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렌까, 문학이란 정말 좋은 것이더군요. 정말 굉장해요. 저는 그것을 그저께 그들 모임에 참여하면서 깨달았습니다. 문학이란 정말 심오합니다! 사람의 마음을 강하게 만들기도 하고 교훈을 주기도 하고, 그리고 또 저기…… 아무튼 문학 속에는 그런 다양한 이야기가 씌어 있어요. 정말 훌륭합니다! 문학은 그림입니다. 그러니까 어떤 의미에선 그림 같고 또 거울 같기도 합니다. 욕망에 대한 표현, 신랄한 비평, 가르침을 주는 교훈들, 방대한 자료가 그 안에 들어 있어요. 이건 모두 모임에서 주워들은 말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려서, 그들 사이에 끼여 작품을 듣고 있노라면 말이죠(그들과 마찬가지로 저도 입에 파이프를 뭅니다), 거기 모인 사람들이 어찌나 언성을 높이며 다양한 소재에 대해서 따지고 드는지 저는 저도 모르게 제가 얼마나 못난 사람인지 인정하게 되고 맙니다. 그런 면에서는 당신이나 저나 인정할 것은 깨끗이 인정해야 하겠죠. 저는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바보같이 앉아 있을 뿐입니다. 제가 너무 창피스럽습니다. 공동의 화제에 한마디라도 끼여 보려고 저녁 내내 할 말을 궁리하지만, 말 한마디 찾기가 어쩌면 그렇게도 어려운지요! 바렌까, 그러다 문득 저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제 스스로가 불쌍해집니다. 속담에도 있듯이 몸만 자랐지 지혜는 얻지 못한 거예요.

가난한 사람들 |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예프스키, 석영중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707 - P163

어쩌면 당신은 낯선 사람들이라는 게 뭔지 아직 모르는가 보군요, 그래요? 그러지 말고 저한테 한번 물어보십시오. 낯선 사람이 뭔지 제가 말씀드리지요. 낯선 사람의 빵을 먹어 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전 그것을 압니다,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바렌까, 낯선 사람은 사악합니다. 흉측하다고요. 너무나 사악해서 당신의 연약한 심장은 배겨 내지도 못할 겁니다. 질책과 비난과 섬뜩한 눈초리로 당신의 가슴을 갈기갈기 찢어 놓고 말 겁니다.

가난한 사람들 |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예프스키, 석영중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707 - P19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저는 아직 출근할 준비도 안 했는데, 당신은 이른 봄 한 마리 작은 새가 비상하듯 집에서 나오셔서 환한 모습으로 뜰을 가로질러 가시더군요. 그런 당신을 보는 저는 또 얼마나 신이 났었다고요!

가난한 사람들 |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예프스키, 석영중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707 - P14

4월 8일

더없이 소중한 나의 바르바라 알렉세예브나!

어제 저는 행복했습니다. 너무 행복했습니다.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 |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예프스키, 석영중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707 - P8

오늘 아침엔 저도 기분좋게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정말 너무 기분이 좋았어요. 표도라는 이미 오래전부터 일을 하고 있었는데 오늘 제게도 일감을 가져다 주었거든요.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비단을 사러 나갔던 거예요. 돌아와선 곧 일을 시작했어요. 아침 내내 제 마음이 얼마나 홀가분하고 신이 났었다고요! 하지만 지금은 다시 어두운 상념들뿐이고 제 가슴은 온통 슬픔에 잠겨 있어요.

아아, 앞으로 저는 어떻게 될까요, 제 운명은 대체 어떻게 전개될까요? 불확실한 내일과 보장 없는 미래, 그리고 앞으로 제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짐작도 할 수 없는 현실만 생각하면 전 괴롭기만 합니다. 과거는 돌이켜 보는 것조차 무서워요. 잠깐만 회상을 해도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으니까요. 저를 파멸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사악한 사람들 때문에 저는 앞으로도 수많은 세월을 울고 울고 또 울어야겠지요.

가난한 사람들 |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예프스키, 석영중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707 - P27

바렌까, 저는 늙고 많이 배우지도 못한 사람입니다. 젊었을 때도 못 배웠고, 이제 다시 뭘 배운다 해도 머릿속에 들어올 것 같지도 않습니다. 나의 소중한 사람, 솔직히 말해서 저는 글을 잘 못 씁니다. 뭔가 재미있는 것을 써보려 하면 결국엔 실없는 소리나 잔뜩 늘어놓게 되고 말죠.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 |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예프스키, 석영중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707 - P38

4월 12일

친애하는 바르바라 알렉세예브나!

아아, 나의 소중한 사람,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당신은 항상 저를 놀라게 하는군요. 편지를 쓸 때마다 그렇게도 몸조심하라고, 옷 좀 든든하게 입으라고, 날씨가 안 좋을 땐 밖에 나가지 말라고, 만사 조심 또 조심하라고 그렇게 일렀는데, 나의 천사님, 당신은 정말 제 말을 너무 안 듣는군요. 아아, 내 가엾은 사람. 당신은 정말 어린애 같습니다. 당신은 몸이 너무 약해요. 지푸라기처럼 약한 사람이라는 것을 저도 잘 알고 있어요. 바람이라도 좀 불면 금세 앓아 눕잖아요. 그러니까 늘 스스로 관리하고 조심하고 위험한 일은 피해야 합니다. 당신의 친구들을 슬프고 우울하게 만들면 안 되잖아요.

가난한 사람들 |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예프스키, 석영중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707 - P42

아주 가난한 가족이 저희 하숙집에서 방을 하나 빌려 살고 있는데 그 방은 다른 방들과 나란히 붙어 있는 것이 아니라, 아주 다른 쪽, 하숙집 한구석에 따로 떨어져 있습니다. 참으로 조용한 사람들입니다. 그 사람들 사는 데선 정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으니까요. 온 식구가 방 하나에서 칸막이를 치고 살고 있습니다. 그 집 남자는 관청 관리인데, 한 7년 전쯤 무슨 이유에선가 직장에서 쫓겨났답니다. 고르쉬꼬프라는 성을 가진 그 사람은 머리가 허옇게 셌고 키도 작습니다. 언제나 기름때가 번지르르한 다 해진 옷만 입고 다녀서 쳐다보기도 민망스러울 정돕니다. 저보다 훨씬 못한 사람도 있더군요!

가난한 사람들 |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예프스키, 석영중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707 - P48

당신께 포도를 조금 보냅니다. 회복기에 있는 사람에겐 이게 좋다고들 하더군요. 의사도 갈증 해소에는 포도 이상 좋은 게 없대요. 얼마 전엔 장미꽃이 갖고 싶다고 하셨죠. 그것도 함께 보냅니다. 내 소중한 사람, 식욕은 좀 어때요? 정말로 중요한 것은 바로 그거라고요. 그건 그렇고 다행히 이제 나쁜 일은 다 지나갔습니다. 끝났다고요. 우리의 불행의 막이 내려가고 있습니다. 하느님께 감사합시다.

가난한 사람들 |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예프스키, 석영중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707 - P55

어머니와 나는 집도 절도 없는 알거지 신세가 되었다. 어머니의 병은 사람을 쉽게 피로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우리는 스스로 벌어먹을 능력도 없었고, 살아 나갈 아무런 기반도 없었다.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건 죽음뿐이었다. 내 나이 열네 살 되던 해의 일이다.

가난한 사람들 |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예프스키, 석영중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707 - P72

처음 나는 잠이 들지 않기 위해서 책을 읽었고, 시간이 좀 지나자 진지하게, 그리고 나중엔 책 속으로 몰입하게 되었다. 그때까지 알지 못했던 낯설고 새로운 것들이 갑자기 한꺼번에 내 눈앞에 펼쳐졌던 것이다. 새로운 사상과 새로운 느낌들이 거센 물결처럼 한꺼번에 가슴속으로 밀려 들어왔다. 그런 흥분이 거세어질수록, 새로운 느낌을 받아들이는 것이 당황스럽고 벅찰수록, 나는 점점 더 깊이 그 낯선 느낌에 빠져 들었고, 그 느낌은 점점 더 달콤하게 내 영혼을 뒤흔들어 놓았다. 새로운 느낌들은 한꺼번에 내 가슴속에 들어와 북적거렸고 잠시도 쉴 틈을 주지 않았다. 기이한 혼돈 상태가 나의 존재를 뒤흔들었다. 하지만 그런 정신적인 충격도 나라는 사람을 완전히 뒤바꿀 만큼 혼란을 야기하지는 못했다. 나는 공상 속에 사는 사람이었고, 그것이 나를 지켜 주었던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 |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예프스키, 석영중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707 - P112

마침내 나는 그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게 되었다. 그는 커튼을 젖히고 창문을 열어 달라고 한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그는 신이 주는 빛, 태양을 보고 싶었던 것이다. 나는 커튼을 젖혔다. 하지만 그때 막 시작하는 하루는 죽어 가는 환자의 가엾은 삶처럼 슬프고 음울했다. 해도 보이지 않았다. 하늘은 구름과 안개 장막으로 갇혀 있었다. 그날은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잔뜩 찌푸린 음산한 날이었다. 가랑비가 창문에 부딪혀서 차갑고 더러운 물줄기가 되어 흘러내렸다. 밖은 흐릿하고 어두웠다. 방 안으로 희미한 빛이 겨우겨우 비집고 들어왔지만, 그것은 성상 앞에 켜놓은 흔들거리는 램프 불빛보다 그리 나을 것이 없었다. 죽어 가는 환자는 나를 슬프디슬픈 눈으로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그는 숨을 거두었다.

가난한 사람들 |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예프스키, 석영중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707 - P13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중에야 알게 되었지만, 다자키 쓰쿠루가 심각하게 죽음을 갈구하는 일을 그만둔 것은 바로 그 시점이었다. 그는 전신 거울에 비친 자신의 벗은 몸을 응시하고, 거기에 자신 아닌 자신이 비친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했다. 그날 밤, 꿈속에서 질투의 감정(으로 보이는 것)을 태어나서 처음으로 체험했다. 그리고 날이 밝았을 때는 죽음의 허무와 한 치 앞에서 마주하던 다섯 달에 걸친 암흑의 나날을 이미 뒤로했다.

-알라딘 eBook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중에서 - P57

아마도 그때 꿈이라는 형태로 그의 내부를 통과하던 그 타는 듯한 삶의 감각이 그 순간까지 그를 집요하게 지배하던 죽음에 대한 동경을 죽여 없애고 지워 버린 것이 아닐까. 세찬 서풍이 두꺼운 구름을 날려 버리듯이. 쓰쿠루는 그렇게 추측했다.

-알라딘 eBook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중에서 - P58

그리고 남은 것은 체념을 닮은 조용한 사색뿐이었다. 그것은 색채가 없는 잔잔한 바다처럼 중립적인 감정이었다. 그는 텅 비어 버린 오래되고 큰 집에 혼자 동그마니 앉아 오래되고 거대한 괘종시계가 시간을 새기는 울적한 소리에 가만히 귀를 기울였다. 입을 다물고 눈길 한번 떼지 않고 시곗바늘의 움직임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얇은 막 같은 것으로 감정을 몇 겹이나 감싸고 마음을 텅 비워 낸 채 한 시간마다 착실하게 늙어 갔다.

-알라딘 eBook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중에서 - P58

새롭게 얻은 자신의 모습이 쓰쿠루의 마음에 쏙 드는 것은 아니었다. 마음에 들지도 싫지도 않았다. 이것 또한 어차피 하나의 방편이고 급한 대로 만들어 본 가면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거기 나타난 얼굴이 지금까지 보아 온 자기 얼굴이 아니라는 사실은 아무튼 고마웠다.

-알라딘 eBook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중에서 - P60

어쨌든 다자키 쓰쿠루라는 이름을 가진 예전의 소년은 죽었다. 그는 황량한 어둠 속에 잠겨 들듯 숨을 거두었고 숲 속의 작은 공터에 묻혔다. 사람들이 아직 깊은 잠에 빠진 새벽 시간에 아주 은밀하게. 묘비도 없이. 그리고 지금 여기 서서 숨 쉬는 인간은 내용물이 크게 바뀌어 버린 새로운 ‘다자키 쓰쿠루’이다. 그러나 그걸 아는 사람은 그 자신 말고는 아무도 없다. 그리고 그는 그 사실을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을 생각이었다.

-알라딘 eBook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중에서 - P60

가능한 한 남는 시간이 생기지 않게 하려고 애썼다. 밤에는 두 시간 정도 책을 읽었다. 대부분 역사서 아니면 전기였다. 그런 습관은 옛날과 변함이 없었다. 습관이 그의 생활을 앞으로 이끌었다. 그러나 그는 이제 완벽한 공동체를 믿지 않고 케미스트리의 온기를 몸으로 느끼지도 않았다.
그는 매일 욕실 거울 앞에 서서 잠시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새로운(달라진) 자신의 존재를 조금씩 마음에 새겨 갔다. 새로운 언어를 습득하고 그 문법을 암기하듯이.

-알라딘 eBook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중에서 - P61

"쓰쿠루 선배는 뭔가를 만드는 게 좋은 거로군요. 이름대로."1)

-알라딘 eBook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중에서 - P63

그의 이름은 하이다였다. 하이다 후미아키(灰田文紹). 그 이름을 들었을 때 ‘여기에도 색이 있는 인간이 있다.’라고 쓰쿠루는 생각했다. 미스터 그레이. 회색은 물론 눈에 잘 안 띄는 색깔이기는 하지만.

-알라딘 eBook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중에서 - P65

하이다는 선이 가늘고 잘생긴 청년이었다. 고대 그리스조각처럼 얼굴이 작고 날렵했다. 반듯하게 정돈된 얼굴은 고전적이면서 지적으로 겸허한 인상을 풍겼다. 몇 번을 만나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 그 단아한 아름다움이 자연스럽게 부각되었다. 화려하게 사람의 눈길을 끄는 타입의 미소년은 아니었다.

-알라딘 eBook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중에서 - P66

아무튼 그렇게 하여 그는 ‘다자키 쓰쿠루’라는 하나의 인격이 되었다. 그 이전의 그는 무이며 이름이 없는 미명의 혼돈에 지나지 않았다. 어둠 속에서 겨우 숨을 몰아쉬며 울음을 터뜨리는 3킬로그램이 안 되는 분홍색 살덩어리였다. 먼저 이름이 주어졌다. 그다음에 의식과 기억이 생기고 이어서 자아가 형성되었다. 이름이 모든 것의 출발점이었다.

-알라딘 eBook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중에서 - P71

"프란츠 리스트의 「르 말 뒤 페이」예요. 「순례의 해」라는 소곡집의 제1년, 스위스에 들어 있죠."
"르 말 뒤……?"
"Le Mal du Pays. 프랑스어예요. 일반적으로는 향수나 멜랑콜리라는 의미로 사용되지만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전원 풍경이 사람의 마음에 불러일으키는 영문 모를 슬픔’. 정확히 번역하기가 어려운 말이에요."
"내가 아는 여자애가 자주 그 곡을 쳤거든. 고등학교 때 같은 반 친구였는데."

-알라딘 eBook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중에서 - P74

"라자르 베르만(Lazar Berman). 러시아의 피아니스트인데 섬세한 심상 풍경을 그리듯이 리스트를 치지요. 리스트의 피아노 곡은 일반적으로 기교적이고 표층적이라는 평을 받아요. 물론 개중에는 기교 위주의 작품도 있지만 전체를 주의 깊게 들어 보면 내면에 독특한 깊이가 깔려 있다는 걸 알게 되죠. 그러나 그런 것들은 대부분 장식 속에 교묘하게 감추어져 있어요. 특히 이 「순례의 해」라는 소곡집이 그래요. 현존하는 피아니스트 가운데에서 리스트를 올바르고 아름답게 표현해 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아요.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비교적 요즘 사람 가운데에는 베르만이 뛰어나고, 예전 사람 가운데서는 클라우디오 아라우(Claudio Arrau) 정도가 아닐까 해요."

-알라딘 eBook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중에서 - P75

연주를 부탁하면 그녀는 곧잘 그 곡을 쳤다. 「르 말 뒤 페이」. 전원 풍경이 마음에 불러일으키는 영문 모를 슬픔. 향수 또는 멜랑콜리.

-알라딘 eBook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중에서 - P76

"요리사는 웨이터를 증오하고, 그 둘은 손님을 증오한다. 아널드 웨스커(Arnold Wesker)의 『부엌』이라는 희곡에 나오는 말이에요. 자유를 빼앗긴 인간은 반드시 누군가를 증오하게 되죠.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나는 그런 삶은 살기 싫어요."

-알라딘 eBook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중에서 - P78

"자유롭게 생각한다는 건 다시 말해 자기 육체를 벗어난다는 말과도 같아요. 자기 육체라는 한정된 우리를 벗어나, 사슬을 벗어던지고, 순수하게 논리를 비약시키는 거예요. 논리에 자연스러운 생명을 주는 거죠. 그것이 사고에서 자유의 핵심입니다."

-알라딘 eBook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중에서 - P78

"무슨 일이건 반드시 틀이란 게 있어요. 사고 역시 마찬가지죠. 틀이란 걸 일일이 두려워해서도 안 되지만, 틀을 깨부수는 것을 두려워해서도 안 돼요. 사람이 자유롭기 위해서는 그게 무엇보다 중요해요. 틀에 대한 경의와 증오.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늘 이중적이죠.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이 정도예요."

-알라딘 eBook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중에서 - P80

이름은 미도리카와(綠川). 숙박계에 이름과 도쿄 고가네이 시의 주소를 적었다. 꼼꼼한 성격인 듯, 계산은 매일 점심 전에 전날 몫을 현금으로 지불했다.
(미도리카와? 여기도 색이 있는 인간이 있다. 녹색. 그러나 쓰쿠루는 입을 다문 채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알라딘 eBook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중에서 - P88

"자신이 네 친구들에게 왜 그렇게나 심하게 거부당했는지, 당해야만 했는지, 그 이유를 이제는 자기 손으로 밝혀도 좋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 들어."

-알라딘 eBook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중에서 - P119

그사이 줄곧 그의 뇌리에는 간결한 하나의 멜로디가 반복해서 흘렀다. 그것이 리스트의 「르 말 뒤 페이」의 주제라는 것을 알아차린 것은 나중의 일이었다. 순례의 해, 제1년, 스위스. 전원 풍경이 사람 마음에 불러일으키는 우울.
그런 다음 거의 폭력적인 잠이 그를 휘감았다.

-알라딘 eBook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중에서 - P138

그러나 쓰쿠루는 더는 그 문제를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아무리 깊이 생각해도 해답이 나올 것 같지 않았다. 그는 그 의문을 ‘미결’ 표시가 붙은 서랍 하나에 넣고 훗날 검증해 보기로 했다. 그의 내면에는 그런 서랍이 몇 개 있었고 많은 의문들이 거기에 내버려졌다.

-알라딘 eBook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중에서 - P14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큰일

조그만 너의 얼굴
너의 모습이
점점 자라서
지구만큼 커질 때 있다

가느다란 너의 웃음
너의 목소리가
점점 커져서
지구를 가득 채울 때 있다.

이거야말로 큰일,
사랑이 찾아온 것이다. - P1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너에게 감사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단연코 약자라는 비밀

어제도 지고
오늘도 지고
내일도 지는 일방적인 줄다리기

지고서도 오히려
기분이 나쁘지 않고
홀가분하기까지 한 게임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더 많이 지는 사람이
끝내는 승자라는 비밀

그걸 깨닫게 해준 너에게
감사한다. - P1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