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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질 소행성 - 제12회 한낙원과학소설상 작품집 ㅣ 사계절 1318 문고 153
오영민 외 지음 / 사계절 / 2026년 4월
평점 :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미래가, 먼 미래가, 미래가, 근 미래가, 초근 미래가, 현재와 뒤섞이더니... 현재와 구분이 사라지고 현재진행형 속도로 새로운 ‘것’들이 쏟아졌다. 그래서... SF 작품들을 이전보다 덜 읽다가 오랜만에 낯가림하며 펼쳐본다.
“우린 정해진 임무를 따르는 게 아니라 우리만의 속도로 새로운 행성을 찾는 여행을 꿈꾸기 시작했다. (...) 우린 지구로 가지 않을 것이다.”
SF 문학의 정서가 달라졌다(고 느낀다). 이전에도 그런 작품들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이 작품집을 다 읽고 나니, 전반적인 분위기의 차이가 확연하다. 시뮬라시옹 -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짜들이 만연 - 은 흉내내기를 학습과 집단 생활의 기본기로 장착한 생물의 생존기술일 수도 있지만, ‘원본’이라는 것이 인간 내에도 인간과 인간을 닮은 존재들 사이에도 ‘정말’ 존재하는지 실은 모르겠다.
이제 인간은 조연으로 밀려난 듯하다. 인간을 닮은 - 인간의 장점이라 할만한 것들을 여전히 지닌 - 안드로이드가 주연인 듯하다. 그 역시 피사체를 통해 인간을 이해해보려는 노력이라고 여전히 말할 수 있을까. 요즘 인간인 나는, 인간도 인간다움도 무엇이었고 무엇이며 무엇이 될지 더 헷갈리고 더 모르겠다.
“지구의 대기 오염이 심각하기 때문에 실제 자연과의 접촉은 ‘생체 오염’이라고 배웠다.”
지구의 환경은 인간에게 덜 적합하게 더 위험하게 변할 것이다. 다 같이 노력하는 이상적인 상황에서도 그 변화는 불가역인데, 아직도 전쟁 중이고 앞으로도 수많은 잘못된 선택들이 이어질 것이다. 그래도 나는 절망하지 않을 것이지만, 그건 포기하고서는 살 수 없어서 일 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그런 환경이 될수록 인간이 적응을 위한 진화를 가속할 방법이 없는 한, 어딘가 갇혀 안전을 도모하며, 인공지능 안드로이드의 활동에 더 의존하게 될 것이다. 그전에 전쟁으로 공멸하거나 영화 터미네이터 같은 비극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그렇다. 혹은, 나는 상상하지 못하는 환경과 생물의 극적 변화로 삶의 ‘경계’가 바뀌고 새로운 생존 방식을 발견할 지도 모르겠다. 또는 다른 능력, 초능력이 생기거나.
“그라운드 제로. 폭탄이 터진 곳이라는 뜻이었다. 피해가 너무 커서 아무엇도 남지 않고 불타 버린 곳.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사람들이 빈 땅에 싹을 틔우며 의미가 바뀌었다. 새로운 시작이라는 뜻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