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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와 함께한 마지막 수업 - 삶의 마지막 순간에 비로소 보이는 것들
모리 슈워츠 지음, 김미란 옮김 / 부키 / 2025년 12월
평점 :
20대 초반 영어책 - Tuesdays With Morrie 으로 만나, 문득 생각나 펼쳐보면 자꾸 눈물이 고이던, 좋은 스승의 가르침에 사는 모습이 자주 부끄럽던, 영향력이 큰 기록이고 저자였습니다. 30년 만에 한글 번역본으로 모리를 만납니다. 처음만큼 설레고 기대가 큽니다.

“슬픔은 한 번 쏟아내는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 얼마나 많이 찾아오든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 나는 애도란 삶에, 유한한 삶에 경의를 표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을 의지하고 도피처로 신뢰하는 독자라서, 저자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읽고 싶은 대로 읽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래도 이렇게 적확하게 쪼개질 듯 뜨겁게 아픈 기분을 똑바로 위로 받을 줄을 몰랐다.
선친이 떠나신 건 여름인데, 12월 겨울이 되면, 상쾌하고 쨍해서 기분 좋은 공기를 들이마시다 자꾸 주저앉고 싶다. 아무데서나 발버둥을 치면서 울고 싶은 심정이다. 겨울 추위가 사라진 선친의 온기를 더 그리워하게 만드는 걸까.
“당신 자신과 주변 사람을 위해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애쓰십시오. 이것이 바로 당신이 어른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입니다.”
상처는 아직 봉합되지 않고, 더 예리하게 쪼개진 틈을 너무 뜨거운 슬픔이 스며드는 듯하다. 도저히 그런 기분으로는 맞설 수 없는 일상의 매일이 때론 끝나지 않는 시험 같을 날도 있다.
원칙과 계획과 루틴을 좋아하는 건 체력이 약하고 게을러서이다. 그것들을 따라 사는 것이 가장 힘이 덜 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지가 더 버거워진다. 이제는 다른 방법을 찾고 선택하여, 조금 더 유연하게 살아야할 때인지도.
“우리는 서로를 책임져야 합니다. (...) 이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사랑스러운 행위입니다.”
오래 전 책으로만 만난 스승은, 자신의 희망대로 죽기 전까지, 타인에게 도움을 주고 떠났다. 읽기 힘든 면이 하나도 없는 친절하고 다정한 책 - 디자인까지 -을 가만히 따라 읽다 보면, “나”에게 지나치게 집중해서 더 아픈 상황에서 어느새 슬쩍 벗어나게 된다.
좋은 스승은, 배우는 이가 자신이 누구인지 더 잘 알도록 안내해준다. 그리고 차분하게 자신이 보고 바라던 세상을 소개해준다. 모두가 알 법하지만, 때론 모두가 다 잊었나 싶은 그 사실. 누구도 완전히 혼자일 수 없다는 것. 삶도 죽음도 그 이후도. 꽤 잘 듣는 약이다. 호흡이 편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