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신들은 떠났다. 조수가 이상한 날이었다. 아침 내내 우윳빛 하늘 아래 만灣의 물이 계속 부풀어올라, 마침내 들어본 적이 없는 높이에 이르렀다. 오랫동안 비 외에는 적셔본 적이 없는 바싹 마른 모래 위로 작은 파도들이 기어올라 모래언덕 기슭에서 찰싹거렸다. 우리 누구의 기억에도 없는 오래전 옛날에 만의 맞은편 끝에 올라가버린 녹슨 화물선은 자신이 다시 물에 뜰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나는 수영을 하지 않는다, 그날 이후로는. 새들은 가냘프게 울면서 급강하했다. 거대한 사발에 담긴 듯한 물이 수포처럼 부풀며, 납빛을 띤 푸르스름한 악의를 번쩍이는 광경에 불안해진 듯했다. 그들은, 그날 그 새들은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하얗게 보였다. 파도는 해안선을 따라 누리끼리한 거품을 술 장식처럼 쌓고 있었다. 높은 수평선을 허무는 돛은 하나도 없었다. 나는 수영을 하지 않는다. 안 한다, 두 번 다시는.
누군가 막 내 무덤터 위를 걸어갔다. 누군가가.
-알라딘 eBook <바다> (존 밴빌 지음, 정영목 옮김) 중에서 - P10
마침내 바다가 몸에 붙지 않아, 겨울 센바람이 창틀을 흔들 때 불가에서 졸고 있는 늙은 뱃사람이 떠오른다. 아, 내가 그라면. 그였다면.
-알라딘 eBook <바다> (존 밴빌 지음, 정영목 옮김) 중에서 - P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