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배운 건 수리의 종류에 관한 용어들이었다. 중수와 중창과 재건의 차이 같은 것. 면접을 끝내고 받아 온 『고건축용어사전』에서 가장 먼저 찾아본 말들이었다.

-알라딘 eBook <대온실 수리 보고서> (김금희 지음) 중에서 - 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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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두 번 시작된다. 처음 한 번은 극장 안에서, 그다음 한 번은 극장 밖에서. - <영화는 두 번 시작된다>, 이동진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f2bcbeac8a04832 - P6

그러니까 영화평론가는 경험을 사유하며 다시 시작하는 자다. 영화의 감흥을 동력 삼아 다시 시작하며 설레는 자이면서 동시에, 영화의 신비를 손에 쥐어보려고 다시 시작하다가 아득해지는 자다. 영상을 문자로 바꾸어 짚어내려고 무망한 투망질을 되풀이하는 자이고, 또렷한 발화점과 아득한 소실점 사이에서 헤매다 종종 길을 잃고 망연해지는 자이다. 여기 실린 글들은 그런 불가능의 기록일지도 모른다. - <영화는 두 번 시작된다>, 이동진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f2bcbeac8a04832 -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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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었다. 수많은 취객들 사이에 마주앉아, 폴이 들려준 이야기를 다 듣고 난 지금, 삶이란 신파와 진부, 통속과 전형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말해질 수밖에 없는 것들에 의해 지속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으니 말이다.

-알라딘 eBook <폴링 인 폴> (백수린 지음) 중에서 - P51

그는 사회적 폭력의 뿌리를 근현대사에서 찾을 수 있으리라고 믿었다. 그에게서는 폭력에 폭력으로 맞설 수밖에 없더라도 쟁취해야 하는 정의에 대한 확신이 선명하게 빛났다. 그녀는 그것이 늘 부러웠다.

-알라딘 eBook <폴링 인 폴> (백수린 지음) 중에서 - P71

그에게는 사랑을 지켜내는 일도 신념을 추구하는 일과 별반 다르지 않았으므로. 사랑하기로 마음을 먹었기 때문에, 단 한 번도 그 감정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 사람. 상대와의 약속에 충실한 것이 옳은 일이라 믿기 때문에 결혼을 맹세하고도 남을 사람이 바로 그였다.

-알라딘 eBook <폴링 인 폴> (백수린 지음) 중에서 - P75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그는 저만치 떨어진 곳에 서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그 자리에서 오랫동안 움직이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알라딘 eBook <폴링 인 폴> (백수린 지음) 중에서 - P80

감자가 개가 되고, 신념이 감자가 되었으니 세상에서 통용되는 신념은 무엇을 가리킬지도 알 수 없었다. 내가 써왔던 개라는 단어가 신념과 대응될 수도 있지만 전혀 다른 무엇을 가리킬 수도 있는 노릇이었다.

-알라딘 eBook <폴링 인 폴> (백수린 지음) 중에서 - P89

나는 결코 남과 다른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개와 감자와 신념 사이에 틈이 생겼다는 사실보다 나를 더욱 두렵게 만들었던 것은 내가 더이상 남들처럼 살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예감이었다.

-알라딘 eBook <폴링 인 폴> (백수린 지음) 중에서 - P93

세계를 향한 최초의 발신.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 알아들을 수 있는 말보다 더 큰 위로가 될 수 있음을 알아차린 것은 어쩌면 그 무렵인지도 몰랐다.

-알라딘 eBook <폴링 인 폴> (백수린 지음) 중에서 - P98

창밖은 어두웠다. 집안은 죽은듯이 고요했다. 그 어두움과 고요의 시간에, 절망에 대한 두려움과 희망에 대한 기대가 의좋은 남매처럼 손을 맞잡고 기지개를 켤 때, 누군가에게 보내는 마지막 점멸 신호처럼 커서는 뚜─뚜─뚜─, 일정한 간격으로 깜박거린다. 그리고 그 순간, 바로 그 순간에 나의 말言들이 빛보다도 더 빠른 속도로 당신들에게 날아갔다. 아니, 날아가고 있다.

-알라딘 eBook <폴링 인 폴> (백수린 지음) 중에서 - P103

모든 것은 자전거 때문이었다. 집에 자전거가 생긴 이래로 되는 일이 도통 없었다.

-알라딘 eBook <폴링 인 폴> (백수린 지음) 중에서 - P105

세상으로부터 미끄러진다는 느낌을 더이상 받지 않기 위해 서로에게 뿌리를 내렸다. 어둠을 움켜쥐고 자라는 음지식물처럼. ‘우리’라는 견고한 껍질 안에서 우리는 그 누구보다 안전했다.

-알라딘 eBook <폴링 인 폴> (백수린 지음) 중에서 - P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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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호전적인 파벌의 시대, 일상적인 폭력의 시대에 우리 모두에게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절묘한 다이빙을 보여준 그 여자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다. 그 동작의 자유분방함과 우아함에 대해서.

내 주변 의자나 선베드에 기대앉아 있는 낯선 사람 한 명 한 명 모두가 아무 곤란 없는 인생을 살도록 빌어주고 싶다. 여기 있는 모든 사람이 앞으로 일어날 일에서 살아남기를 바란다. -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74a685a3c94534 - P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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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나는 철제 난간 위로 몸을 기울인 채 바닷속을 뚫어지게 들여다보고 있다. 햇빛이 밝게 내리쬐고는 있지만 우리 머리 위 지붕이 만든 그늘 덕에 물속 깊은 곳까지 뚜렷하게 볼 수 있다. 우리는 그렇게 거기서 몸을 떨며 칠십이 년 전에 침몰한 전함의 상부구조 잔해를 관찰하고 있다.

내 손자는 아홉 살이다. 지금 나는 생의 예순여덟 번째 해를 보내는 중이다. -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74a685a3c94534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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