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지고 있어도 여전히 지구를 느낄 수 있었다. 지구는 아직 나를놓아주지 않고 있었다.
탑승구의 커다란 창 너머로 시비타 스테이션과 지상 기지를 연결하는 긴 갱도가 보였다. 셔틀에 탑승하려고 기다리는 승객들은 지구를 바라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저마다 햇볕이 드리워진 낯익은 도시와 산들, 구불구불한 해안을 바라보며 탄성을 뱉었다. 나도임무를 처음 맡았을 때, 딱 한 번 지구를 감상한 적이 있었다. 그 뒤로는 눈길조차 준 적이 없다. 잠깐 쳐다보기만 해도 추락하는 듯한느낌이 강렬하게 밀려왔기 때문이다. 탈출을 코앞에 둔 나를 행성의 중력이 다시 잡아당기는 것 같았다. 지구를 떠나온 것만 해도 충분했다. 지금 내 눈 앞에서 서로 더 좋은 자리를 차지하겠다고 다투는 저 철부지 학생들처럼 끊임없이 탄성을 지를 필요도 없었다. 이들의 대화 수준으로 보나, 신나서 어쩔 줄 모르는 모습으로 보나 대학 연구원생들은커녕 초등학생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아 보였다. - P15

10년 전, 하우스오브위즈덤호에서 ‘제프리-1‘이라는 강력하고치명적으로 만들어진 바이러스가 우주선의 공기 통제 시스템에 유포되는 생물학적 공격이 발생해 탑승해 있던 477명이 목숨을 잃었다. 아버지가 우주선을 떠나기 직전에 공기 필터가 업그레이드되었고, 아버지가 떠난 이후 바로 바이러스 공격이 시작되었다. 나하리선장과 딥스페이스 고고학 연구팀은 아버지가 영광을 독차지하기위해 데이터를 쌓아두고 결과를 숨겼다고 의심했다. - P22

우리 선조가 떠나온 지구는 죽어가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자신들이나아갈 길이 보이지 않았던 지구인들은 이 우주선의 이름을 애절한
저녁노래호라고 지었다. 하지만 지금 누군가가 이 메시지를 듣고 있다면, 인류가 아직까지 생존해 있다면, 우리가 드디어 새벽의 여명을 찾았다는 사실을 알아주길 바란다. 우리는 곧 새로운 토양에 우리의 뿌리를 깊이 내릴 것이다. 지금 우리 가슴속에는 희망만이 가득하다.
-기록 1, 애절한저녁노래호, UC33-X로 전송[고대 중국 표준어 [베이징 방언, PCE 200-100년경]. 데이터 재구성 및 번역: 그레고리 라고, 하우스오브위즈덤호, 딥스페이스 고대 연구.] -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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