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단
정보라 지음 / 상상스퀘어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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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속에서 계엄군은 대화나 협상이 통하지 않았다. 군인들은 종이 피켓 한 장을 손에 들고 거리에서 행진하는 사람들에게 실탄을 발사했다.”

 

청청이 패션이라는 말에 격세지감(?)을 크게 느낀 적이 있다. 내게 청청은 끔찍한 폭력의 상징이라서 명명도 실제 착장도 보기가 편하지 않다. 대단한 희생과 피해를 감수하면 산 당사자는 아니지만, 한국근현대사를 필수과목처럼 배우며 살았다. 그래서 정말 역사가 된 줄 알았다. 그런데...

 

뇌가 이해를 못했다. 뭐라는 거니... 계엄?! 환시를 보고 환청이 들리는 건지, 가짜뉴스인지 판단이 되지 않았다. 친구들 연락이 들이닥치자 현실감도 함께 찾아왔다. 바로 국회로 달려 간 가족 때문에 벌써 울고 있는 친구, 나처럼 일종의 쇼크 상태로 멍해진 친구, 분노에 차서 내란 수괴는 사형이라고 해당 법령을 찾아 알려주는 친구... 그 밤이 어떻게 지났는지.. 기억 속에서도 혼란스럽다.

 

총성, 핏방울, 쓰러지는 사람들의 모습이 휴대폰 화면을 통해 그대로 전송되었다.”

 

신경이 찢어질 듯 긴박하고 결정적인 그 밤이 지나 계엄은 해제되었지만, 수면도 정신도 챙길 새가 없이, 재시도를 막고 제대로 처벌하며 사회 공동체를 지키고 바꿔나갈 거대한 일은 막 시작되었다. 202412, 겨울이 더 깊어지는 계절에.

 

지금은 20264월이다. 재판()은 아직 진행 중이고, 명명백백하게 내외란 음모를 다 밝히고 있는 지도 잘 모르겠다. 그래도 민주적 절차를 통해 선출한 자들의 온갖 헛소리를 매일 들어야 하는 악몽 같은 시간도, 기세등등하던 다종다양한 불법 세력들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게 된 것도 다행이다.



 

연대하는 동지들은 어디에나 있었다.”

 

소설이라서 현실보다 더 무서웠다. 고문과 살해 장면들은 두려움에 몸을 떨며 겨우 읽었다. 그리고 계엄의 밤 이전부터 함께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오래전부터 싸우고 있었던이들을 다시 떠올렸다. 이 정부는 어떤 기대들을 배반하지 않을 것인지 배반할 것인지도. 사는 일이 곧 저항인, 그래도 계속해서 좀 더 좋은 날을 기다리고 만들어 나가는 이들을 떠올렸다.

 

밀도 높은 시절을 사느라 우리 모두 힘이 들지만, 이런 기회가 흔한 것은 아니니까, 부디 미래를 위한 설계를 제대로 잘 해나가길 조마조마하게 지켜본다. 그리고 그 설계도에 따라 삶의 실질적 풍경을 바꿀 지역 정치의 지형도와 내용도 바뀔 수 있길 기대한다. 그 모든 희망과 변화의 주체인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꼭 해치우면서.

 

투쟁은 헌법에 보장된 권리이지만 내가 지키기 않으면 빼앗기는 권리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내란이 나에게 남긴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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