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올레트, 묘지지기
발레리 페랭 지음, 장소미 옮김 / 엘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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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묘지는 굉장히 아름답다. 오솔길엔 수백 년 된 보리수들이 줄지어 있고, 대부분의 무덤들엔 꽃이 만발해 있다.”

 

계획한 건 아니지만, 가장 긴 병렬 독서로 재독한 작품이 되었다. 기록을 보니 6월 1일에 시작했다는데, 여름의 시작이 이 작품을 다시 펼칠 어떤 계기가 되었는지 지금은 잘 기억이 안 난다. 중요한 것도 아니고. 다만 두툼한 분량의 소설을 늘 더 선호하는지라, 여름에 관한 오랜 두려움을 잊고 몰입할 서늘한 묘지공원에 끌렸을 것이다.

 

첫 일독에서 남은 후감은 쉽게 읽히는 꽤 단순한 구성이네... 였는데, 재독은 전혀 다른 태도를 갖게 하였다. 일단 매 장이 누군가의 묘비명으로 시작하는 점이, 자꾸 멈춤 버튼을 누른 듯 생각에 빠지게 했다. 한 계절을 다 보내면서 - 다른 책들을 먼저 완독하면서 - 문득 문득 다른 묘비명을 둘러보듯 읽게 만들었나보다.

 

“내가 믿는 유일한 유령은 추억이다. 실제든 상상이든, 내게 영혼, 유령, 귀신 이 모든 초자연적인 것들은 살아 있는 이들의 정신에 존재하는 것일 뿐이다.”

 

여름은 조부모님과 선친이 모두 떠난 계절이다. 폭염에 시달리다가도 자꾸 한기가 스며든다. 열기가 아무 데서나 고이는 눈물로 빠져나가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이 책이 보행 보조기처럼 든든하게 여름을 버티게 도와주었다. 차마 상상도 어려운 상실을 마주하고 처음보다 더 비통해지기 전까지는.

 

“내가 진실을 밝혀내지 않는 한, 내 아이를 태운 불이 언제까지나 그 아이를 태우리라고 느꼈다.”

 

결말을 잊은 듯 조마조마했다. 사고로 자식 읽은 이들... 이란 사건처럼 참혹한 묘사가 어디 있을까. 현실에서 많은 분들이 감내해야했던 시간들에 아직도 모욕과 왜곡이 더해지니, 슬픔에 분노가 더해 고통스러웠다. 나보다 작품 화자가 더 먼저 기운을 차리고 조금씩 더... 사는 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흙먼지 같은 시간의 흐름을 따르는 살아 있는 존재들의 모든 변화 속에서 떠난 자식을 느끼고, 생겨났다 사라지는 존재의 필연성도 기적이라 느끼는 힘. 그렇게 축적되고 지속되는 살아갈 힘. 누구에게도 마침내 조종당하지 않고 스스로 삶을 선택할 힘. 살아 있는 동안에 뭐가 되었든 나눌 수 있는 것들을 나누는 지혜.

 

“지금 당장 당신과 함께 살고 싶을 뿐이에요. 아직 함께 하늘을 볼 수 있을 때…… 설령 오늘처럼 비가 쏟아지더라도.”

 

정말로... 살아서 다행이다. 덕분에 다른 누군가도 더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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