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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동 1등급 고미정이 망하면 ㅣ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우신영 지음 / 우리학교 / 2026년 4월
평점 :
“7세 고시라 불리는 영어 레벨 테스트를 앞둔 유치원생부터 암소고시를 준비하는 초등학생들까지, 10월이면 이 골목은 키즈 카페가 되었다.”
초가공 식품으로 채워진 매대에서 고르고 삼킬 짧은 시간, 제한된 선택의 자유만 누리고 사는 아이들, 그건 거대한 식품 산업과 허술한 사회 시스템이 합작한 삶의 풍경이다. 식사만 그런게 아니라, 나머지 시간은 지옥 같은 입시 공부에 시달린다. 단 한 번의 실패가 남은 삶을 결정한다는 무서운 협박에 익숙해진 채로.
K- 뭐뭐뭐 등이 찬란하게 각광 받을 때마다, 고통 속에 살아가는 한국 사회의 어린이들 생각을 한다. 이런 세상에서 소위 어른들이 참 무감하구나, 부끄러움과 미안함이 부족하구나. 그건 내가 사랑하는 십 대 두 명이 늘 겹쳐 보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동시에 그건 거듭되는 악몽처럼 멈추지 못한, 그래서 십대들을 망가뜨리고 죽게 만드는 한국 사회의 성장과 성공의 방식에 대한 깊은 불만과 고민이다.

제목보다는 덜 서늘하고 더 생동감이 있고 더 다정한 내용이라서 읽을수록 안도감이 퍼진다. 작가가 아이들을 염려하며 보내는 간절한 기도처럼, 이토록 척박한 토양에서도 이야기 속 아이들은 말랑하고 따뜻한 우정을 피워내고 나눈다. 소설이라서 아쉽고 동시에 소설이라서 누군가의 상상력과 희망에 더 다채로운 불을 피울 수 있을 거란 기대가 함께 든다.
“꿈 없음, 그러니까 무몽증(無夢症)은 이 동네 아이들 사이에 도는 전염병이었고, 대치동은 무몽동이었다.”
6월 3일은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이다. 지자체장과 교육감을 새롭게 선출한다. 삶의 뿌리를 더 튼튼하게 하기 위해서는 국회위원이나 대통령선거보다 더 중요한 선거일 수 있다. 지자체와 교육시스템은 한국에서 가장 깊고 크고 멀리 보는 공동의 고민과 계획 재정립이 필요하다.
그 기회가 대치동으로 상징되는, 4세부터 잠을 줄이고 시험을 마주하는, 한국의 교육 풍경과 일상의 풍경과 굳은 인식을 바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저항과 관성이 한반도 지각 변동에 버금갈 것 같지만, 절망을 반복할 새 이유는 없다. 파란만장해서 더 선명한 이 이야기를 통해 어른 독자도 청소년 독자도 변화를 바라게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