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우습게 봤겠지만
베라 쿠리안 지음, 강동혁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뇌가 두부처럼 익을 것 같아 두려운 매년 여름... 서늘한 이야기가 필요하다. 읽지 않은 스릴러... 표지만 봐도 설렌다.



 

사람들이 심리학을 사랑하는 건 자기애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이코패스로서 나는 유달리 자기애가 강했다.”

 

사이코패스 진단 받은 인물들이 등장하는 스릴러인데, 재밌고 사랑스럽다. 누구보다 더 애써서 정상으로 보이고 살아가고자 애쓰는 인물이 애처로울 정도이고, 사이코패스 진단이 무색하게 철저히 약자와 피해자로 살아온 인물이 또 잘못될까 마지막까지 걱정하며 읽었다.

 

전형적인 악인으로 가해자로 사이코패스 진단자를 소비하는 않는다는 것이 반가운 문학이다. 비난할 대상을 하나 만들어 세상만사를 그 탓으로 돌리는 게으른 악의를 현실에서도 지겹도록 무수히 목격하고 산다. ‘인간이란 대채 무엇이며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는 역시 문학을 만나는 체험 시간이다.

 

복수란 차갑게 냈을 때 가장 맛있는 요리라는 건 알고 있다. (...) 복수가 완벽하기를 바랐다. 기다려야 한다.”

 

유행이니 트렌드니 가볍고 경쾌한 이름으로 불리지만, 마치 다수가 정답을 제시하고 그 시류나 무리를 따르지 않으며 곧 조롱과 차별의 대상으로 삼는 일은 폭력이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일이다. 신뢰성이 없는 테스트를 근거로, 'T' 성향을 욕설과 멸칭으로 소비하는 유행도 바로 얼마 전 일이다.

 

끝없이 닥치는 크고 작은 문제들 앞에서, 현실 수습을 위한 합리적 판단과 냉정하고 담담한 태도, 동요하지 않기,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먼저 하기, 그리고 내 감정/감수성은 혼자 감당하기와 같은 성격적 특성은 나도 좋아하고 편안해하는 것들이라서, 소위 공감보다 냉랭한 판단이 자연스러운 작품 속 인물들을 응원하고픈 기분이다.

 

해가 뜨는 대로 내가 늘 해왔던 일을 할 작정이었다 - 적응하고, 재정비하고, 다음 수를 두는 것.”

 

인간은 모두 제각각이고 그래서 누구도 함부로 배제시키면 안 된다. 현실은 그랬던 적이 없고, 지성과 성찰보다는 선동과 악의에 늘 격렬한 반응을 보이지만, 적어도 이렇게 멋진 작품 속에서, 부당한 이미지와 편견을 오랜 연구로 차분히 반박하려는 어른들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이제껏 인류가 만들어낸 시스템이 완벽과는 거리가 너무 멀어서, 가치를 실현하거나 지켜내는 데에도 부족해서, 온갖 형태의 사적 정의 구현이 더 많이 표현되고 유통되는 듯하다. 원칙을 거론하는 것 외에는 딱히 논리적으로도 결과적으로도 반박할 수 없어서 서글프고 두렵다.

 

다만, 자신의 단점들을 잘 알고 있는 주인공이 혹시 후속편에 다시 등장해서, 한층 더 많은 고민을 거친 상상력 -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능력 - 으로 새로운 함께 살기의 방식을 보여주지 않을까 기대한다. 재밌고 안타깝고 유익한(?) 소설, 강추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