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게 흐르는 Dear 그림책
변영근 지음 / 사계절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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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불문 거의 모든 모임이 날이 갈수록 번다한 과제 같고 피로하다. 한 달에 하루씩은 묵언 휴일을 보내고 싶고, 매년 연말연시는 고요하게만 보내고 싶다. 일상의 모든 알람을 꺼두고 살아 보고도 싶다. 텅빈 시간이 이토록 사치스러운 소원이 되다니, 어디서부터 왜 이렇게 살게 되었을까... 아득하고 어지럽다.

 

그런데 생각으로 꽉 찬 시끄러운 기분으로 고요한 시공간이 마련된다고 그 소리들이 멈출까 싶기도 하다. 예전에는 걷기 명상이 특효약이었는데, 이제는 걸으면서도 계획과 고민이 그치지 않는다. 다른 많은 이들도 비슷한 괴로움에 시달리며 살겠지... 그래서 그토록 많은 몰입 가능 취미들이 있는 거겠지...

 

인간의 언어를 사랑하고 문자 텍스트를 좋아한다. 그래서 이 책이 더 특별한 체험 기회가 되었다. 단 하나의 문자도 없다. 설명은 물론 제목조차 없는 전시회에 간 것처럼, 아주 천천히 오래 모든 장면을 바라보았다. 다채로운 빛과 투명한 그림자들이 가득하다.

 

문자가 없는 책을 보는 것만으로 뇌의 다른 부위가 새로운 방식으로 작동한다. 그 시간이 편안하고 행복한 휴식이 된다. ‘그림으로 보였던 장면들이 서서히 감각으로 깨어난다. 햇빛의 온기, 물의 냉기, 숲의 향기, 피부에 닿는 모든 촉감, 보이지 않으나 들리는 소리들, 그리고 내 호흡의 결.

 

과열된 뇌의 열기가 물을 따라 낮게 흐르고, 통증과 고통이 젖은 땅으로 스며들어 사라지는 것 같다. 이 시공간에서는 햇빛 알레르기도 없어서 현실보다 더 편안하고 자유롭다. 올 해 내게 물어야할 질문 하나가 조용히 떠오른다. 속도감에 멀미가 날 때마다 멈춰 쉬고 싶을 때마다 이 책을 다시 펼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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