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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파란 - 제19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ㅣ 창비청소년문학 147
유지현 지음 / 창비 / 2026년 4월
평점 :
“과거 인류의 모습으로는 이 지구에서 살아갈 수 없다.”
지구가 물에 잠겼다. 핵폭탄으로 절멸되지 않고 인류는 수중 생활이 가능하게 진화했으니 지금 상상하는 미래보다 더 낙관적인 설정이라고나 할까. 그래도 상당히 개연성 강한 미래 풍경을 엿보는 것 같아 심장이 크게 두근거렸다.
미래에는 이런저런 것들이 달라질 거라고 바라는 것들 중 더 간절한 것은, 어린이들을 이토록 괴롭히는 경쟁과 평가 시스템이다. 그래서 여전히 기록과 등수와 진로로 인해 아프게 흔들리는 내용이 꽤 쓰리고 아프다. 거의 모든 SF 영화에서 여전히 전쟁과 폭력을 일삼는 장면들을 보는 익숙한 절망 같달까.
“우리 엄마는 나에게 뭐든지 선택할 수 있는 나이라고 했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 열아홉은. (...) 무언가를 냉큼 그만두기 어려운 나이라는 거였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원하는 것을 찾을 때까지 계속 시도하는 일은, 그 실패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이들에게만 가능하다. 그래서 두 번의 기회조차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 비용에서 더 결정적인 것은 때론 돈보다 시간(나이)일 때도 있다.
한시적인 기회란, 조바심을 부르고, 잘해야 한다는 인식이 생기면 뭐라도 재미있게 하기 어렵다. 어쩌면, 나이가 들어서도 자기가 뭘 해야 할지 몰라서 방황하는 어른들은, 충분히 시도도 실패도 해보지 못한 성장기에 그 원인이 있을 지도 모른다. 그저 견디다가 점점 더 깊이 가라앉게 된 슬픈 존재들.
“문제를 고치겠다고 지난 시간으로 돌아갈 수는 없으니 계속 나아가야 했다. (...) 어디에 도달하게 될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었다.”
주인공은 영웅적 성공을 전시하지 않지만, 주저앉지도 않는다. 그 설득력있는 변화가 이 작품을 좋아하게 만든다. “아무 것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라는 무시무시한 자유의 상태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할 수 있는 걸 하면서 계속 살아보는 것이다. 아무리 상상해도 짐작해도 공부해도 그 도착지를 미리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지구가 물에 잠겨도, 다름이 차별이 되는 일은 있다. 이 작품은 한 개인의 고민에만 친착하지 않고, 함께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유려하고 은근하나 강력한 설득을 펼친다. 일상의 모든 계기와 기회를 통해, 서로 직접 만나고 뭔가를 함께 하면서 서로에게 익숙해지면 된다고. 삶을 배우지 말고 겪으라고.
“지나간 시대는 소멸하지 않는다. (...) 전해진 과거의 것들이 세상에 계속 남아서 어딘가를 메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