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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는 돼지들이 아주 똑똑했어요 ㅣ 느림보 그림책 12
이민희 지음 / 느림보 / 2007년 11월
평점 :
‘옛날에는 돼지들이 아주 똑똑했다. 그들은 지금 사람처럼 건물을 지울 줄도 알았고 생활에 유익한 여러 가지 물건도 만들 줄 알았다. 돼지들은 사람처럼 춤을 출줄 알았다. 돼지들은 더 많은 시간을 즐기기 위해 대신 일해 줄 누군가가 필요했다. 돼지들이 생각해 낸 건 다름 아닌 사람이다.’
‘사람들이 일하는 동안 돼지들은 즐겁게 놀 수 있었다. 그러나 돼지들은 계속 춤만 추었고 사람들은 점점 똑똑해 졌다. 결국, 돼지들은 사라졌다. 똑똑해진 사람들은 할 일도 많아졌다. 돼지들처럼 대신 일할 누군가 필요했지요. 그래서 로봇을 만들어 일을 시켰어요. 사람들은 이제 집안에서 리모콘만 누르고 일은 로봇이 해요.’
그림 동화 『옛날에는 돼지들이 아주 똑똑했어요.』를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그렇다면 이제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 거지?’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미야자와 겐지’의 『주문 많은 식당』, 『거미와 민달팽와 너구리』에서 느꼈던 섬뜩함이 느껴지는 그림동화이다. 또한 독자 스스로 주제를 유추하게 하는 글의 구조도 많이 닮아 있다. 단순한 글과 그림에 강렬한 이미지와 의미를 담고 있어, 아이들과 짚어 가면 읽으면 좋겠다.
특히, 이 책에서는 명화를 패러디 한 것이 인상적이다. 노예를 부리던 시절의 사람들을 ‘부지발에서의 춤을’ 패러디하여 춤추는 돼지로 표현했고, 위험한 환경 속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마천루에서 점심을’를 패러디 했다. 이 밖에도 ‘모나리자’,‘생각하는 사람’,‘절규’ 등을 패러디하고 있어, 그림을 보는 재미와 함께 현대사회의 문제점을 고민하게 한다.
2006년 ‘한국안데르센상’ 대상 수상작
“심사 위원 만장일치로 대상에 선정된 <옛날에는 돼지들이 아주 똑똑했어요>는 현대 문명의 풍자로서 작가의 유니크한 감수성이 간결한 문장과 쉽고 편하게 느껴지는 조형언어로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풍부하다기보다는 모자람이 없는 이 작품은 마치 ‘이 그림책을 감상하는데 지장을 주는 요소가 있으면 지적해 주세요.’라고 부리는 듯합니다.”
- 2006 한국안데르센상 심사평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