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첨단 기술을 모른다는 것, 문과 출신이라는 것, 명문대학위가 없다는 것은 이 AI 시대에 더 이상 치명적인 핸디캡이 아니다. 오히려 차가운 학술적 엄밀함이나 기술에 대한 맹신에 갇히지 않았다는 뜻이다. 현장의 흙바닥에서 구를 수 있는 야성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인간의 비합리적이고 찌질한 마음의 틈새를 날 것 그대로 파고들 수 있는 백지상태의 특권이 있다는 뜻이다. - P53
둘째, 헤매는 시간을 아까워하지 마. 정답이 쏟아지는 시대에 네가 설 자리는 답을 내놓는 쪽이 아니라 ‘답을 의심하는쪽‘이야. 기계는 정답을 주지만, 그 대신 네가 헤맬 기회를 가져가. 그런데 사람은 헤매면서 자라거든. 엄마를 여기까지 버티게 한 건 박사 학위도, 코딩 실력도 아니었어. 사용자 인터뷰 녹음을 몇 번이고 되감아 듣던 시간이었지. 사람들이 예의상 ‘좋아요‘라고 말할 때의 목소리와 정말 마음이 움직였을 때의 목소리가 다르다는 걸 알아듣기까지, 지루하고 티 안나는 밤이 많이도 필요했어. 어떤 답이 이상한지 알아보는 눈은 오래 들여다본 사람에게만 생겨, 남들이 그냥 지나치는 곳에서 한 번 더 멈춰 서는 사람이 결국 그 방에서 가장 필요한 사람이 되는 걸, 엄마는 수없이 봤어. - P72
셋째, 모두가 AI 안으로 들어가려 할 때, 정작 비어 있는 자리는 AI가 아직 닿지 않은 바깥에 있단다. AI는 인터넷에글이 잔뜩 쌓여 있는 일부터 잘해. 거꾸로 말하면, 기록으로 남지 않은 현장의 일에는 아직 손을 못 대고 있어. 그러니 모두가 가장 빛나 보이는 곳으로 우르르 달려갈 때, 너는 남들이 등 돌린 그 묵묵한 자리로 걸어가보렴. 남들이 아직보지 않는 그곳에서, 네가 맨 앞에 서게 될 수도 있어. - P73
AI는 네 질문에 답해주지만, 질문한 너를 기억하지는 않아. 사람은 기억해. 서툰 질문을 들고 찾아왔던 후배들을, 엄마는 지금도 기억해. 엄마에게 손을 내밀어준 사수들도 아마 그랬을 거야. 질문은 무능의 증거가 아니라 관계의 시작이야. 그러니 모르면사람에게 물어.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되냐고? 너는 이미 시작했어. 거기가 첫 칸이야. - P73
돌이켜보면 나의 20대에는 거창한 마스터플랜 같은 건 없었다. 그저 ‘안 되면 말고‘를 주문처럼 외우며 한번 두드려봤다가 안 열리면 다른 문 앞으로 가 또 두드릴 뿐이었다. 그 시절 나를 움직인 건 화려한 비전이 아니라 빈 이력서를 어떻게든 채워야 한다는 절박한 결핍이었다. 그리고 그 결핍이야말로 지금까지 내 인생에서 가장 강력한 추진 연료였다. - P80
시장은 평균에서 벗어난 자리에만 비싼 값을 치른다. 이런 시대에 진짜로 비싸지는 사람은 남과 다른 한 가지를 할 줄 아는 사람이다. 그 한 가지는 자기만의 뾰족한 영역일 수도 있고, 무모한 행동력일 수도 있다. 정답이 없는 빈칸 앞에서 ‘안 되면 말고‘ 하는 마음으로 일단 한번 두드려보는 사람, 공고의 조건이 다 차지 않아도 자기만의 카드 하나 들고 일단 부딪쳐보는 사람, 사내에서 자기 일도 아닌 프로젝트에 "제가 한번 해봐도 되겠습니까?" 하고먼저 손드는 사람 말이다. - P80
실리콘밸리 한복판에서 지켜본 바, AI 시대에 몸값이 수직 상승하는 사람들은 그래서 평균과 반대로 움직인다. 그들은 자기만의 관심사와 오랫동안 다져온 작은 영역, 즉 자신의 낡은 과거를 결코 버리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을 무기 삼아 AI와 손잡고 자기 영역을 한 뼘 더 깊이 파고들며, 그 자리에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자기만의 길 하나를 낸다. - P81
완벽한 스펙의 시대가 저물었다는 건, 결핍 많고 엉뚱한 우리같은 사람들에게 마침내 자유로운 놀이터가 열렸다는 뜻이기도 하다. 학벌도 인맥도 입담도 따라주지 않던 사람들이 AI를 한 손에 쥐고 비로소 같은 출발선에 설 수 있게 된, 그 어느 때보다 평등한 시대다. 바로 여기에 당신이 파고들 구체적인 희망이 있다. - P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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