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민물고기 이야기 - 맑고 깨끗한 우리 강, 생태동화 1 생태동화 1
서지원 글, 원성현 그림 / 꿈소담이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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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낚시 광이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여름휴가도 8평 남짓한 좌대에서 보낸다. 처음엔 좌대하면 ‘섬’라는 엽기영화가 떠올라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그건 선입견에 지나지 않았다. 섬처럼 물위에 떠있는 좌대는 오롯이 우리 가족끼리 별을 보며 멋진 하룻밤을 보낼 수 있는 곳이기도 하고 남편과 나의 서로 다른 취미를 즐길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우리가족은 이번 여름휴가에서 낚시라는 공통된 주제를 갖고 있으면서도 서로 다른 목적을 성취하였다. 남편은 지난 여름휴가 이후 처음 하는 낚시였기에 그동안 쌓인 욕구를 풀기 위해 일주일 전부터 만반의 준비를 하였다. 아들은 방학숙제로 낚시에 숨은 과학이라는 탐구보고서를 작성할 계획이었고 나는 책 몇 권을 가져가 빈둥거리며 누워 읽을 계획이었다.
내가 가져간 책 중에는 『토종 민물고기 이야기』책이 있었다.
이 책은 우리나라에 사는 토종 물고기들의 생태와 현재 토종 물고기들이 살아가는 환경 문제를 재미있는 6편의 동화로 엮은 것이다. 섬진강, 영산강, 동강, 한강, 금강을 배경으로 각 강에서 서식하고 있는 토종물고기가 주인공이다.
낚시는 생각보다 부지런하고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취미다. 찌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고 지켜봐야하고 부지런히 떡밥과 지렁이를 갈아 끼워야한다. 초보자인 아들은 참을성 있게 앉아 있지 못하고 들락거렸고 나는 늦게까지 별과 책을 번갈아 보다 잠이 들었다. 남편만 꼬박 밤을 새서 피라미 네 마리와 붕어 세 마리 블루길 한 마리를 잡았다. 남편이 피라미라고 하는 알려준 물고기는 책에 나와 있는 누치처럼 보였다. 아무래도 남편은 누치와 피라미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 같았지만 내가 읽은 책에 피라미 사진이 없어서 확인할 수 없었다.
남편은 다른 물고기는 모두 놓아주고 붕어와 비슷한 생김에 푸른빛을 띠는 물고기는 양동이에 그대로 두었다. 그 놈이 바로 토종 물고기를 잡아먹는 블루길이라고 하였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블루길과 베스란 놈이 우리 토종물고기를 얼마나 괴롭히고 씨를 말리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남편이 왜 블루길을 살려주지 않는지에 대해 아들에게 설명하였다. 아들은 방학과제의 참고 도서로 『토종 민물고기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하였다.
『토종 민물고기 이야기』에서 가장 인상 깊이 남았던 물고기는 산란 위해 바다에서 고향인 민물을 거슬러 올라와 알을 낳고 죽어가는 연어 이야기와 산란을 위해 입이 다 헤지도록 도 돌탑을 쌓는 어름치 이야기이다. 이런 물고기들의 생태를 보면서 자식을 번식한다는 것은 모든 생명에게 주어진 너무나도 뼈아픈 고통이면서도 숙명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도대체 왜? 무엇 때문에 이런 숙명을 선택하는 것인가? 라는 의문을 멈출 수 없었다.
이번 여름휴가는 우리 가족 모든 같은 장소에서 각기 다른 자신들의 목적한 바를 이루는 그야말로 보람된 휴가를 보냈다. 남편은 내년 휴가를 기약하며 낚시 도구를 정리했고 아들은 탐구 보고서 작성 계획을 세웠다. 내가 할 일은 휴가지에서 읽은 책을 리뷰로 정리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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