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거나 나는 아직도 사내야, 기껏 쉰다섯밖에 안 됐거든. 그래서 20년은 더 사내 노릇을 하고 싶은데 이렇게 나이를 먹어 가고 또 추해지면 계집들이 제 발로 찾아오지는 않을 거거든. 바로 그때 돈이 필요한 거야. 그래서 지금 나는 나 자신의 앞날을 위해 한 푼 한 푼 모아 두고 있단다. 알렉세이 표도로비치, 너도 알다시피 그건 내가 끝까지 나의 추악한 세계에 살고 싶기 때문이란다. 그 점은 너도 잘 알 거다. 추악한 세계가 더 달콤하거든. 모두 그 세계를 비난하지만 모두 그 세계에 살고 있고, 남들은 몰래 그 짓을 하지만 난 드러내 놓고 하고 있을 뿐이란다. 그런 나의 정직한 태도를 빌미로 그 추잡한 놈들은 내게 달려들고 있지. 하지만 너의 천국을, 알렉세이 표도로비치, 나는 원치 않아. 너도 알다시피 행여 저 세상에 너의 천국이 존재한다고 해도 점잖은 사람이 거기에 간다는 것은 어울리지 않거든. 내 생각에는 한번 잠들면 깨어나지 않아, 아무것도 없는 거야. 만일 원한다면 내 명복을 빌어 주되, 그렇지 않으면 제기랄, 제멋대로 되라지. 이게 내 철학이란다.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상) |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예프스키, 이대우 저
리디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791 - P401
「그놈은 왜 나하고 이야기를 하려고 들지 않는 거지? 말을 한다 해도 거드름만 피우니, 네 형 이반은 비열한 놈이야! 아무튼 내가 마음만 먹으면 당장이라도 난 그루쉬까와 결혼할 수 있어. 돈만 가지고 있으면, 알렉세이 표도로비치, 원하는 건 무엇이든 얻을 수 있기 때문이란다. 이반은 그게 두려워서 내가 결혼하지 못하게 하려고 감시를 하는 것이고, 그것 때문에 미찌까에게 그루쉬까와 결혼하도록 옆구리를 찔러 대는 거야. 일이 그렇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에 나를 그루쉬까로부터 떼어 놓으려는 것이고(내가 그루쉬까와 결혼하지 못하면 자기한테 돈이라도 줄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지!), 다른 한편으로 미찌까가 그루쉬까와 결혼하게 되면 이반 그놈은 돈 많은 미찌까의 약혼녀를 빼앗겠다는 거지. 그게 그놈의 속셈이야! 네 형 이반은 악당이야!」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상) |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예프스키, 이대우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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