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의 숫자가 마법에 걸렸어요 - 생각이 넓어지는 그림책 4
볼프 에를브루흐 그림, 요한 볼프강 폰 괴테 글, 채운정 옮김 / 산하 / 2002년 10월
평점 :
품절


 

몇 글자 안 되는 글자로 꾸며진 난해한 그림책, 내겐 너무나 어려운 책이다. 이 그림책에 대한 소개 글과 서평을 보면서 내가 알 수 없는 영역에 들어선 것 같은 낯선 답답함이 느껴졌다.


이 책은 괴테가 쓴 <파우스트>를 보고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로 유명한 그림동화 작가 에를부르흐가 상상력을 발휘해서 만든 책이다.

  

‘괴테는 이 책에 실은 ‘마법의 구구법’으로 시(詩)의 어떠한 논리로도 풀어낼 수 없는 비이성적인 면을 발전, 향상시키려했다. 1827년 괴테는 그의 친구 에커만에게 보내는 글귀에 여기 ‘파우스트’에 소개되는 구구법이야말로 “사상이 더 이상 진전되지 않고 결코 명확할 수 없는 표현들이 뱅뱅 원을 그리듯 돌 뿐이다.”라고 했다. 따라서 빅토아 랑거에 의하면 그 어떤 숫자의 배경을 설명하려고 애쓰거나 혹은 상징적 해석 등을 하지 말라고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은 괴테의 시 창작의 의도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이 책은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책’으로 국제 상을 수상했으며, 독일에서는 이 책이 나왔을 때 여러 신문과 잡지들에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솔직히 이 책과 소개 글을 읽으면서 갑자기 벌거숭이 임금님이 생각났다.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책’으로 국제 상을 받은 책이라는데 아무런 감흥을 받을 수 없었기에 벌거숭이 임금을 구경나온 아이가 된 심정이다.

  하지만 난 아이처럼 순진하지 못하다. 나 자신이 의심스럽다. 나의 얕은 지식과 공유할 수 없는 문화적 차이일 거라 추측하고 입을 다물고 만다. 그렇다면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의 반응은 어떨까, 아마 내가 보지 못한 뭔가를 발견하고 해설할지도 모르다. 조금 큰아이라면 ‘무슨 책이 이래’ 할지도 모르겠다.


  괴테의 ‘파우스트’ 다시 읽고 본다면 뭔가 힌트를 얻지 않을까, 나도 이 책에 대한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이래저래 이 책은 나를 공경에 몰아넣었다. 아이처럼 솔직할 수도 없고 지적인 어른이 아니라,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만든 책이다. 결국, 벌거벗은 임금님을 구경하러 나온 어른인 셈이다. 자신을 의심하면서 벌거벗은 임금의 멋진 옷을 발견하려 애쓰는 어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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