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병은 어리석은 단어야." 플라스의 말에는 지친 한숨이 섞여 있었다. "그건 질병이라는 게 우리가 살아가도록 진화해온 환경의 일탈, 즉 존재의 비정상적인 상태라고 암시하거든. 하지만 그 반대도 사실이야. 이 세상은 우리를 죽이도록 설계되었고 우리는 번식할 수 있을 정도로만 생존하도록 설계되었으니까. 그게 자연의 진정한 균형이야. 이제 난 그걸 알아. 질병은 일탈이 아니야. 심지어 그 독특한 기원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이 감염병조차 일탈이 아니야. 우리야말로 일탈이지. 너무 성공한 종은 결국 자신의 환경을 집어삼키고 스스로의 파멸을 자초하는 것이니까. 지금 일어나는 일은 단지 필요한 시정 조치일 뿐이야." - <붉은 강 세븐>, A. J. 라이언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37810f3ba9804a38 - P387
"결국 모든 건 오만에서 비롯됐어." 플라스가 계속 말을 이었다. "유인원이 처음 부싯돌로 불을 붙인 이래로 인류를 사로잡아온 그 오만함. 우리를 구속하는 자연법칙을 초월할 수 있다는 그 망상. 인류는 항상 깨우침의 즐거움이 아닌 통제를 위해, 세상을 이해하도록 내몰리지. 권력을 위해서 말이야. 우리는 자연을 우리 의지대로 지배하기 위해 끝없는 탐구에 종사하는 종이야. 특히 이 경우에는 돌연변이의 힘을 이용하려는 거지." - <붉은 강 세븐>, A. J. 라이언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37810f3ba9804a38 - P389
"돌연변이는 진화의 원동력이야." 플라스가 대답했다. "하지만 그건 근본적으로 무작위적이라 예측할 수 없어. 자연 선택에서 주요한 진보가 나타나려면 도킨스가 일명 ‘눈먼 시계공2’이라고 불렀던 수천 년의 노동이 필요해. 즉 수세대가 지나야 하지. 하지만 돌연변이가 유도되고, 지시되고, 통제될 수 있다면 어떨까?" - <붉은 강 세븐>, A. J. 라이언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37810f3ba9804a38 - P390
"물론이지. 오직 인간만이 이토록 완벽하게 잔인한 것을 만들어낼 수 있어. 정말 교활하지. 자연의 잔인함은 본질적이지만, 동시에 비감성적이기도 해. 가학성은 자연의 특징이자, 교사이기도 해. 고양이가 살생을 안 좋아한다면 굶어 죽고 말 거야. 하지만 인간은 순전히 쾌락을 위해 고문해. 그런 의미에서 M-스트레인은 가장 순수한 형태로 증류된 인간성이야. 우리는 항상 악몽이었어." - <붉은 강 세븐>, A. J. 라이언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37810f3ba9804a38 - P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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