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입춘과 같이 이런 이야기를 맞으며 나는 생각했다. 내 시골서는 요즈음 누구나 다들 입을 삐치거나 솜씨를 써가며 이 이야기들을 할 것인데 그럴 때마다 돈과 목숨과 생활과 경우와 운수 같은 것에 대해서 컴컴하니 분명치 못한 생각들이 때로는 춥게 때로는 더웁게 그들의 마음의 바람벽에 바람결같이 부딪치고 지나가는 즈음에 입춘이 마을 앞벌에 마을 어귀에 마을 안에 마을의 대문간들에 온 것이라고.
이런 고향에서는 이번 입춘에도 몇 번이나 ‘보리 연자 갔다가 얼어 죽었다’는 말을 하며 입춘이 지나도 추위는 가지 않는다고 할 것인가. 해도 입춘이 넘으면 양지바른 둔덕에는 머리칼풀의 속움이 트는 것이다 - <[Your value here]>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73772 - P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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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지고 있어도 여전히 지구를 느낄 수 있었다. 지구는 아직 나를놓아주지 않고 있었다.
탑승구의 커다란 창 너머로 시비타 스테이션과 지상 기지를 연결하는 긴 갱도가 보였다. 셔틀에 탑승하려고 기다리는 승객들은 지구를 바라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저마다 햇볕이 드리워진 낯익은 도시와 산들, 구불구불한 해안을 바라보며 탄성을 뱉었다. 나도임무를 처음 맡았을 때, 딱 한 번 지구를 감상한 적이 있었다. 그 뒤로는 눈길조차 준 적이 없다. 잠깐 쳐다보기만 해도 추락하는 듯한느낌이 강렬하게 밀려왔기 때문이다. 탈출을 코앞에 둔 나를 행성의 중력이 다시 잡아당기는 것 같았다. 지구를 떠나온 것만 해도 충분했다. 지금 내 눈 앞에서 서로 더 좋은 자리를 차지하겠다고 다투는 저 철부지 학생들처럼 끊임없이 탄성을 지를 필요도 없었다. 이들의 대화 수준으로 보나, 신나서 어쩔 줄 모르는 모습으로 보나 대학 연구원생들은커녕 초등학생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아 보였다. - P15

10년 전, 하우스오브위즈덤호에서 ‘제프리-1‘이라는 강력하고치명적으로 만들어진 바이러스가 우주선의 공기 통제 시스템에 유포되는 생물학적 공격이 발생해 탑승해 있던 477명이 목숨을 잃었다. 아버지가 우주선을 떠나기 직전에 공기 필터가 업그레이드되었고, 아버지가 떠난 이후 바로 바이러스 공격이 시작되었다. 나하리선장과 딥스페이스 고고학 연구팀은 아버지가 영광을 독차지하기위해 데이터를 쌓아두고 결과를 숨겼다고 의심했다. - P22

우리 선조가 떠나온 지구는 죽어가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자신들이나아갈 길이 보이지 않았던 지구인들은 이 우주선의 이름을 애절한
저녁노래호라고 지었다. 하지만 지금 누군가가 이 메시지를 듣고 있다면, 인류가 아직까지 생존해 있다면, 우리가 드디어 새벽의 여명을 찾았다는 사실을 알아주길 바란다. 우리는 곧 새로운 토양에 우리의 뿌리를 깊이 내릴 것이다. 지금 우리 가슴속에는 희망만이 가득하다.
-기록 1, 애절한저녁노래호, UC33-X로 전송[고대 중국 표준어 [베이징 방언, PCE 200-100년경]. 데이터 재구성 및 번역: 그레고리 라고, 하우스오브위즈덤호, 딥스페이스 고대 연구.] -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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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버드와 올라의 집에서 우리집으로 돌아와 이불 속으로 들어갔을 때, 프랜이 말했다. "여보, 당신 씨로 내 몸을 꽉꽉 채워줘!" 그녀의 그 말은 내 발가락 끝까지 가 닿았고, 나는 소리를 지르며 놓아버렸다.

-알라딘 eBook <대성당 > (레이먼드 카버 지음, 김연수 옮김) 중에서 - P39

특히 그녀와는. 그녀와 나는 점점 말하는 횟수가 줄어들고 있는 게 사실이다. 대개 TV뿐이다. 하지만 나는 그 저녁을 기억한다. 어떻게 공작이 그 회색 다리를 들어올려 잰걸음으로 식탁을 돌아왔는지 떠올린다. 그다음에는 내 친구와 그의 아내가 포치에 서서 우리에게 잘 가라고 말하는 장면을. 올라가 집에 가져가라며 공작 깃털 몇 개를 프랜에게 주는 장면을. 나는 우리 모두가 악수를 하고, 서로 포옹하고, 이런저런 말을 하던 장면을 기억한다. 운전해 나오는 동안, 차에서 프랜은 내게 바투 가까이 앉았다. 그녀는 내 다리에 손을 올려놓았다. 그 상태로 우리는 내 친구의 집에서 우리집까지 차를 몰고 돌아왔다.

-알라딘 eBook <대성당 > (레이먼드 카버 지음, 김연수 옮김) 중에서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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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그녀와는. 그녀와 나는 점점 말하는 횟수가 줄어들고 있는 게 사실이다. 대개 TV뿐이다. 하지만 나는 그 저녁을 기억한다. 어떻게 공작이 그 회색 다리를 들어올려 잰걸음으로 식탁을 돌아왔는지 떠올린다. 그다음에는 내 친구와 그의 아내가 포치에 서서 우리에게 잘 가라고 말하는 장면을. 올라가 집에 가져가라며 공작 깃털 몇 개를 프랜에게 주는 장면을. 나는 우리 모두가 악수를 하고, 서로 포옹하고, 이런저런 말을 하던 장면을 기억한다. 운전해 나오는 동안, 차에서 프랜은 내게 바투 가까이 앉았다. 그녀는 내 다리에 손을 올려놓았다. 그 상태로 우리는 내 친구의 집에서 우리집까지 차를 몰고 돌아왔다.

-알라딘 eBook <대성당 > (레이먼드 카버 지음, 김연수 옮김) 중에서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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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버드와 올라의 집에서 우리집으로 돌아와 이불 속으로 들어갔을 때, 프랜이 말했다. "여보, 당신 씨로 내 몸을 꽉꽉 채워줘!" 그녀의 그 말은 내 발가락 끝까지 가 닿았고, 나는 소리를 지르며 놓아버렸다.

-알라딘 eBook <대성당 > (레이먼드 카버 지음, 김연수 옮김) 중에서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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