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베르타는 히브리어에서 온 것으로 꼴과 뜻이 모두 온전하지 못하고 함축적인 의미가 풍부하다. 이것은 원래 하베르(동료)를 여성형으로 만든 것으로 하녀를 뜻한다. 하지만 한 지붕밑에 데리고 있어야 하는 태생이 미천하고 풍습과 믿음이 다른 여자라는 뜻이 깔려 있다.
하베르타는 청결하지 못하고 버릇없기 쉬우며, 그 속성상 어쩔 수 없이 집주인들의 관습과 대화에 악의 어린 호기심을 보인다. 그래서 집주인들은 하베르타와 함께 있는 자리에서는 자기들만아는 은어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은어에는 지금까지 말한 것 말고도 당연히 하베르타란 말도 포함되었을 것이다. 이러한 은어는 이제 거의 사라졌지만 몇 세대 전만 해도 수백 단어와 표현에 달했는데, 대부분 히브리어 어근에 피에몬테 방언의 접미사와 어미를 붙여 만들었다. 이렇게 대충 훑어만 보아도 그것이 감쪽같고 비밀스러운 기능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구원(이교도)이 있는 자리에서 그들에 대해 이야기할 때나, 그들이 세운 억압 정권에 대해 그들이 알아듣지 못하게 욕이나 저주로 답할 때 쓰는 아주 약삭빠른 언어인 셈이다.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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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베르타는 히브리어에서 온 것으로 꼴과 뜻이 모두 온전하지 못하고 함축적인 의미가 풍부하다. 이것은 원래 하베르(동료)를 여성형으로 만든 것으로 하녀를 뜻한다. 하지만 한 지붕밑에 데리고 있어야 하는 태생이 미천하고 풍습과 믿음이 다른 여자라는 뜻이 깔려 있다.
하베르타는 청결하지 못하고 버릇없기 쉬우며, 그 속성상 어쩔 수 없이 집주인들의 관습과 대화에 악의 어린 호기심을 보인다. 그래서 집주인들은 하베르타와 함께 있는 자리에서는 자기들만아는 은어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은어에는 지금까지 말한 것 말고도 당연히 하베르타란 말도 포함되었을 것이다. 이러한 은어는 이제 거의 사라졌지만 몇 세대 전만 해도 수백 단어와 표현에 달했는데, 대부분 히브리어 어근에 피에몬테 방언의 접미사와 어미를 붙여 만들었다. 이렇게 대충 훑어만 보아도 그것이 감쪽같고 비밀스러운 기능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구원(이교도)이 있는 자리에서 그들에 대해 이야기할 때나, 그들이 세운 억압 정권에 대해 그들이 알아듣지 못하게 욕이나 저주로 답할 때 쓰는 아주 약삭빠른 언어인 셈이다.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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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난간에 팔꿈치를 괴고 안주머니에서 은제 담뱃갑을 꺼냈다. 오랜 세월이 지나는 사이 담뱃갑에는 군데군데 더러움이 생겼고 섬세하게 조각된 부분도 알아보기 힘들어졌다. 하지만 — 그는 점화를 위해 파인 홈을 쓰다듬으며 생각했다 — 이건 아직 여기에 있었다. 시간은 모든 감정의 진폭을 납작하게 눌러버리기 마련이지만, 그럼에도 진짜로 존재하는 무엇인가를 지울 수는 없었다. - <작은 땅의 야수들>, 김주혜 저/박소현 역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9ccc4b99aefa406c - P335

한철에게 든 첫 번째 충동은 이 간곡한 부탁을 거절하는 것이었지만, 슬픔의 광채로 빛나는 옥희의 표정이 그를 멈칫하게 했다. 옥희의 얼굴은 너무도 여위었고, 땀방울로 반짝이는 상아색 피부는 뼈에 거의 달라붙어 있는 듯했다. 전에 없던 초췌함이 엿보이는 외모와, 여전히 긍지 높게 턱을 치켜들 때마다 그 섬세한 목을 가로질러 수평선을 그리는 주름들이 한철의 눈에 들어왔다. 만약 이 순간 옥희의 모습을 묘사해야 한다면 한철은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마치 어머니가 불러주곤 하던 정답고 그리운 옛 노래 같다고. 혹은 서랍 뒤쪽에서 아직 뜯지 않은 채로 발견된, 오래전에 사랑했던 사람이 보내준 편지 같다고. 아니면 어느 봄날 갑자기 되살아난 고목 — 검게 죽어 있던 가지들이 만개한 꽃들로 가득해져, 꽃잎 한 장마다 전부 나, 나, 나라고 외치며 타오르는 한 그루 나무 같다고. 하지만 그의 마음을 움직인 건 그저 지나간 시절과 추억의 잔해만이 아니었다. 지금 그가 보고 있는 것, 전에는 보지 못했던 그것은 대체 무얼까? 그것은 뭔가 신비롭고, 옥희의 진정한 모습에 더 가까운 것이었다. - <작은 땅의 야수들>, 김주혜 저/박소현 역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9ccc4b99aefa406c - P441

마침내 계단이 끝나 언덕 꼭대기에 이른 정호는 은빛 하늘로 치솟은 벽돌 건물을 마주하고 섰다. 그는 저 멀리 펼쳐진 눈 덮인 산들, 계단 아래 장난감처럼 조그맣게 들어선 동네들, 생기라곤 없어 보이는 겨울의 채소 텃밭들을 잠시 바라보았다. 이처럼 하늘에 가까이 닿아 있으면 모든 것이 그저 평화롭게만 보인다고, 정호는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생각했다. 사람들이 성당의 양 옆문 근처로 떠들썩하고 부산스럽게 몰려들었다. 아무런 사전 주의도 없이, 그들은 신부를 위해 암묵적으로 중앙 정문을 비워둔 것이다. 정호는 마지막으로 신선한 바깥 공기를 훅 들이쉰 다음 사람들 무리 뒤로 줄을 섰다. - <작은 땅의 야수들>, 김주혜 저/박소현 역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9ccc4b99aefa406c - P376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은 두 종류로 나뉘며, 대다수는 그중 첫 번째 범주에 속한다.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 자신이 현재의 상태에서 성공을 향해 더 나아갈 수 없으며 앞으로도 영원히 불가능하리라는 것을 깨닫는 사람들. 그러고 나면 자신의 삶에 주어진 운명을 합리화하고 그 자리에 만족하는 법을 배워야만 한다.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이것을 깨닫는 시점은 놀랍도록 일러서, 대체로 스무 살이 되기 전에 도달한다. 교육의 혜택을 받은 사람들 또한 서른에서 마흔 살 사이에는 같은 결론에 이른다. 일부 사람들은 출생 환경이나 그 자신의 야망, 그리고 재능에 힘입어 대략 쉰 전후에 비슷한 깨달음을 얻는데, 그 정도 나이에 이르면 이러한 소강도 그렇게 끔찍해 보이지 않는 법이다. - <작은 땅의 야수들>, 김주혜 저/박소현 역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9ccc4b99aefa406c - P361

그 순간 신부를 바라보지 않는 이는 딱 한 사람, 오직 정호뿐이었다. 그는 자신과 바싹 붙어 앉은 옥희의 이마가 그리는 곡선을, 그리고 그의 검은 눈, 슬픔과 기쁨이 똑같은 깊이로 차올라 반짝이는 저 두 개의 우물을 자신의 영원한 기억에 새겨 넣으려 노력하고 있었다. 그는 옥희의 스웨터에 감싸인 채 나란히 솟은 한 쌍의 가느다란 어깨뼈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보니 저 옷 안에 감춰진 맨살까지 그려지는 듯했다. 만일 장의자 등받이를 따라 팔을 뻗어 옥희의 아름다운 등을 감싸 안는다면, 그의 심장은 이 자리에서 바로 멈추고 말리라. - <작은 땅의 야수들>, 김주혜 저/박소현 역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9ccc4b99aefa406c - P380

모두가 꿈을 꾸지만, 그중 몽상가는 일부에 불과하다. 몽상가가 아닌 다수의 사람들은 그냥 보이는 대로 세상을 본다. 소수의 몽상가들은 그들 자신의 눈으로 세상을 본다. 달, 강, 기차역, 빗소리, 따스한 죽 한 그릇처럼 평범하고 소박한 것들도, 몽상가들은 여러 겹의 의미를 지닌 신비로운 무엇으로 받아들인다. 그들에게 세상은 사진이라기보단 유화여서, 다른 수많은 사람들이 가장 바깥쪽에 있는 색깔만을 바라볼 때 이들은 영원히 그 아래 감춰진 색깔을 바라본다. 몽상가가 아닌 사람이 유리를 통해 보는 풍경을, 몽상가들은 프리즘을 통해 바라보는 셈이다. - <작은 땅의 야수들>, 김주혜 저/박소현 역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9ccc4b99aefa406c - P387

옥희는 눈을 감았다. 자신의 손을 맞잡은 정호의 손은 뜨겁고 축축했다. 자신이 한철의 손을 잡고 있다고 상상해 보려 했지만, 그 두 남자의 손에 공통점이라곤 전혀 없었다. 길게 뻗은 튼튼한 손가락들을 가진 한철의 손은 우아하고 아름다웠다. 그 손등 아래 도드라져 보이는 청록색 핏줄마저도 옥희는 깊이 사랑했다. 하지만 외적으로 드러나는 모습이 아닌 촉감의 측면에서도 그들의 두 손은 완전히 달랐다. 나이 든 기생들은 남자란 일단 촛불을 끄고 나면 구분할 수 없이 다 똑같다는 농담을 하곤 했다. 그러나 사실 남자들의 표정을 들여다보거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를 멈추고 단순히 그들의 감촉이 어떻게 느껴지는지에 집중하다 보면, 그들 사이의 차이점은 훨씬 더 예리하게 느껴졌다. 만일 사랑이라는 감정이 그저 우정의 가장 짙은 색채일 뿐이요, 너무 짙은 나머지 다른 빛깔로 보일 정도지만 사실은 충실함이라는 감정과도 같은 색상표 안에 있는 것이라면, 그러면 옥희도 정호를 사랑한다고 할 수 있을 터였다. 정말 깊이, 진심으로. 하지만 결국 그런 감정들이 아예 처음부터 완전히 다른 거라면, 그는 정호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었다. - <작은 땅의 야수들>, 김주혜 저/박소현 역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9ccc4b99aefa406c - P402

정호는 적수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며 자기도취의 평정심을 잃어버리는 모습을 만족스레 지켜보았다. 이 남자의 약점이 바로 이것이구나 싶었다. 그러니까, 자신이 옳은 쪽인 것처럼 보이고 싶은 욕구 말이다. 한철은 자신이 언제나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며 치열하게 살아왔다고 자부하는 부류의 남자였다. 지금 한철의 얼굴을 가득 뒤덮은 비통과 애수의 표정도 결국은 제 자존심을 보호하는 방법에 불과하다는 걸 정호는 잘 알고 있었다. 한철에게 할 수 있는 최고의 복수는 다름 아닌 그의 자만심을 뒤흔드는 것이었고, 그건 단순한 주먹질로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 <작은 땅의 야수들>, 김주혜 저/박소현 역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9ccc4b99aefa406c - P412

정호는 더 이상 말이 없었다. 사랑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느라 일생을 헛되이 바쳤다는 사실을 마침내 깨달은 것 같았다. 그는 조용히 일어나 옷을 주워 입었다. 그의 얼굴은 증오로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그렇게 옥희의 방문을 열고 나가기 직전에, 그가 홱 돌아섰다. - <작은 땅의 야수들>, 김주혜 저/박소현 역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9ccc4b99aefa406c - P422

날카로운 단음절로 이어지는 그 무서운 소리는 사람이 내는 비명이라기보다 고뇌에 찬 산짐승의 울부짖음 같았다. 잠시 그는 그렇게 엎드린 자세로 숨을 헐떡였다. 가쁜 호흡을 내쉴 때마다 등이 위아래로 들썩였다. - <작은 땅의 야수들>, 김주혜 저/박소현 역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9ccc4b99aefa406c - P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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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예외 없이, 다들 너무 당연하다는 듯 제 스스로를 정직한 인물로 여긴다는 점은 오랫동안 명보를 놀라게 했다.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할 필요가 있을 때면 깜짝 놀랄 만큼 영리하고 교활해졌으며, 너무도 약삭빠르게 머리를 굴리느라 심지어 자기 자신을 속이고 있다는 것조차 깨닫지 못했다. - <작은 땅의 야수들>, 김주혜 저/박소현 역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9ccc4b99aefa406c - P269

하지만 정호는 뭔가 달랐다. 이 야수 같은 젊은이가 숨 한번 돌릴 필요도 없이 다른 사람을 해치는 데 능숙하다는 것은 명백해 보였다. 그의 내면에는 견제와 균형, 이해득실에 따라 작동하는 구조 자체가 거의 없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는 절대로 자신이 아끼는 사람들을 배신하지 않을 것이다. 그게 바로 정호가 이 세상의 나머지 사람들과 달라 보이는 주된 이유였다. 그처럼 단도직입적인 성격에 그가 지닌 거칠고 강렬한 기운이 더해져, 많은 부하들로 하여금 그를 따르게 할 뿐 아니라 제 목숨까지도 내놓을 만큼 그를 존경하고 신뢰하게 만든 요인으로 작용했으리라고 명보는 생각했다. - <작은 땅의 야수들>, 김주혜 저/박소현 역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9ccc4b99aefa406c - P269

옥희의 발치에 물웅덩이처럼 고인 가로등의 찬란한 빛살이 황금빛 광채를 되쏘아 그를 따스한 빛 속에 일렁이게 했다. 한철은 그 사랑스러움에 경외감을 느낀 나머지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옥희가 자신에게 발휘하는 영향력을 애써 막아보기라도 하려는 듯, 그는 짐짓 천천히 인력거를 끌어 옥희에게 다가갔다. - <작은 땅의 야수들>, 김주혜 저/박소현 역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9ccc4b99aefa406c - P303

가로등이 옥희의 왼쪽으로 빛을 비추어 그리 넓지 않지만 맵시 있는 그의 이마, 윤기 나는 눈꺼풀의 가장 높이 솟아오른 부분과 콧날, 그의 왼쪽 광대뼈까지 온통 반짝이게 했고, 얼굴의 오른쪽 측면에는 짙은 음영을 드리웠다. 그러다 마침내 한철을 발견하자, 해가 떠오르기 직전 온 하늘에 분홍빛이 번지듯 옥희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는 그저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삶의 근본적인 의미를 가득 안고 찬란히 빛나고 있었다. 마치 형언할 수 없는 신비의 언어가 가득하던 밤새들의 노랫소리처럼. - <작은 땅의 야수들>, 김주혜 저/박소현 역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9ccc4b99aefa406c - P312

남자들에 비해, 여자들은 사랑을 온전히 주는 것, 혹은 받기만 하는 것으로 양극화하기 마련이다. 사랑을 철저하게 이타적인 보살핌으로 이해하는 여자들과 사랑을 통해 자신이 어떻게든 혜택을 얻지 못하면 이를 견디지 못하는 여자들 사이에는 매우 큰 간극이 존재한다. - <작은 땅의 야수들>, 김주혜 저/박소현 역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9ccc4b99aefa406c - P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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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 was like an empty vessel, but in the best way: it was true he didn’t hold a lot of knowledge, but his mind was free to flow in whatever direction, and he didn’t nurture pain. - P101

On one hand, it mystified her to see Luna fall pregnant after just one unfortunate incident and endure such prolonged agony; on the other hand, she felt relieved that she’d never had to suffer that way. - P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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