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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업(生業) - 그 징하고도 찡한 노동의 표정들
은유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5월
평점 :
먹는 일만으로 살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생 인류의 사회적 생존에는 요구 조건이 더 많다. 그 충족 중에 고되지 않은 게 없어서 사는 게 힘이 많이 든다. 어떤 가치와 의미를 중하게 여기고 사는 지는 각자의 몫이기도 하겠지만, 나는 모든 ‘필수’ 노동이 눈물겹고 아름답다. 서로의 긴급하고 간절한 필요를 나누는.
그런 일을 하는 것 같지가 않아서, 코로나 시절에도 재택근무 전환에 문제가 없어서, 해가 갈수록 자격지심이 커진다. 평생 빚만 지고 사는 기분이다. 복잡다단한 기분으로 천천히... 그래도 재밌게 읽게 될 듯하다.
“개인의 생애도 나라의 정치도 열정과 탈진을 반복하며 굴러간다.”
뭐라도 써서 기록을 남기고 싶고, 조금이라도 더 널리고 싶은데, 모든 인터뷰가 다 중요하고 소중해서 뭐라고 써야할지를 모르겠다. 그저 밑줄만 더 긋고 필사만 하다가 여러 날이 지났다.
그래도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하는 많은 분들이, 결국에는 이 좋은 이야기들을 꼭 만나주실 것이다. 함께 생각하고 같이 살아가자는, 그렇게 세상을 바꿔가자는 그런 이야기들이니까.
“이 땅에서 생태 재앙을 민감하게 느끼는 종족은 여성들과 농민들이다. 그들이 내란 광장에서 동료 시민으로 운명처럼 조우했다. 청년 여성들이 농촌을 재생시키는 희망의 씨앗이 될 수 있을까?”
어릴 적에는 무게와 감사를 절감하지 못했지만, 살아갈수록 나를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다른 많은 이들의 노동에 감읍하게 된다. 내가 환원하는 것들이 별로 없어서 날이 갈수록 더 그렇다. 적어도 진심 어리게 감사하며 계속 살아갈 수는 있을 것이다.
“지난 5년간 쿠팡에서는 그의 아들을 포함해 20여명이 숨졌다. ‘로켓 배송’의 연료가 된 것이다. 그가 싸움을 말하기를 멈출 수 없는 이유다.”
자극도 정보도 일상의 고단함도 많은 사회라서, 잊지 말아야할 것들도 자꾸 잊혀진다. 흐려지고 어느새 목소리가 들리지 않게 된다. 그래서 잊지 않고 계속 싸우는 이들의 이야기는 더 중요하다. 잊는 그 틈을 타고 불의와 악의는 다시 번지니까.
꿈은 물론이고 장기 계획조차 거추장스러운 나이가 되었다. 그저 아픈 몸이 좀 덜 아픈 날만이 반갑고, 도대체 언제 퇴직이 가능한 건지만 갈급한 관심사다. 그러니 나는... 이 책을 가까이 두고 자주 펼쳐 아무데라도 자꾸 읽어야겠다.
“과거의 자신에게 등 돌리지 않고 묵묵히 살아내는 일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