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패거리를 만들고, 위계적인 ‘갑질’ 관계를 일상화하고, 자칫 자신도 이 경쟁 속에서 죽임을 당할까 하는 두려움에 타인을 짓밟기를 서슴지 않는다. 시민사회를 지탱하는 공적 가치를 믿지도 않고 내면화해본 적도 없기에, 논리보다는 기분에 좌우되고,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로비와 강짜와 아첨에 의존한다.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는 신념하에 고성을 지르다가 가끔 보게 되는 타인의 전락만이 그 와중에 지쳐버린 자신의 마음을 달래준다. 바위와 함께 굴러떨어지는 동료를 바라보며 스스로를 위안하는 산비탈의 시시포스처럼.

-알라딘 eBook <공부란 무엇인가> (김영민 지음) 중에서 - P10

사람들이 입시와 부동산에 초미의 관심을 보이는 것은 그것들이 계층 이동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진학에 성공한다고 해서 갑자기 대단한 선물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상급 학교 진학에 실패했을 때 치러야 할 사회적 대가는 혹독하다. 삶의 노역이 대물림되는 상태, 즉 노비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제 이 땅에서 교육과 부동산 투자는 계층 간의 이동을 촉진하기보다는 계층을 고착화한다.

-알라딘 eBook <공부란 무엇인가> (김영민 지음) 중에서 - P11

그리하여 남는 것은 스펙이요, 남지 않는 것은 실력이다. 방학이 되면 유복한 집 자녀들은 해외에 인턴을 하러 가지만, 가난한 집 학생들은 동네 레스토랑 부엌에서 단무지를 썬다. 부모의 경제력 순으로 학점이 나온다고 믿게 된 이들은 부모의 얼굴도 마주하기 싫어지고, 성실한 시민이 되기도 싫어지고, 마침내 목전의 공부에 흥미를 잃어버리게 된다.

-알라딘 eBook <공부란 무엇인가> (김영민 지음) 중에서 - P12

제대로 공부를 하지 않을 때 충만한 것은 거품 같은 공허뿐이다. 생각할 수 있는 근력이 없기에, 그 공허를 채우기 위해서 자신의 생각을 대신해줄 강력한 타자를 갈구한다. 그리하여 ‘진리’를 설파하는 사이비 지식인이나 종교 지도자나 독재자가 번성하게 된다. 장기적인 것, 공적인 것, 엄정한 것을 추구하기보다는 말초적인 욕망의 충족과 단기적인 이익의 추구와 근거 없는 인정 욕구가 남발하게 된다.

-알라딘 eBook <공부란 무엇인가> (김영민 지음) 중에서 - P13

오스카 와일드는 "우리는 모두 시궁창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그 와중에도 몇몇은 별빛을 바라볼 줄 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우리 스스로가 별이 될 수는 없지만, 시선을 시궁창의 아래가 아니라 위에다 둘 수는 있다.

-알라딘 eBook <공부란 무엇인가> (김영민 지음) 중에서 - P13

이미 존재하는 더 나은 것에 대한 감수성을 길러주고, 나아가 보다 나은 것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믿게 할 것이다. 그러한 믿음 속에서야 비로소 비방과 조소를 넘어서는 논리와 수사학의 힘을 빌려 공적 영역을 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계속 읽고 쓰고 논의하는 과정에서 비로소 가능한 인간의 변화에 대해 믿게 될 것이다.

-알라딘 eBook <공부란 무엇인가> (김영민 지음) 중에서 - P13

똑같이 ‘사랑해’라고 말하더라도 사람들은 그 말에 각기 다른 의미를 담는다. 감정이 석류처럼 풍부한 A가 ‘사랑해’라고 하면, 그것은 당신과 정서적인 교감을 나누자는 말이다. 성욕이 성게알처럼 흘러넘치는 B가 ‘사랑해’라고 하면, 그것은 당신과 격렬한 성교를 하고 싶다는 말이다. 반지를 손에 쥐고서 C가 애걸하듯이 말하는 ‘사랑해’는 당신과 결혼하고 싶다는 말이다. 생활고에 지친 D가 내뱉는 ‘사랑해’라는 말은 당신과 싸우고 싶지 않으니 제발 자신을 혼자 내버려두라는 말이다. 여기서 말하는 A, B, C, D는 별개 사람이 아니라 같은 사람이 생애 주기의 여러 국면에서 사랑의 의미를 달리하는 모습일 수도 있다. 상황이 이러할진대, 사랑이라는 단어가 극히 고매한 뜻을 담을 수도, 극히 저열한 뜻을 담을 수도 있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알라딘 eBook <공부란 무엇인가> (김영민 지음) 중에서 - P19

이처럼 일견 모호한 표현에 높은 사회적 합의가 담겨 있을 경우, 그것은 그 사회의 마음 상태에 대한 의미심장한 지표가 될 수 있다.

-알라딘 eBook <공부란 무엇인가> (김영민 지음) 중에서 - P22

철학자들은 일찍이 말한 바 있다, 명료함은 사람들을 화나게 한다고(Clarity makes people angry).

-알라딘 eBook <공부란 무엇인가> (김영민 지음) 중에서 - P22

"반짝임은 대머리의 부수 현상일지는 몰라도 대머리의 정의(definition)는 아니겠죠. 대학생이 되었는데, 아직 셰익스피어도 안 읽었나요? 반짝인다고 다 금은 아니다(All that glitters is not gold)라는 말도 있죠. 반짝인다고 다 대머리는 아닙니다."

-알라딘 eBook <공부란 무엇인가> (김영민 지음) 중에서 - P25

말이 재정의되는 일은 한 사회의 마음이 변화하고 있다는 표시이기도 합니다.

-알라딘 eBook <공부란 무엇인가> (김영민 지음) 중에서 - P28

어떤 것이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구성된 것임을 깨닫는다고 하여, 사회적 현실이 곧 변하지는 않지요. 변화란 쉽지 않습니다. 뿌리 깊은 인간의 열망에 호소할 수 있을 때만 변화가 가능하겠죠

-알라딘 eBook <공부란 무엇인가> (김영민 지음) 중에서 - P28

완벽한 직선이란 실제 세상에 존재하지 않듯이, 완벽하게 일관되고 통합된 삶이란 현실에 존재하지 않기 마련. 모순 혹은 긴장으로 가득한 자신의 존재를 그럭저럭 거두어 살아나가는 것이야말로 성인의 일이며, 자신의 모순이나 긴장을 빙자하여 남을 괴롭히지 않는 것이 시민의 덕성이다.

-알라딘 eBook <공부란 무엇인가> (김영민 지음) 중에서 - P31

이 세상 속에서 산다는 것은 이러한 모순, 긴장, 혹은 혼란 속에서 사는 것이다. 이 세상을 주제로 논술문을 쓴다는 것은 그러한 모순과 긴장과 혼란을 직시하되, 그에 대해 가능한 한, 모순 없는 문장을 사용하여 자신의 주장을 펼친다는 것이다.

-알라딘 eBook <공부란 무엇인가> (김영민 지음) 중에서 - P34

세상에 대한 경험적인 지식이 쌓일수록, 세상은 모순이나 긴장이나 혼란으로 점철되어 있다는 인식에 이르게 된다. 완벽하게 흠결이 없는 혁명가, 오직 탐욕으로만 이루어진 자본가, 오직 순박함으로만 이루어진 농민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현실은, 도덕적이고 싶었지만 결국 그러지 못했던 혁명가, 너무 게을러서 탐욕스러워지는 데 실패한 자본가, 섣불리 귀농했다가 야반도주하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세상을 자기 희망대로 단순화하지 않았을 때에야 비로소 그전까지는 보이지 않던 문제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알라딘 eBook <공부란 무엇인가> (김영민 지음) 중에서 - P35

이처럼 예술에서 모호함은 중요하다. 모호함이야말로 다양한 해석을 증폭시키며, 그 예술을 둘러싼 논의를 풍부하게 만든다. 예술의 모호성은 예술 향수자의 적극적 참여를 부추긴다. 관건은 그 모호함이 심미적인 차원을 가진 풍요로운 모호함이냐의 여부일 뿐이다.

-알라딘 eBook <공부란 무엇인가> (김영민 지음) 중에서 - P40

말이 구체적일수록 그 말의 청자(audience)는 제한되고, 말이 모호할수록 청자는 포괄적이 되는 법. 그래서 선거를 앞둔 정치인의 말은 모호하기 마련이다. 나중에 입장을 바꾸어야만 할 때가 왔을 경우, 구렁이 담 넘어가듯 상황을 무마해야 할 필요가 정치인에게는 종종 있다. 그러한 필요에 둔감했다가는 자칫 나중에 공약을 지키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정치인의 말은 한층 더 막연하고 모호해진다.

-알라딘 eBook <공부란 무엇인가> (김영민 지음) 중에서 - P41

권력을 쥔 정치인이나 예술가와는 달리, 논술문을 쓰는 사람은 자신의 견해를 최대한 명료한 표현을 통해 공적으로 설득하려고 해야 한다. 논술문에서 모호한 표현을 자제하는 훈련은 민주주의의 덕목 함양과 무관하지 않다.

-알라딘 eBook <공부란 무엇인가> (김영민 지음) 중에서 -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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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1918년 봄에 박사학위 필수과정을 모두 마치고 그해 6월에 학위를 받았다. 그보다 한 달 전, 장교 훈련학교를 거쳐 뉴욕시 바로 외곽의 훈련소에 배치된 고든 핀치에게서 편지가 왔다. 그가 여가 시간을 이용해서 컬럼비아 대학에 다니는 것을 허락받았다는 내용이었다. 그곳에서 그 역시 박사학위 필수과정을 그럭저럭 마치고, 여름에 그곳 사범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게 될 예정이라고 했다.
편지에는 또한 데이브 매스터스가 프랑스로 파견되었으며, 입대한 지 거의 1년 만에 미국의 첫 작전에 참가했다가 샤토 티에리에서 전사했다는 내용도 있었다.

-알라딘 eBook <스토너 (초판본)>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중에서 - P57

스토너가 박사학위를 받게 될 졸업식 일주일 전, 아처 슬론이 대학의 전임강사 자리를 제의했다. 슬론은 미주리 대학의 방침으로는 원래 졸업생을 고용하지 않게 되어 있지만 전쟁으로 인해 훈련과 경험을 갖춘 대학 강사가 부족해서 예외를 인정해 주도록 학교 당국을 설득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알라딘 eBook <스토너 (초판본)>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중에서 - P58

스토너는 그동안 다짜고짜 자신의 경력과 학위를 밝힌 이력서를 써서 여러 곳의 종합대학과 단과대학에 마지못해 보냈지만, 어느 곳에서도 연락이 오지 않자 묘하게 안도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 기분이 드는 이유를 반쯤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렸을 때 집에서 느꼈어야 마땅한 안정감과 온기를 컬럼비아의 미주리 대학에서 느꼈으며, 다른 곳에서도 그런 것을 느낄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는 것. 그는 감사한 마음으로 슬론의 제의를 받아들였다.


-알라딘 eBook <스토너 (초판본)>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중에서 - P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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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윌리엄 스토너 앞에 놓인 장래는 밝고 확실하고 변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는 자신의 장래를 수많은 사건과 변화와 가능성의 흐름이라기보다 탐험가인 자신의 발길을 기다리는 땅으로 보았다. 그에게 장래는 곧 웅장한 대학 도서관이었다. 언젠가 도서관에 새로운 건물들이 증축될 수도 있고, 새로운 책들이 들어올 수도 있고, 낡은 책들이 치워질 수도 있겠지만, 도서관의 진정한 본질은 근본적으로 불변이었다. 그는 몸을 바치기로 했지만 아직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이곳에서 자신의 장래를 보았다. 장래에 자신이 변화를 겪을 것이라는 생각은 들었으나, 장래 그 자체가 변화의 대상이라기보다는 변화의 도구라고 보았다.

-알라딘 eBook <스토너 (초판본)>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중에서 - P38

이 세 사람, 즉 스토너, 매스터스, 핀치는 금요일 오후에 컬럼비아 시내의 작은 술집에서 만나 커다란 잔으로 맥주를 마시며 밤늦도록 이야기하는 버릇이 생겼다. 스토너는 여기서 유일하게 사람들과 어울리는 기쁨을 느꼈지만, 자기들의 관계가 과연 무엇인지 의아할 때가 많았다. 그들은 사이좋게 잘 지내고 있었지만, 친한 친구는 아니었다. 서로 속내를 털어놓지도 않았고, 매주 술집에서 모일 때를 제외하면 거의 만나지도 않았다.

-알라딘 eBook <스토너 (초판본)>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중에서 - P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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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는 목청을 가다듬었다. 그는 그 대사를 읽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사랑의 가벼운 날개로 담을 뛰어넘었지요." 그는 평소의 목소리로 크게 소리 내어 읽었다. 하지만 바로 뒤 갑자기 그에게 변화가 일어났다. "한낱 돌로 된 경계가 사랑을 막을 순 없답니다." 대사를 읽어 나가며 몸을 곧게 펴자 그는 자신의 나이보다 여덟 살 어린 용감하고 쾌활한 청년의 모습이 되었다. "그리고 사랑에 빠진 사내라면 사랑을 얻기 위해 어떤 시도든 할 용기가 있지요. 그러니 당신의 식구도 나를 막지는 못해요."

-알라딘 eBook <몽키 하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커트 보니것 지음, 황윤영 옮김) 중에서 - P58

"아아!" 해리가 외쳤다. "그들의 칼 스무 자루보다 당신의 눈동자가 내게는 더 위험한 것을." 헬렌은 그를 무대 뒤의 출구 쪽으로 이끌었다. "제발 나를 다정하게 바라봐 줘요. 그러면 나는 그들의 증오쯤은 얼마든 견뎌 낼 수 있으니." 해리가 대사를 읽었다.
"당신이 이곳에 있는 것을 식구들에게 절대 들켜서는 안 돼요."라는 헬렌의 대사를 끝으로 우리는 아무런 소리도 들을 수 없었다. 그들 두 사람은 문밖으로 나가고 없었다.
그 두 사람은 종연 축하 파티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일주일 뒤에 그 두 사람은 결혼했다.
그들은 아주 행복해 보였다. 그들이 서로에게 읽어 주고 있는 희곡이 무엇이냐에 따라 때로는 다소 이상해 보이기도 했지만.

-알라딘 eBook <몽키 하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커트 보니것 지음, 황윤영 옮김) 중에서 - P58

나는 그녀에게 그녀와 해리가 최근에는 어떤 희곡을 읽고 있느냐고 물었다.
"지난주에는요," 그녀가 말했다. "저는 오셀로와 결혼했다가 파우스트에게 사랑도 받았다가 파리스에게 납치도 당했어요. 어때요? 이쯤이면 제가 우리 마을에서 가장 운 좋은 여자 같지 않아요?"
나는 그런 것 같다고 대답하며 우리 마을의 여자들도 대부분 그렇게 생각할 거라고 덧붙였다.
"그들에게도 기회는 있었죠." 그녀가 말했다.
"그들 대부분은 그런 흥분을 감당할 수 없었을 겁니다."라고 대꾸한 뒤 나는 내가 또 다른 연극의 연출을 맡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그녀와 해리가 그 연극에 출연해 줄 수 있는지 물었다. 그녀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이번에는 우리는 누구죠?"

-알라딘 eBook <몽키 하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커트 보니것 지음, 황윤영 옮김) 중에서 - P59

물론 그 장비가 필요한 세상의 모든 이들은 돈을 벌고 있으며, 아무렇게나 굴러다니는 그 장비가 많다는 것은 하늘만 안다. 그것은 과거만큼 많지는 않는데, 처음에는 어떤 사람들이 기운이 넘쳐 그것을 사방으로 던졌고 바람에 날려 사방으로 날아갔기 때문이다. 그리고 많은 수완가들이 그것을 무더기로 주워 모아서 어딘가에 숨겼다. 인정하기 싫지만 나 자신도 그것을 오십만 개 가까이 주워 모아서 어딘가에 넣어 놓았다. 나는 가끔 그것을 꺼내서 세어 보고는 했지만 그것은 벌써 여러 해 전의 일이었다. 지금 당장은 그것이 어디에 있는지 말하기가 아주 어렵다.

-알라딘 eBook <몽키 하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커트 보니것 지음, 황윤영 옮김) 중에서 - P410

나는 대부분의 남자들과 마찬가지로 내가 어떤 몸을 가지는가는 별로 관심이 없다. 그냥 강하고 보기 좋고 건강한 몸들만 입고되어 있으면 된다. 그러면 이번에 입는 몸이나 다음번에 입는 몸이나 다 좋다. 가끔 매지와 내가 함께 몸을 취득할 때면 옛정을 생각해서 나는 그녀에게 나를 위해 그녀가 입은 몸과 어울리는 몸을 하나 골라 달라고 한다. 그러면 재미있게도 그녀는 늘 키가 큰 금발 남자의 몸을 고른다.
내 아내가 3분의 1세기 동안 사랑했다고 주장하는 나의 늙은 몸은 검은색 머리카락에 키도 작고 배도 불뚝하게 나와 마지막 순간을 향해 가고 있었다. 나는 사람이다. 그래서 내가 늙은 내 원래 몸을 떠난 뒤 그들이 내 몸을 보관하는 대신 폐기할 때 내가 다치지 않을 수 없었다. 늙은 내 원래 몸은 제집처럼 편안하고 안락한 좋은 몸이었다. 내 몸은 조금도 빠르거나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믿을 만했다. 하지만 보관소에서 그런 종류의 몸을 찾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어쨌든 나는 절대 그런 몸은 요구하지 않는다.

-알라딘 eBook <몽키 하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커트 보니것 지음, 황윤영 옮김) 중에서 - P412

코그니즈와서는 수학자였고 그는 마음을 써서 자신의 모든 생계를 꾸렸다. 그가 그 훌륭한 마음과 함께 힘겹게 끌고 다녀야 하는 몸은 그에게는 고철 무개화차만큼이나 쓸모없는 것이었다.

-알라딘 eBook <몽키 하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커트 보니것 지음, 황윤영 옮김) 중에서 - P414

"마음은 인간이 지닌 것 가운데 조금이라도 가치가 있는 유일한 것이야. 왜 마음이 피부와 혈액, 머리카락, 살덩이와 뼈, 혈관이 들어간 자루에 묶여야 하지? 사람들이 늘 음식으로 속을 꽉꽉 채워 줘야 하고 날씨와 세균으로부터 보호해 줘야 하는 기생충 같은 몸에 평생 갇힌 채 어떤 일도 이루어 내지 못하는 것이 조금도 놀랍지 않아. 그리고 아무튼 그 바보 같은 몸은 닳아서 못쓰게 되어 버리기까지 하잖아. 아무리 채워 주고 보호해 줘도 말이야!"

-알라딘 eBook <몽키 하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커트 보니것 지음, 황윤영 옮김) 중에서 - P415

"생물이 정말로 살기 좋은 곳인 바다에서 나올 정도로 진화할 수 있었다면, 생물은 이제 거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생각을 멈추는 순간 완전히 골칫거리로 전락하는 몸에서 나올 수 있어야만 한다."

-알라딘 eBook <몽키 하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커트 보니것 지음, 황윤영 옮김) 중에서 - P415

글을 쓰기 위해 자신의 몸을 벽장에서 꺼내 입었을 때, 그는 사람이 자신의 몸에서 나오는 법에 대한 책을 썼고, 그 책은 스물세 곳의 출판사에서 어떤 논평도 없이 거절당했다. 스물네 번째 출판사는 그 책을 2백만 부 팔았으며, 그 책은 불이나 숫자, 알파벳, 농업, 차의 발명 이상으로 인간의 삶을 바꿨다.

-알라딘 eBook <몽키 하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커트 보니것 지음, 황윤영 옮김) 중에서 - P417

2년 정도 코그니즈와서의 책에 적힌 지시를 따라 하자, 거의 누구든 자신이 원할 때면 언제나 자신의 몸에서 나올 수 있게 되었다. 첫 단계는 몸이 대부분의 시간 동안 기생 동물과 독재자처럼 군다는 사실을 이해한 다음, 몸이 원하는 것과 원하지 않는 것을 자신이-즉, 자신의 마음이- 원하는 것과 원하지 않는 것과 분리하는 것이었다. 그런 뒤 자신이 원하는 것에 집중하고, 그저 단순한 몸의 기능을 유지하는 것 말고는 몸이 원하는 것은 최대한 무시함으로써, 자신의 마음이 마음의 권리를 요구하고 자립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었다.

-알라딘 eBook <몽키 하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커트 보니것 지음, 황윤영 옮김) 중에서 - P417

처음에 매지의 마음과 나의 마음은 우리 몸 밖에서 살아가는 데 서툴렀다. 그때 우리 부부는 꼭 수백만 년 전에 육지로 처음 올라오게 되어 진흙에서 어기적거리고 꿈틀거리면서 숨을 헐떡거리는 것밖에 못 했던 바다 동물 같았다. 하지만 마음이 당연히 몸보다 훨씬 더 빨리 적응할 수 있기 마련이므로 우리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것에 점점 더 익숙해졌다.

-알라딘 eBook <몽키 하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커트 보니것 지음, 황윤영 옮김) 중에서 - P418

내가 그 몸에서 나오는 순간 그에 대한 분노는 멈췄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나는 이해했다. 성인을 제외하고는 어느 누구도 한 몸에서 한 번에 몇 분 이상 동안 정말로 공감하거나 이해력을 지닐 수 없었다. 또한 찰나의 순간을 제외하고는 행복할 수도 없었다. 몸 밖에 있는 한은 쾌활하고 흥미로우며 잘해 나가는 것이 쉽지 않은 양서인을 나는 아직 만나지 못했다. 그리고 나는 아직 어떤 몸에 들어갔을 때 살짝 언짢아지지 않는 양서인도 만나지 못했다.

-알라딘 eBook <몽키 하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커트 보니것 지음, 황윤영 옮김) 중에서 - P420

"저는 몸들이 늘 싸움을 하면서도 어느 누구도 싸우는 이유도 싸움을 멈추는 방법도 모르던 때를 기억합니다." 나는 정중하게 말했다. "모든 사람들이 유일하게 믿는 것 같았던 것은 그들이 싸우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알라딘 eBook <몽키 하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커트 보니것 지음, 황윤영 옮김) 중에서 - P426

그래서 나는 아마도 다음 단계로 진화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진흙에서 기어서 빠져나와 햇빛 속으로 들어간 다음 결코 다시는 바다로 돌아가지 않았던 첫 번째 양서인들처럼 몸과 깨끗이 단절하는 단계로의 진화가.

-알라딘 eBook <몽키 하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커트 보니것 지음, 황윤영 옮김) 중에서 - P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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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벌레
이언 매큐언 지음, 민승남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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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의 변신에 대한 매큐언식 오마주는 왠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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