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를 판 페터 슐레밀 책벌레만 아는 해외 걸작 2
아델베르트 폰 샤미소 지음, 배인섭 옮김, 채기수 그림 / 아롬주니어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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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책의 저자 아델베르트 폰 사미소는 1781년 프랑스 북부 샹파뉴 지방에 있는 봉크루 성에서 귀족으로 태어났다. 1780년 일어난 프랑스 혁명을 피해 독일로 망명해 베를린 대학에서 의학과 자연과학을 공부하고 1819년에 베를린대학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림자를 판 페터 슐레밀>은 1827년에 쓴 작품으로 괴테의 <파우스트>을 동화로 풀어 낸듯했다.

<그림자를 판 페터 슐레밀> 이해하기 위해선 중세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 이 책의 저자가 살았던 시대는 중세와 르네상스를 지나 과학기술이 혁명적으로 발전해 가는 근세이다. 이런 역사적 상황 속에서 작가는 귀족으로 태어나 프랑스 혁명을 경험하고 의학과 자연과학을 경험한다. 작가의 이러한 경험은 작품 구석구석에서 발견할 수 있다.

첫째, 의도적인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근대적 과학지식을 알려주는 과학기구와 용어들이 자주 등장한다는 점이다. 근대이전엔 신비스럽게만 생각했던 자연현상을 과학적으로 풀이하고자 하는 자세가 엿보인다.

둘째, 자신의 그림자를 팔고 그 대가로 황금주머니를 얻는다는 설정과 악마가 영혼마저도 팔라고 유혹한다는 설정이 그렇다. 그림자를 다양한 각도로 해석할 수 있겠지만, 필자는 그림자를 양심으로 보았다. 돈을 얻기 위해 양심을 버려야 하는 근대적 가치의 한 측면을 작가가 그려 내고자 했던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근대 과학의 발전은 중세의 절대 가치였던 신을 죽이고 돈을 위해 양심마저 버리게 한다. 하지만 신을 버리고 양심을 버린 사람에게 평화란 있을 수 없다. 악마는 또 다른 욕망을 채우라고 계속해서 유혹하자 주인공 슐레밀은 더욱 고뇌한다. 하지만 악마를 따라 영혼마저 판다면, 자신에게 어떤 최후가 찾아올지 선임자 토마스 존의 처참한 최후를 보고 깨닫고 악마의 유혹을 뿌리친다.

그렇다고 해서 주인공이 다시 중세의 가치로 돌아 갈 수 는 없는 일이다. 그러기엔 너무나 많은 과학적 사실들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에겐 먼 곳도 쉽게 오갈 수 있는 7마일 구두라는 신비스러운 구두가 나타난다. 주인공은 페터 슐레밀은 7마일 구두를 신고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동식물에 대한 연구를 하기 시작한다. 덕분에 자신이 잃어버린 그림자 때문에 사람들로부터 따돌림을 받는 일을 잊고 살아간다.

여기에서 7마일 구두라는 무엇일까? 작가는 상상으로 7마일을 가는 구두를 만들어졌지만 당시 과학기술의 발달로 그 전에 비해 대륙 간의 이동이 빨라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 수 도 있다. 그리고 당시 지식인들은 종교적 고뇌를 하기보다는 인류의 발전이라는 근대적 가치 아래 과학 연구와 체계를 잡는데 몰두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겼던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 작가의 근대성은 작품 말미에 친구 샤미소에게 보내는 편지에 여실히 들어난다.

하지만 자신이 신뢰하던 신복이자 친구 벤델이 슐레밀이 남기 돈으로 자선사업을 한다는 것과 사랑하던 여인이 미망인이 되어 어려운 이들을 위해 봉사하는 삶을 산다는 이야기에서는 중세에서 만들어진 기부문화를 읽어 낼 수도 있었다.

필자 <그림자를 판 페터 슐레밀>을 읽으면서 작가가 살았던 근대 가치관을 읽어내고 중세의 가치와 향수 속에서 고뇌하는 근대 지식인의 고뇌를 읽어낸 까닭은 얼마 전에 중세를 기반으로 일어난 근세 가치를 읽어낸 까닭은 얼마 전 아베 긴야가 지은 <중세 유럽 산책>을 읽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중세 인들이 어떤 가치관과 생활양식으로 살았는지 그림과 함께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었다. 필자는 <중세 유럽 산책>을 읽지 않았다면 <그림자를 판 페터 슐레밀>을 제대로 읽어 내지 못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책을 읽으면서 필자의 무지로 인해 얼마나 많은 것들을 놓이고 있는지 깨닫게 되었다. 하지만 필자의 우매함을 매울 수 있는 길은 오직 책을 깊고 넓게 읽는 일 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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