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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이 알고 싶다 : 인상 카페 편 ㅣ 클래식이 알고 싶다
안인모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8월
평점 :
마침 주말이고 마침 여름밤은 짧지 않아서 더 반가운 책이다. 차례를 살펴보고 가장 끌리는 작곡가와 음악부터 읽어보아도 무방할 구성이라 좋다. QR코드가 있어서 글과 함께 음악 감상하기도 편하다. 내용이 재밌고 문장이 깔끔하다.

이 책에 담긴 작곡가들 중에는, 덕분에 추억이 가득한 공연을 즐긴 이도 있고, 연주할 꿈을 오래 가진 이도 있고, 실제로 연주한 애정하는 곡의 작곡가도 있고, 해외에 여러 해 거주할 때 중독처럼 빠져든 이도 있다.
음악을 들으며 읽는다는 건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참 행복한 방식의 독서다. 고민을 거듭하다가(?) 세 분의 작곡가를 간단하게 소개하고 감상한 글을 남기려 한다. 독서란 모르는 건 늘 있다는 것을 일깨워져서 매번 즐겁다.
“제 인생을 음악에 바친 건 모차르트 덕분입니다. 모차르트는 저의 음악에 자극을 주었고, 무엇보다도 음악을 사랑하게 해줬어요.”
친절한 저자는 각 작곡가별로 “클래식 대화가 가능해지는 키워드 10”을 따로 정리해주었다. 스토리는 상세할수록 더 재밌지만, 키워드를 암기할 수 있다면 그것대로 재밌는 기억 방식일 수도 있겠다.
또한, “꼭 들어야 할 추천 명곡 PLAYLIST”도 정리해 주었는데, QR코드가 붙어 있어서, 바로 들으며 목차를 익힐 수 있다. 차이콥스키의 <호두까기 인형>은 겨울이면 늘 그립다. 아이들과 적당히 환호하며 신나게 보는 크리스마스 즈음의 기억이라 그렇다. 어쩌면 혼자서도 할머니가 되어서도 보러가게 될 지도.
“쇼팽의 서정성과 리스트의 기교를 약간 낡은, 그러나 깊은 상자에 담아 조용히 열어서 보여준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라흐마니노프. (...) 모든 고통과 탄식을 고스란히 품은 채 계속 연주하고 싶고, 계속 듣고 싶게 합니다.”
죽기 전에는 라흐마니노프 교향곡들을 한번은 완주 연주할 수 있게 될 거라 생각했는데, 그 죽기 전이란 것이 생각보다 긴 시간이 아닐 지도 모른단 생각이 든다. 더구나 재작년에 시도해본 연주는... 마치 전생에서 배운 듯, 내 손가락이 아닌 듯 충격적으로 엉망이었다.
“오토의 유서에는 말러가 좋아하는 도스토엡스키의 소설 <카라마조프 형제들>의 구절이 써 있었어요.”
초등학생 때 첼로를 배우기 시작했기 때문에, 계속하진 못했지만, 말러의 곡들을 지나칠 수는 없다. 껴안고 연주하면 심장을 울리는 첼로의 울림과 떨림을 증폭시키는 깊고 묵직한 튠. 말러가 좋아한다기에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을 읽으려다 기절할 뻔 했다. 첫 시도에 실패하고 두 번째 함께 읽기 클럽에서 겨우겨우 일독했다.
나이가 들수록, 말러의 음악을, 사랑을, 고통을, 삶을, 죽음을, 아슬아슬한 경계의 여정들을 더 사랑하게 될 것이다. 버겁다 싶은 순간마다, 말러의 악보에 적인 구원의 순간들이 음악이 되어 내 일상의 공기를 흔들 것이다.
잘 몰라도 늘 부족해도, 역시 예술서 독서는 행복하다. 주말도 음악처럼 영원히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