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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샤쓰 ㅣ 길벗어린이 작가앨범 3
방정환 지음, 김세현 그림 / 길벗어린이 / 1999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만년샤츠』의 주인공 창남이는 가난하지만 늘 웃음을 잃지 않는 씩씩한 소년이다. 추운 겨울 체육시간에 선생님이 교복 저고리를 벗으라고 호령하는데 창남이는 `만년 샤쓰`를 입었다는 재치 있는 대답과 함께 맨살을 드러낸다. 속옷이 없어 겉옷만 입은 것이다.
다음날엔 아예 양말도 없는 맨발에 짚신을 신고 등교한다. 그런 창남이를 보고 지나는 학생들이 ‘고아원 학생 같으니! 고아원학생’이라 놀리지만 당사자인 창남이는 태평하다. 한복 겹바지에 양말도 없이 짚신을 신고 등교한 창남의 사연을 들은 선생님과 아이들은 처음엔 숙연해지고 다음순간 눈물을 흘린다. 어린 창남은 비록 가난해서 해진 바지를 기여 입고 학교를 다니지만, 근심하는 기색이 없고 남의 것을 부러워하는 눈치도 없다. 가난 때문에 기죽기 보다는 오히려 우스운 말도 잘하고 당당하다,
이런 당당함은 요즘 책에서 찾기 어렵다. 요즘 동화들은 가난은 사회 부조리이고 사회적인 편견이다. 가난을 사회 탓으로만 돌리고 자신의 의지를 세우는 일을 소홀 한다. 그러나 요즘의 가난은 적어도 창남이와 같은 물질적 어려움을 겪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물질로만 가치 기준을 따지기 때문에 가난한 자의 자존심이나 의로움을 존중받지 못하고 불평등의 대상이고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만 바라 본다.
옛날 어른들 말씀처럼 가난은 창피한 것이 아니다. 부자들의 자선보다 아름다운 것은 가난자의 의로움과 선행, 용기라고 할 수 있다. 『만년샤츠』는 가난이 창피한 일이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생각하는 요즘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좋은 책이다.
김세현씨의 수묵담채 그림은 어려움에 지지 않고 맑고 밝게 자라는 주인공의 마음을 아름답게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