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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와 통하는 정치학 - 고성국 박사가 들려주는 정치와 민주주의 ㅣ 10대를 위한 책도둑 시리즈 1
고성국 지음, 배인완 그림 / 철수와영희 / 2007년 12월
평점 :
정치학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나와 내가 소속된 사회에 정치가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에 대해 알고 싶어서 일 것이다. 이 물음에 답을 얻기 위해서 저자는 또 다시 ‘그럼 정치가 뭐냐?’ 는 질문을 던진다. 그 해답을 얻기 위해선 인간을 불안전한 존재라는 사실을 전재로 한다.
“인간은 완전해지고자 하는 열망과 노력 때문에 모든 면에서 여타의 생명체와는 다르게 생활해왔습니다. 인간만이 경제를 영위하고 의식적으로 사회관계를 형성합니다. 인간만이 문화와 예술을 창조하고 종교생활을 합니다.”
“‘완전한 인간’들이 사는 곳에는 정치도 경제도 사회, 문화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모든 것은 인간들이 자신의 불완전함을 극복해가는 과정에서 만든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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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전한 인간들이 사회를 이루고 살면 필연적으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합니다. 서로 생각과 이해관계가 달라 갈등의 생길 수밖에 없고 이 갈등을 방치하면 마침내는 ‘힘의 논리’가 생겨 힘 있는 사람이 마음대로 하는 상태가 됩니다. 누구도 안전하지 못한 상태가 되는 것이지요.”
“이러한 불안전함으로부터 발생하는 ‘불안정성’을 극복하기 위해 인간은 사회 구성원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규칙과 원칙을 정하게 되었습니다. 사회에 ‘질서’가 만들진 것입니다. 우리는 이 전체 과정을 ‘정치’라 부릅니다.”
따라서 사회에 소속되어 있는 사람은 관심여하에 관계 없이 정치와 밀접하게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고 있다. 국가가 사회로부터 분리되어 국가라는 체제를 이루기 시작한 것은 근대에 들어서이다. 국가체제가 형성되지 않았던 근대 이전엔 군대나 세무서, 재판소 같은 국가 기구들이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지방영주나 지방 관리들이 그 역할을 담당했다. 근대이후로 군대나 세무서, 재판소 같은 공적 영역은 국가가 담당하고, 집, 학교, 직장, 종교 단체 따위는 사적 영역은 사회가 담당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책에서는 정치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의 해답을 인간이 지닌 특성과 생존을 위한 ‘질서’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정리하면서 하고 있다. 또한 국가라는 개념을 사회와 공적영역이 분리되는 체계를 갖추기 시작한 시점을 기준으로 형성되었다고 보고 있다. 그렇다고 본다면 근대 이전의 고려나, 신라, 로마, 중세 기독교시대의 나라들을 국가라고 볼 수 없는데 나라와 국가의 차이점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oo나라’라고 하면 국가처럼 독립된 공적영역은 없어도 조세제도와 병역제도가 갖추기 마련인데 사회단체로 분류하여 설명하기도 어렵지 않을까하는 의문이 든다.
“중요한 것은 이런 후퇴와 새로운 문제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이를 극복하고 역사를 진보의 방향으로 밀고 왔다는 사실입니다.”
라는 말을 부연 설명하기 위해 경주의 석빙고와 오늘날의 냉장고를 예로 들고 있다. 신라시대 석빙고는 임금들만 먹었는데 오늘날엔 냉장고가 보급되어 모든 사람들이 왕처럼 얼음을 먹는다. 이것은 과학기술의 진보 덕분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정치적인 면에서도 진보되어 왔기 때문에 오늘날 우리가 자유를 누리고 살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과학적진보가 그렇듯이 물질적 혹은 편리성에 대한 발전을 진정한 진보라고 볼 수 있는가는 의문이 생긴다. 이 책 말미에서 저자가 언급했듯이 빈부의 격차가 5:1 정도까지는 모든 사람들이 인정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그 이상이 되면 구조적인 모순을 의심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현대사회는 어떠한가? 빈부의 격차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말이다. 또한 우리가 누리는 자유가 진정한 자유인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움직여지는 체제로부터 소외되지 않고자 몸부림치다가 결국 자신의 삶은 잃어버리는 것이 현대사회의 세태 아닌가, 보이지 않는 권력과 경쟁으로부터 예전보다 더 자유로울 수 없고 불평등의 구조가 심화되고 있는 것이 현대의 사회가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인류가 문제를 인식하고 극복하려는 의지만큼이나 지배하려는 의지를 구조적으로 발전시켜왔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오늘날의 사회구조를 진보라고 보기 어렵다는 생각이다.
이 책을 읽으면 우리 사회와 구조와 정치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제목 처럼 10대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정치학 책이었다. 특히 내게 좋았던 부분은 ‘8장 권력을 정당화하는 이론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었는 데, ‘왕권신수설’에 뒤집는 홉스의 이론과 로크의 ‘저항권 이론’ 은 루소의 ‘사회계약설’ 에 대해 쉽게 이해하고 정리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