아 아이들의 순수한 손놀림을 배우려 하기도 하고, 불심 깊은 큰스님은 아이들과 벗을 삼기도 한다. 그래서 인지 좀 거칠긴 해도 아이들이 직접 쓴 동시만 한 것을 어른들의 그것에선 보기 어렵다.
손 동연의 동시집은 어른이 쓴 것인지 아이가 쓴 것인지 그 시심의 경계가 구별되지 않는다. 작가가 바라보는 사물 속엔 어디든 동심이 넘쳐난다. 동시 한 편 한 편, 손안에 공기알 놀리듯 자유자재롭다.
<나비 대신 꽃을> 나비를 그리랬는데/ 아이는 도화지 가득히/ 꽃들만 그렸어요.
- 조금만 기다려봐./ 꽃들이 피었으니/ 곧 나비들이 놀러 올거야 !
< 나비 > 봄이 /찍어 낸/ 우표랍니다.
꽃에게만/ 붙이는/ 우표랍니다.
<부탁합니다> 하느님, /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도 알게 해 주세요.
그래야 / 손뼉이 쳐지잖아요. / 잘한다고 맞장구도 쳐 주잖아요.
'참 좋은 짝'을 읽다보니 무겁게 짓눌렸던 일상이 가볍게 느껴졌다. 경쾌함 속에 살짝 숨어 있는 의미들은 여유 있게 재치를 발휘하여 입가에 미소를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