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었다. 수많은 취객들 사이에 마주앉아, 폴이 들려준 이야기를 다 듣고 난 지금, 삶이란 신파와 진부, 통속과 전형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말해질 수밖에 없는 것들에 의해 지속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으니 말이다.
-알라딘 eBook <폴링 인 폴> (백수린 지음) 중에서 - P51
그는 사회적 폭력의 뿌리를 근현대사에서 찾을 수 있으리라고 믿었다. 그에게서는 폭력에 폭력으로 맞설 수밖에 없더라도 쟁취해야 하는 정의에 대한 확신이 선명하게 빛났다. 그녀는 그것이 늘 부러웠다.
-알라딘 eBook <폴링 인 폴> (백수린 지음) 중에서 - P71
그에게는 사랑을 지켜내는 일도 신념을 추구하는 일과 별반 다르지 않았으므로. 사랑하기로 마음을 먹었기 때문에, 단 한 번도 그 감정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 사람. 상대와의 약속에 충실한 것이 옳은 일이라 믿기 때문에 결혼을 맹세하고도 남을 사람이 바로 그였다.
-알라딘 eBook <폴링 인 폴> (백수린 지음) 중에서 - P75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그는 저만치 떨어진 곳에 서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그 자리에서 오랫동안 움직이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알라딘 eBook <폴링 인 폴> (백수린 지음) 중에서 - P80
감자가 개가 되고, 신념이 감자가 되었으니 세상에서 통용되는 신념은 무엇을 가리킬지도 알 수 없었다. 내가 써왔던 개라는 단어가 신념과 대응될 수도 있지만 전혀 다른 무엇을 가리킬 수도 있는 노릇이었다.
-알라딘 eBook <폴링 인 폴> (백수린 지음) 중에서 - P89
나는 결코 남과 다른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개와 감자와 신념 사이에 틈이 생겼다는 사실보다 나를 더욱 두렵게 만들었던 것은 내가 더이상 남들처럼 살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예감이었다.
-알라딘 eBook <폴링 인 폴> (백수린 지음) 중에서 - P93
세계를 향한 최초의 발신.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 알아들을 수 있는 말보다 더 큰 위로가 될 수 있음을 알아차린 것은 어쩌면 그 무렵인지도 몰랐다.
-알라딘 eBook <폴링 인 폴> (백수린 지음) 중에서 - P98
창밖은 어두웠다. 집안은 죽은듯이 고요했다. 그 어두움과 고요의 시간에, 절망에 대한 두려움과 희망에 대한 기대가 의좋은 남매처럼 손을 맞잡고 기지개를 켤 때, 누군가에게 보내는 마지막 점멸 신호처럼 커서는 뚜─뚜─뚜─, 일정한 간격으로 깜박거린다. 그리고 그 순간, 바로 그 순간에 나의 말言들이 빛보다도 더 빠른 속도로 당신들에게 날아갔다. 아니, 날아가고 있다.
-알라딘 eBook <폴링 인 폴> (백수린 지음) 중에서 - P103
모든 것은 자전거 때문이었다. 집에 자전거가 생긴 이래로 되는 일이 도통 없었다.
-알라딘 eBook <폴링 인 폴> (백수린 지음) 중에서 - P105
세상으로부터 미끄러진다는 느낌을 더이상 받지 않기 위해 서로에게 뿌리를 내렸다. 어둠을 움켜쥐고 자라는 음지식물처럼. ‘우리’라는 견고한 껍질 안에서 우리는 그 누구보다 안전했다.
-알라딘 eBook <폴링 인 폴> (백수린 지음) 중에서 - P1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