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 공주는 공주가 아니다?! - 발도르프 선생님이 들려주는 진짜 독일 동화 이야기
이양호 지음, 박현태 그림 / 글숲산책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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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공주는 공주가 아니다?!’ 그럼 뭐야? 글쎄? 책은 다 읽었는데 그 정체가 모호하다. 하늘과 땅의 기운을 받은 예수와 같은 존재라는 건지, 아름다운 영혼을 지닌 모든 아이들을 뜻하는 건지 모호하다. 하지만 그건 그리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백설공주는 공주가 아니라는 사실은 명확하며 오히려 우리 옛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바리데기나, 콩쥐팥쥐 이야기와 흡사하다.

백설공주를 우리 전래동화처럼 친근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할머니가 이야기해 주듯 구어체로 자분자분 ‘새하얀 눈 아이’를 들려주기 때문이다. 작가는 백설공주라는 이름부터 잘 못 번역되어 자리 잡았다고 한다. 독일식 감성으로 해석하려면 ‘새하얀 눈 아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옳다는 것이다. 백설공주라는 잘 못된 번역으로 전래동화가 지니는 진정한 의미가 훼손되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새하얀 눈 아이’는 순고한 정신을 지닌 아이를 의미하는데, 반해 백설공주로 번역되어 공주라는 신분과 외적인 미가 강조되어 공주 콤플렉스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 말이 참으로 일리가 있다. ‘새하얀 눈 아이’와 ‘백설공주’ 그 느낌이 참 많이 다르다. 또 우리가 알고 있는 백설공주는 난장이들 보호 속에서 살다가 백마 탄 왕자가 와 구해주는 그야 말로 예쁘기만 하면 인생 피는 동화 속 주인공으로 모든 소녀들의 선망의 대상이다. 그러나 저자 들려주는 ‘새하얀 아이’는 숲 속에서 외톨이가 되어 험난한 여정을 헤쳐 나와야 한다. 예쁜 외모만으로는 곤란한 것이다.

이처럼 저자는 우리에게 잘 못 알려진 ‘백설공주’를 새로 옮겨 원전이 갖고 있는 의미대로 또는 독일의 정서에 따라 꼼꼼히 따져가며 재해석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기대치와 달랐던 점과 의문점이 있었다.

기대치와 달랐던 것은 전래 동화가 아동들에게 미치는 심리적인 영향에 관한 책일 거라 기대했는데 내 생각과는 달랐다. 전래동화가 지닌 전형적인 스토리가 선악에 대한 명확한 구분, 악에 대한 철저한 징벌에 있기 때문에 아동들이 심리적인 안정감을 찾는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래 그와 관련된 책인 줄로만 알았는데, 오역으로 인한 전래 동화의 의미를 바로 잡고자 하는 책 이였던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생긴 의문점은 독일의 전래동화하고 꼭 독일의 정서대로 읽어야 하는 가? 라는 것이다. 저자는 오역으로 아이들이 공주 콤플렉스가 생겼다고 주장하는데, 오히려 동화 속에서나마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예쁜 공주와 백마 탄 왕자를 기다를 것과 양탄자를 타고 요술램프를 찾아내는 것과 같은 일이 아니가 말이다. 현실과는 다르지만 이직 어리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상상의 일부일 뿐인데 너무 잣대를 대고 분석하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그리고 설화나 신화를 보면 서로 떨어져 있는 나라지만 비슷한 소재와 구조를 지닌 이야기가 다르게 전해오고 있다. 각각의 나라마다 개별적으로 생겨났을 수도 있지만 가까운 나라끼리 전해시고 점점 퍼져나갔을 수도 있고 그런 과정에서 이야기는 조금씩 변형해 갔을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독일 전래동화라고 해서 원전이 전하는 그대로를 우리가 받아드릴 필요는 없지 않을까, 싶다.

이런 의문을 갖기도 했지만 독일 전래동화가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는 것은 매우 신선했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가 할머니 무릎에서 들었던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은 정서를 지녔다는 것도 흥미로웠다. 특히 저자는 이 책에서 순수 우리말을 쓰려고 애쓴 흔적이 역역했는데 처음에 껄끄럽고 어색했는데 자꾸 들으니 익숙하고 나도 모르게 따라 쓰게 되는 경험을 가졌다. 우리말인데도 자주 쓰지 않으면 억지스럽게 느껴지고 자주 쓰며 자연스러운 게 글이고 말인 것 같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쓴 저가가 좋아하는 동화는 어떤 것일까 궁금했다. 그걸 알면 저자에 대해 좀 더 알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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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양버들 2008-09-27 0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자와의 대화에 다녀왔는데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다른 작가분들도 그렇겠지만 '이양호'작가님도 자신이 작고 있는 것에 1%정도만 책으로 보여주셨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말씀하시는 톤이 진지하셨고 진정성이 담겨 있어 좋았습니다.
단어 하나 하나, 어감 하나 하나에 깊이 있게 생각하는 분이란 생각,
책에서 느껴졌던 고집이라까, 안 좋게 얘기하면 아집이라고 느껴졌던 것이 오해였다는 생각,
그렇다고 모든 포용한다 이런 개념은 아니고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이것이다. 또는 이것에 가깝다. 그리고 요것만은 지켜야한다 정도의 부드러우면서도 아닌 것은 아닌 것이라 말씀 하시는 분이었습니다.
말이 좀 꼬였나요.
어쨌든 생각했던 것 보다 굉장이 신선했고 진실된 분이라 우리에게 없는 부족한게 무엇인지 깨닫는 시간이었습니다.
좋은 기운 듬뿍 받았으니 책에 주신 말씀대로 뜻 깊은 삶을 살아야 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