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바로 북스피어 띠지 이벤트, 완성할 문구는 무려 ‘북스피어 만세’였다지.

 

 

 

 

 

어휴, 정말! 이 귀여운 사람들 어쩔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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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펜밑줄, 연필밑줄, 형광밑줄, 이름, 메모, 날짜, 사인, 헌사, 접힌 귀퉁이, 찢어진 책장, 우는 책장, 곰팡이, 담배빵, 커피자국, 눈물자국, 침 얼룩, 눌린 벌레 자국, 머리카락, 눈썹, 지폐, 책갈피, 사진, 기차표, 비행기표, 명함, 엽서, 편지, 영수증, 우체국송장, 영화티켓... 중고책에서 만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 중 최근 내게 온 것은

 

 

 

 

 

 

행운.

 

 

 

 

 

 

 

 

고맙습니다, 이름 모를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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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모닝커피가 내려오는 동안 잠깐 냉장고를 열었는데 맥주병들이 나란히 맞아주었다. 맞아, 어제 마트 다녀왔지. 커피메이커가 꾸륵꾸륵 소리를 내려면 아직 기다려야 하고... 갈증을 달래기 위해 무심코 맥주 한 잔을 따라 마시는데, 와- 너무 맛있어서 기절하는 줄 알았다.

500cc 모닝맥주 후에 마시는 따끈한 커피. 아- 행복해.


어제 과외에서 <이방인>의 이런 문장을 만났다.


A Paris, on reste avec le mort trois, quatre jours quelquefois. Ici on n'a pas le temps, on ne s'est pas fait à l'idée que déjà il faut courir derrière le corbillard.


그렇게 복잡한 문장도 아닌데, 수업 끝에 방전이 되는 바람에 선생(즉, 나)의 살짝 당황한 기색을 알아챘는지, 학생님이 그럼 김화영 선생님은 어떻게 해석하셨는지 한번 볼까요? 하는 상황이 오고 말았다. 뭐, 괜찮았다. 선생도 선생이 필요한 법.


1. 파리에서는 시체를 사흘씩이나 묻지 않고 두는 수도 있지만 여기서는 그럴 시간이 없다. 실감을 느낄 겨를도 없이 벌써 영구차를 따라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김화영, 민음사, 책세상)


2. 파리에서는 고인과 사흘, 때로는 나흘 동안 같이하곤 하는데, 여기에선 시간이 없어서, 벌써부터 영구차를 쫓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익숙지가 못하다는 것이었다. (이기언, 문학동네 <이인>)


3. 파리에선 때로 망인을 사나흘씩 곁에 둬도 괜찮잖아요. 그런데 이곳에선 그럴 시간이 없지. 미처 무슨 생각을 하기도 전에 이미 장의차 뒤를 쫓아 뛰어가고 있어야 하는 판국이니……. (김예령, 열린책들)


4. 파리에서는 시신과 사흘, 때로는 나흘 동안 함께 지내곤 한다. 그러나 여기서는 그럴 시간이 없어서, 실감을 느낄 겨를도 없이 벌써 영구차 뒤를 따라가야 한다는 것이다. (최수철, 시공사)


저 문장은 양로원의 수위가 파리에서 살았던 사람으로서, 여기(알제리)의 장례 풍습이 파리와 어떻게 다른지를 얘기한 내용을 화자가 자기 말로 옮겨놓은 부분이다. que절이 l'idée의 내용이라고 본다면 아주 단순한 문장이다. ‘~한 생각에 익숙해지지 않았다, ~라는 점을 마음에 품고 있지 않았다.’ 수위의 입장에서 말한 내용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보면 거기에다 ‘~하다는 것이다.’를 붙여 전하는 게 더 명확할 터인데, 그놈의 반복되는 ‘것’이 정말 문제로구나.


1. ‘때로는 나흘’이 빠졌고 구두점을 무시, 임의로 문장을 잘라 옮겼다. 엄밀히 말하면, 내용이 통하는 굉장한 의역이다. 수위를 포함한 ‘우리 파리지앵들’은 곧장 영구차를 쫓아가는 생각을 품지 않는다는 뉘앙스가 좀 적다.


2. 두 문장을 쉼표로 이어 한 문장으로 옮겼는데, 책의 제목까지 과감히 바꿔가며 야심차게 내놓은 번역본인 만큼 (적어도 이 두 문장에 있어서는) 원문에 가장 가까운 해석이다. 그러나 ‘시간이 없어서 (…) 영구차를 쫓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익숙지가 못하다.’는 인과관계가 들어서버려서 문장이 이상해졌다.


3. ‘괜찮잖아요’, ‘판국이니…….’ 카뮈의 문장은 ‘섬’이라 했다. 원문에 있지도 않은 말줄임표까지 넣어 질질 끌어가며 옮긴 이유 알 수 없고, 문제의 두 문장을 포함한 문단만 읽어보아도 직접화법, 간접화법, 화자의 독백을 아주 ‘자유롭게’ 옮겨놓으신 게 보인다. 할 말을 잃게 하는 놀라운 번역이다.


4. 원문의 구두점과 ‘때로는 나흘’을 그대로 살렸고 1번의 번역을 유지했다.


‘파리에서는 고인과 사흘, 때로는 나흘까지도 함께 머문다. 여기서는 미적거리지 않는데, 영구차를 벌써 뒤따라야 한다는 생각에 익숙해져 있지도 못했다(는 것이다).’ 정도가 어떨까 생각해본다. 꽤 많은 번역본들이 나와 있는데, 그 모두가 ‘가까이, 더 가까이’의 마음으로 나온 거 아니겠나. 미묘한 뉘앙스, 문체, 의도, 매끄러움 등등에 더해 취향까지 따지자면 앞으로도 몇 배의 번역본이 더 나온 뒤에도 이 책은 여전히 ‘이방인’일 거라는 사실. 좀 슬픈가? 아니오. 읽히고 또 읽히고 쓰이고 다시 쓰이는 게 고전이며 그것이 위대한 작가를 영원히 살게 하는 우리 독자의 몫 아니겠습니까.


취기와 각성이 번갈아 오고 간 오후, 다음 수업부터는 예습을 좀 하고 학생님과 만나야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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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13-10-02 2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닝맥주와 이방인 원문의 조합은 최상이네요. ㅋㅋ

에르고숨 2013-10-03 00:23   좋아요 0 | URL
뽀 님은 맥주에 유난히 민감하신 걸로 밝혀져ㅎㅎ. 근데 정말 빈속에 맥주의 청량감이 끝내줬어요, 주말 아침 커피 마시기 전에 꼭 한번 해보시라고 권합니다. (물론 술병 난 아침에는 어림없습니다.)
 

 

이 대륙의 내륙에는 표시된 것이 거의 없었다. 철도도, 도로도, 도시도 없었고, 당시의 지도제작자들은 이런 텅 빈 공간에 으르렁거리는 사자나 입을 쩍 벌린 악어와 같은 이국적인 동물을 그려 넣기를 좋아했으므로, 해변에서 수천 마일 떨어진 곳에서 시원(始原)한다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알려지지 않은 콩고 강 대신 거대한 땅을 구불구불 기어가는 뱀을 그려 넣었다. 물론 이제는 지도가 표시들로 빽빽했다. 하얀 부분은 암흑의 땅이 되어 있었다(The white patch had become a place of darkness). 여전히 대부분 기록되지 않은 채 남아 있는 식민주의의 역사를 통틀어 이른바 콩고의 개발보다 더 어두운 장(章)은 없다.  -『토성의 고리』, 142쪽

 


 

 

 

 

 

 

 

 

 

 

 

 

 

 

『토성의 고리』와 『콩고의 판도라』에서 교차하는 이름은 로저 케이스먼트, 20세기 초 벨기에가 콩고에 온갖 패악질을 해대던 무렵 콩고주재 영국 영사로 있던 인물(1864~1916)이다. 원주민에 대하여 백인상인들이 벌이던 노동착취와 만행을 세상에 고발했고, 아일랜드 독립투쟁에 몸담은 이유로 (케이스먼트는 아일랜드 태생) 1916년 생일 한 달 전에 사형에 처해졌다.

 

 

 


아담 호크쉴드가 방대한 자료를 토대로 당시의 참상을 되살려 낸 책이 『레오폴드왕의 유령』(무우수, 2003)인데 지금은 절판이라 무척 아쉽다.

콩고, 라고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작품은 단연 『암흑의 핵심』. 아니나 다를까 조지프 콘래드와 로저 케이스먼트는 콩고에서 만난 적이 있다. 제발트의 멋지고 멋진! 『토성의 고리』 5장도 바로 그 둘의 조우 사실을 티비 다큐멘터리에서 보다가 가물가물 잠드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몇 시간 뒤, 먼동이 틀 무렵 무거운 꿈에서 깨어나 소리없는 상자에서 화상조정용 영상이 떨리는 것을 보았을 때, 기억에 남은 것은 소설가 조지프 콘래드가 케이스먼트를 콩고에서 만났으며, 열대기후 탓에, 그리고 그들 자신의 욕심과 탐욕 탓에 타락해가는 유럽인들 가운데 오직 그만을  올곧은 사람으로 여겼다는 것이 프로그램의 첫 부분에 언급되었다는 것뿐이었다.  -『토성의 고리』, 125쪽

 

여행자가 걸핏하면 피곤해서 잠들거나 아프면서 먼 과거를 ‘회상’하곤 하는 이 작품은 정말이지 걸작이 아닐 수 없는데, 이 책 속에 숨겨진 보물들은 두고두고 읽으며 찾아보아야 할 것이다. 하여, 졸면서 시작한 5장은 자연스럽게 코르제니오프스키(콘래드의 원래 이름)의 삶과 자취로, ‘콩고의 어두운 비밀을 간직한’ 벨기에의 ‘추함’으로, 다시 케이스먼트의 행적으로 이어진다.


(…)이로부터 도출될 수 있는 유일한 결론은, 바로 케이스먼트의 동성애가 그에게 사회계급과 인종의 벽을 넘어서 권력의 중심에서 가장 멀리 있는 사람들에 대한 지속적인 억압과 착취, 노예화와 불구화를 인식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해주었다는 것이다.  -『토성의 고리』, 161쪽


저 ‘…’에는 ‘검은 일기’ 스캔들이 있다. 케이스먼트가 기록한 자신의 동성애 관계 연대기인 이 일기장은 국가와 사법부의 비방과 왜곡이 더해져 오랫동안 진위여부가 밝혀지지 않다가 1994년에야 케이스먼트가 직접 쓴 것임이 확실해졌다. 검은 일기와 하얀 일기, 번역되어 나오면 좋겠다.

 

 

 

케이스먼트의 형이 확정되었을 때 감형운동을 한 사람 중에는 코난 도일도 있었다니 과연 세기의 재판이었을 듯, 심지어 <로저 케이스먼트의 재판>이라는 책도 찾아진다. 1916년 아일랜드 독립을 위한 봉기와 영국의 진압, 그에 이어 처형되는 '순교자' 15인에다 케이스먼트를 더해 예이츠는 ‘아 열여섯 사람이 총살당하기 전에 / 우리가 마음껏 이야기를 나누었더라면’으로 시작하는 「Sixteen Dead Men」이라는 시를 쓰기도 했다.


그러니 이 정의롭고도 비극적인 인물이 알베르트 산체스 피뇰의『콩고의 판도라』에 조연(거의 카메오 수준이라고 해야할까)으로 슬쩍 등장하는 장면이 더욱 확대되어 보일 수밖에 없었다. 화자(토미, 작가)가 피고인 측의 버전만 듣는 것이 객관성 담보에 장애가 될 수도 있겠다는 자각을 하고 고소인들 중 한 명을 만나러 가는데, 그 사람이 바로 케이스먼트인 것.


케이스먼트는 나를 친절하게 대해주었다. 그는 누구에게나 호감을 살 만한 인물이었다. 성격 역시 호쾌했다. ‘저 사람과 친구가 될 수 있다면 무슨 일이라도 하겠어.’라는 생각을 품게 만드는 유형이었다.  -『콩고의 판도라』, 308쪽


산체스 피뇰은 케이스먼트를 단 5분간 출연시키는 중에 토미의 무릎을 슬쩍슬쩍 건드리는 제스처를 넣었는데, 그의 동성애 기질을 이런 식으로 표현한 듯하다. 이 문제의 5분은 또한 케이스먼트가 우루과이로 떠나기 전에 잠깐 짬을 낸 시간이며 배를 타기 위해서는 독일 잠수함의 허락이 필요하다는 설정을 덧붙였다가 ‘물론 독일 잠수함의 허락을 받았다.’라고 맺는다. 다름 아니라 훗날 케이스먼트가 아일랜드 독립투쟁을 위하여 독일에 도움을 청했던 사실(거절의 답변을 들고 독일잠수함을 타고 아일랜드로 돌아온다) 때문에 과거 유능했던 외교관이었음에도 반역죄를 선고받게 되었던 것이다. 짧은 장면에 허구와 함께 조목조목 넣은 역사적 암시도 아주 재미있다.

작품 속 작가인 토미가 초반에 깔아놓은 이런 의미심장한 문장에서부터 알아봤다.


나로서는 아무런 생각조차 없었다. 그는 나를 능숙한 글쟁이로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나는 전기라고는 써본 적이 없었다. 그리하여 새로운 장르가, 이른바 전기와 증언을 절충한 새로운 장르가 열릴 시점이었다. 한 인간의 삶이란 무엇인가. 그가 그랬다고 믿는 것이다.  -『콩고의 판도라』, 67쪽

 

제목을 잊고 한참을 읽다가 아주 나중에 가서야 아, 이 소설의 제목은 이것일 수밖에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기막힌 작품이다. 판도라의 상자 이제 직접 열어보시라. 암호는... (이 페이퍼의 제목이 힌트 되겠다.)

 

 

『토성의 고리』로 다시 돌아와서, 제발트의 화자가 전하는 케이스먼트의 보고서 내용 중.

돈을 향한 탐욕으로 눈이 멀지 않은 사람이라면 콩고 강 상류를 올라가면서 한 민족 전체가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며 죽어가는 모습을, 성서에 기록된 수난사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끔찍하고 심장을 찢는 온갖 사례들을 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백인 감독관들이 매년 수십만 명의 사역노예를 죽음으로 몰아넣고, 손과 발을 자르는 등 불구로 만들고, 권총으로 사살하는 등의 행위가 규율 유지를 위해 콩고에서 일상적으로 행해지는 처벌이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없는 사실이라고 케이스먼트는 강조했다.  -『토성의 고리』, 154쪽

 

그리고 『콩고의 판도라』에서 밀림 원정대의 흑인 조력자 '페페'의 대사.

“우리 할아버지는 허튼 소리를 하지 않는 분입니다. 백인들은 항상 똑같더군요. 처음에는 선교사들이 와서 지옥을 운운하며 공갈을 칩니다. 다음에는 상인들이 와서 모든 걸 훔쳐가고, 그다음에는 군인들이 옵니다. 다들 나쁜 놈들인데, 나중에 오는 놈들이 앞서 왔던 놈들보다 더 잔인하다는 겁니다. (…)”  -『콩고의 판도라』, 2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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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3-09-25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구마 줄기 캐듯 관련 서적들 줄세워놓고 요모조모 짠짠이 분석을 하셨네요. 우와..
저는 정말 죽었다 깨나도 이런 거 못할 거 같아요..
그리고 맞춰보라고 힌트까지 주신 '판도라의 상자 암호'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모르겠네요.;;;;;;;;;;;

에르고숨 2013-09-26 02:46   좋아요 0 | URL
고구마 줄기...는 맛있기라도 하지요. 책이 책을 불러서 연달아 읽었기에 잊기 전에 기록한 한낱 페이퍼입니다-_-;; ‘분석’과는 거리가 멀고요. 견디셔 님 작정하시면 얼마나 멋진 글을 뽑아내시는지 이미 알고 있어요.
판도라 상자의 암호는 <콩고의 판도라>에 나오는데, 전혀 해치지 않는 부분이니까 말씀드리면, ‘콩고콩고콩고콩고콩고콩고콩고콩고콩고콩고콩고콩고’입니다.
 

이 순간.

 

 

 

 

고요한 나날들에 던져졌던 파문, 빨간 날들이 지나가고 다시 일상 복귀. 여파(餘波)는 가벼운 책으로, 예컨대 저기 펼쳐져 있는 책은  

 

 

 

 

 

 

 

 

 

 

 

 

 

 

 

 

무심코 남긴 수많은 100자평과 찌질한 리뷰에 앙심을 품고 나를 해코지하려면 스킵 트레이서에게 의뢰하면 된다. 그러나 나 같으면 비싼 의뢰비를 주느니 내가 직접 하겠다. 알고자하면 알라딘 블로그보다 더 친절한 흔적이 어디 있겠나. 우선 바로 저 위의 사진에서 시작해볼까, 비교적 선명하게 담긴 지문 고퀄 인화 한 장이면 끝. 우리나라 같이 국민의 지문 데이터를 전체(전제)적으로 보유한 데도 없을 터, 내 정체는 이미 당신의 손 안에 있다.


서재에 소심하게나마 끼적대고 질질 흘리고 술술 풀어내거나 쥐어짜대기도 함은 이미 ‘흔적 없이 사라지’려 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증거, 나 여기 있소 오늘도 무사하오 그런데 기쁘거나 외롭거나 우울하거나 심심하거나 비참하거나 화가 나오 여기에 정녕 나 혼자인 건 아니지요? 외치고 있는 격.

실전 잠적의 기술’이다. 그러니까 여러분들이나 나, 우리들을 위한 책은 아닐 게 분명. 다만, 사라진다는 게 뭔지, 흔적을 남기지 않음이 얼마나 한 용기와 단호함이 필요한 것일지를 짐작해볼 수는 있겠다. 우리는 아예 글러 먹은 단호함과 도도함 (그리고 철저한 잠적의 경우 불가결한 부유함)의 본좌 <흔적 없이 사라지는 법>이다.

 

법인 명의로 인터넷 서비스도 신청할 수 있지만, 행여 가족이나 친구에게 이메일을 보낸다거나, 잠적 이전의 인생과 새 인생을 연결할 생각은 꿈도 꾸지 마라.

‘절대 안 될까?’라고 생각할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제일 친한 친구가 잘 지내는지 알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귀여운 조카 생일축하 인사도 못 하나? 고향의 소식 좀 알아보면 안 될까? 딱 한마디만 하겠다. 안 된다.


연휴에 사라졌던 여러분들 모두 어서 무사귀환을 각자 서재에 알리시라, 여러분들이 사라지면 무척 슬플 테니까. 혹시 이 책을 (현금이나 선불신용카드로) 은밀하게 사서 아무도 모르게 읽은 게 아니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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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13-09-22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아.. 맥주가 담긴 유빅 잔이라니. 댓글을 안달 수가 없군요. 저도 맥주로 연휴를 마감해야겠어요..

에르고숨 2013-09-23 00:55   좋아요 0 | URL
ㅎㅎ시끌벅적 배 빵빵하게 며칠 지내다 보니 음주독서의 시간이 어찌나 그립던지요. 뽀 님(이렇게 불리시더군요)도 맥주와 함께 연휴 마무리 잘 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