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 혼비의 첫 소설 『하이 피델리티』는 그런 노래에 관한 이야기다. 서른다섯 살이나 먹도록 어른이 되지 못한 음악광 롭의 성장담이지만 팝 음악에 대한 닉 혼비의 애정 넘치는 기록이기도 하다. 글로 읽는 음악이라 할 정도로 페이지 페이지마다 1960년대부터 70, 80년대에 이르는 팝 명곡이 쏟아진다. 혼비의 ‘나의 노래’ 리스트인 셈이다. 소설은 영화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로도 만들어졌다. - <사소한 기쁨>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1083 - P80
‘최고 명반 베스트 5’ ‘가수의 첫 앨범 베스트 5’ 등 각종 베스트 5 뽑기가 취미인 그는 자신에게 ‘굴욕감을 준 여자친구 베스트 5’를 만들어 차례로 만난다. 자기 인생이 꼬인 건 계속된 연애 실패 때문이라는 나름의 판단에 근거해 인생 실패의 원인을 찾아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연에 괴로워하는 와중에도 로라의 새 남자친구가 자기보다 섹스를 잘하는지가 제일 궁금하고, 로라 주변을 맴돌면서도 한순간 꽂힌 여자와 하룻밤 관계를 가진다. 혼비 소설의 주인공은 다들 롭처럼 어른이 되지 못한, 좀 한심하고 지질한 인물들이다. 작가 말대로 청소년기에서 성장을 멈춘 사람들이다. 그래도 주인공은 성장해나간다. - <사소한 기쁨>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1083 - P81
망해가는 음반가게에서 인생도 실패하기 직전이었던 그는 음악에 대한 열정을 다시 살려본다. 로라의 도움으로 클럽 디제이로 선 날, 롭은 로라를 위해 노래 한 곡을 튼다. 1960년대 ‘록&솔의 제왕’ 솔로몬 버크의 〈Got to Get You Off My Mind〉. 롭이 너무나 좋아하는 노래이고, 몇 년 전 로라가 클럽 디제이로 일하던 롭에게 신청한 노래였다. 그때 롭은 로라에게 첫눈에 반했다.
노래가 시작되자 로라는 알아차렸다는 듯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리며 춤을 춘다. 사랑의 시작과 끝, 그리고 또 다른 시작의 역사가 담긴 ‘그들의 노래’다. 솔로몬 버크가 아니라 롭과 로라의 〈Got to Get You Off My Mind〉가 되는 순간이다. - <사소한 기쁨>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1083 - P82
그때 누군가 그렇지 않다고, 좀 늦어도 된다고 이야기해 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지금의 나라면 1991년 레코드 가게 앞에 어깨를 떨구고 선 나에게 차근차근 너의 길을 가라고, 시간은 충분히 기다려준다고, 그 시간을 지나고 보니 몇 번의 실패를 해도 괜찮을 만큼의 시간이 있다고 말해줄 것이다. - <사소한 기쁨>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1083 - P85
비참했기 때문에 음악을 들었을까? 아니면 그런 음악을 들어서 비참했던 걸까? 모든 음악이 사람을 감상적으로 만드는 걸까? 사람들은 어린애들이 총을 가지고 논다고, 10대 청소년들이 폭력적인 비디오를 본다고 걱정한다. 그들이 폭력 문화에 길들까 봐 두려워한다. 하지만 아이들이 무너진 마음, 거부, 고통, 비참함과 상실에 대한 노래를 수천 곡 듣는다 해서 걱정하진 않는다. 내 생각엔 가장 불행한 사람은, 낭만적으로 말해서, 팝 음악을 가장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팝 음악이 불행을 야기했는지 아닌지 잘 모르겠지만, 불행한 삶을 살아온 기간보다 슬픈 노래를 들은 기간이 더 긴 것은 분명하다. - <사소한 기쁨>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1083 - P87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들은 대부분 에너지를 생존에 꼭 필요한 곳에만 쓴다. 자손을 낳기 위해서 성관계를 하지, 쾌락을 위해 귀한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는다. 사람처럼 에너지를 흥청망청 여기저기 낭비하는 존재도 없다. 그렇다면 이 쓸데없는 수다야말로 인간을 지구상의 다른 생명들과 따로 구분 짓는 가장 인간다운 일일지 모른다. - <사소한 기쁨>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1083 - P94
『고도에서』는 『나는 전설이다』의 작가 리처드 매드슨의 『줄어드는 남자』에서 모티브를 따온 작품이다. 주인공의 이름도 똑같이 스콧이다. 『고도에서』의 스콧이 이유 없이 어느 날부터 몸무게가 줄어든다면, 『줄어드는 남자』의 스콧은 이상한 안개에 노출된 뒤부터 키가 줄어든다. 같은 설정에서 출발하지만 두 스콧의 결말은 완전히 다르다. 줄어드는 스콧은 직장에서 해고당하고 가족으로부터 외면당하다가 나중에는 거미에게 쫓기며 생명의 위협을 느끼지만, 중력을 거스르는 스콧은 편견과 혐오를 넘어 우정과 환대 속에 자기만의 해피엔딩을 맞는다. 결정적 차이는 ‘관계’였고 ‘친구’였다. 한 사람의 스콧은 친구를 가졌고 다른 스콧은 그렇지 못했다. - <사소한 기쁨>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1083 - P100
진화인류학자인 로빈 던바는 친구란 "공항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기 위해 앉아 있다가 우연히 만났을 때 그냥 보내지 않고 옆에 앉히고 싶은 사람"이라고 했다. - <사소한 기쁨>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1083 - P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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