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란 존재, 아니 존재하는 모든 것 안에 내재하는 이 불길이 나의 불길과 만나 또 다른 불꽃과 불향이 피어나기를 기도합니다.
트라피스트 수녀원에서
장요세파 수녀
- <수녀님, 서툰 그림 읽기>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763553 - P9

특히 내면의 세계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이것은 더 그러합니다. 자신에게서 볼 수 없는 부분이 많을수록 남들과 살아가기가 어렵다는 것은 불 보듯 뻔합니다. 세상의 온갖 얽힘과 뒤집힘은 악의로 일을 꾀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자신을 제대로 바라볼 때 절로 풀려집니다. 그런데 이 일 하나가 존재 전체를 꿰뚫는 일이요, 일생이 걸릴지도 모르는 일인 것입니다. 밖을 보는 일에만 익숙해진 우리, 남을 보는 데는 능하나 자신을 보는 데는 둔한 우리네 사정은 수많은 세월 속 보편적인 현상들 중 하나가 아니겠는지요. 그러다보니 하나의 눈으로만 살아가는 것이 오히려 정상인 줄 알고 살아갑니다. 그러나 인간에게는 또 다른 새로운 눈이 있습니다. - <수녀님, 서툰 그림 읽기>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763553 - P19

갈아엎은 땅 위에 누우면 흙인지 사람인지 구별이 될 것 같지 않을 정도로 아예 흙과 하나가 되어 버린 사람. 흙의 마음을 아는 사람. 흙의 성정이 되어 버린 사람. 힘차지만 거칠게 뻗치지 않은 묵선으로 처리된 농부의 옷과 어깨가 이 땅 곳곳에서 만나는 야트막한 야산처럼 부드럽고 듬직합니다. 슬쩍 기대고 싶은 듬직함에도 왠지 일렁거릴 것처럼 여린 마음이 집혀집니다. 고난 속에 인간의 약함을 배워 알고 그 약함을 앎이 진정한 강함임도 알게 된 진정한 도인입니다. 쓸데없이 강할 필요도 이유도 없고, 삶의 고난에 인간이 쉽게 무너지지 않음도 알아 약한 이에게 부드럽고 강한 이와 부딪치지 않을 여유를 함께 품어 땅과 사람을 살리는 이 땅의 마지막 농부의 얼굴입니다. 생명은 죽음의 문을 통과함이 없이는 얻어지지 않는 것이 생명의 법칙입니다. 그 법칙을 피하고 생명의 힘과 생기만을 향유하고자 하는 이들 앞에 야트막한 야산 하나 서 있습니다. - <수녀님, 서툰 그림 읽기>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763553 -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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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슈는 책이 그렇게 좋아요? 왜 그렇게 좋으세요?"
"나도 모르겠다. 이 세상 모든 책을 갖는 게 어릴 적 내 꿈이었어. 그리고 한동안 그 꿈을 이룰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 그 꿈은 누구도 이룰 수 없는 꿈인데 말이야."
아련한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아이들의 눈이 따뜻해진다. - <나는 프랑스 책벌레와 결혼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8059 - P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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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에서 알게 된, 버드라는 친구가 있는데, 그가 저녁이나 함께 먹자며 프랜과 나를 초대했다. 나는 버드의 아내를 몰랐고 버드는 내 아내 프랜을 몰랐다. 그 점에서 우리는 공평했다. 하지만 버드와 나는 친구였다.

-알라딘 eBook <대성당 > (레이먼드 카버 지음, 김연수 옮김) 중에서 - P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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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철학자 페터 비에리가 파스칼 메르시어라는 필명으로 쓴 소설 『리스본행 야간열차』의 드라마틱한 시작이다. 누구나 한번쯤 이제까지 살아온 삶과 전혀 다른 인생을 갈망한다. 가지 않은 길, 가지 못한 길을 꿈꾼다. 놓쳐버린 순간, 포기했던 일, 하나를 선택했기에 버려야 했던 것, 원했지만 허락되지 않았던 기회들이 있다. 우리 상상 밖에 있기에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것들도 있다. - <사소한 기쁨>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1083 - P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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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 two minutes past twelve the door opens and two men come into the lobby. One is tall with black hair combed in a 50s pompadour. The other is short and bespectacled. Both are wearing suits. All of Nick’s men wear suits. Billy knows the tall one from out west. He’s been with Nick a long time. His name is Frank Macintosh. Because of the pomp, some of Nick’s men call him Frankie Elvis, or – now that he has a tiny bald spot in back – Solar Elvis. But not to his face. Billy doesn’t know the other one. He must be local. - P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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